이창재 원장의 프로이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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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재 원장의

정신분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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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적 사고 III : 전염원리. 접촉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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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주목해야할 원시인류의 또다른 주술원리는 시공간적 인접성에 근거한 '접촉-전염 법칙'이다.  

" 누군가와 가까이 접촉하면 뜻밖의 영적 기운(들)이 (내게서) 옮겨 가거나 (내게로) 옮겨 온다."


원시인류는 인간(영혼A)과 어떤 대상(정령B)이 접촉하면 각자의 심신(존재상태)에 크고작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믿었다.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 (형충합파) 양태들은, 각 대상이 지닌 힘(내재된 기운)의 특성과 우열 차이에 의해 좌우된다.  

주로 기가 강한 영혼(anima)이 기가 약한 영혼의 심신을 지배 조종하며,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뺏기도 한다. 

"(쓸모있는) 너는 내 탐스런 먹이감이야." 

"(귀여운) 너는 내 심심풀이 놀이감이야." 

"(잠재력 있는) 너는 나의 희망이야 ~"


가까이 접촉한 두 대상은 영혼이 강한 존재가 약한 존재의 몸에 들어와 그의 정신을 지배하며 삶에 계속 영향 미치곤 

한다.  그래서 원시인류는 안전이 의심되는 낯선 대상이나 ‘타부대상’과의 접촉을 극도로 민감하게 경계하고 피했다.  

가령 죽은 자, 나쁜 피를 지닌-나쁜 기운에 오염된 자(천민, 노예...병자), 위험한 자(적, 범죄자,..)와는 결코 가까이 (식사, 

대화, 성교..)하지 않는다는 타부규칙을 지녔다.  나아가서 정신에서 지우고, 그 이름을 발설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심지어 그들이 접촉했던 사람이나 모든 물건들조차 생활영역에서 차단하거나 태워 없했다.  

꿈에서조차 그런 대상이 나타나면,  (그처럼 될까바, 전염될까봐) 불길한 징조로 여겨 불안해했다. 

 

외부의 자극-기운에 민감하게 영향 받는 자는 자아경계(ego-boundary)가 약해 외부자극을 적절히 걸려내거나 막아내

지 못해서, 외부자극과 기운이 정신 내부로 쓱 침투한다. 그래서 개인 자아가 미성숙해 집단정신에 융합해 살던 원시인류

에게는 어떤 기운을 지닌 ‘누구와 접촉하느냐’ 가 곧 생존과 정신 안정에  직결된  중요 초점이었다. 

힘 있고 지혜롭고 우호적인 대상(귀인)과 접촉하면 그의 영혼과 삶이 '그 분'처럼 활력 넘치고 품격있 안정스럽게 된다.

가령, 왕과 하룻밤 같이 잔 대상은, 접촉법칙(인접원리)에 의해,  왕의 ‘신성한 에너지’를 흡수(내사동일시) 했기에, 그 대

상 역시 왕에 버금가게 함부로 접촉(오염) 되선 않되는 보호(타부) 대상이 된다.

(우주의 이치와 인생의 본질을 깨달은) 성현과 직접 만나 대화 나눈 사람은, 대화의 메시지 내용 이전에, 대화 나눈 '그

분'의 영혼에너지를 가까이 접촉해 내사동일시 했기에('그 분'의 신성한 기운 일부가 접촉한 그에게 들어갔기에), 

의 영혼 품격이 높아졌다고 믿어, 그 대상조차 우러러봄의 대상이 된다. 

"아, 저 분이 바로 그 거룩하신 교주님, 제사장, 선사께 직접 가르침 받은 분이구나. 아, 과연 기품이 대단하시다.." 

[현대인 : "오,  이 나라 최상급 유명인(능력많은 영혼)들이 사는 그 거주지에 살고 계시네,  그와 친하고 싶어지네 ... "

"오, 세계 최상급 교수(지혜 영혼)들이 가르치고 수재들만 모인 바로 그 학교를 졸업한 분이네.  내 곁에 두고싶네 ..." 

"아, 그 유명한 최고 정신분석가에게 분석받은 분이시네.  저 분 가까이에서 뭔가 체험하고 싶다.." ]


왕이나 주목받는 유명인 곁에서 찍은 사진을 평생 지속되는 영광에너지 인양 그 집 중앙에 내거는 풍습은 이런 

'인접(옮겨감) 법칙'에 의거한다.  그 사진을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들조차, 왕-유명인을 가까이 접했던 그와 동일시되어, 

그의 거처에 자신이 있음 자체에서 신성한 에너지를 받는다고 느꼈다.


반면에 실상을 잘 모르고 무심코 겉은 번지르한데 속이 병들고 저급하고 위험한 대상과 접촉하면, 평생 노력해 키워

온 영혼의 품격과 생명 기운이 한순간에 오염되어 타락하고  붕괴되기도 한다.  가령, 주목받던 유명인이 갑자기 스켄들

에 휘말려 추락하는 일들이 일어날 때 원시적 사고관은, 접촉해선 않되는 금지대상 내지 악한(타락한, 저급한..) 영혼과 

접촉해 그 기운에 오염되었기 때문으로 간주한다. 

아울러 그 오염된 대상(정령)에게서 자신도 전염될까봐(더 이상 예전처럼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해) 

예전에 원시적으로 이상화하고 칭송하고 자랑하던 그 대상을 즉시 평가절하하고 배척한다.

“저 나쁜 놈을 당장 눈에 띄지 않게 감옥에 처넣어라~. 더 이상 기억할 수조차 없게 그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려라~ ”

 

집단원 모두가 이상화하며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동일시‘(내사)하게 되는 집단 지도자(족장, 왕)의 경우, 그가 중병이 들

거나 사악한 정령에 사로잡히면,  접촉원리가 내면에서 작동되는 집단원 전체가 금세 전염되어 정신이 불안해져 집단이 

위태로워진다. 따라서 이런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집단원은 지도자가 외부 적들 내지 나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필사

적으로 겹겹이 보호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헌신적 보호장치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의 심신이 중병에 걸린(악령에 오염된, 생명력이 고갈된) 상태가 되

면, 집단원의 심리적-사회적 안전을 위해 그를 가차 없이 즉시 없애고,  집단을 구원할 새 지도자로 대체해야 한다. (왕살

해 풍습)

“수호신이시여. 부디 저희에게 (보기만 해도 불안이 사라지고 생기 솟는) 힘찬 지도자를 내려 주소서 ~”

 

원시인류가 ’접촉‘에 극도로 민감했던 것은, 그만큼 생존에 필수적인 사물이나 자연 생명체(정령)들과  원초 교감하는 

(내사동일시) 정신활동이 왕성했다는 징표이다. 

“곡물 신이, 부뚜막 정령이, 아궁이 정령이 화가 나셨다. 주문을 세 번 외치고 재난이 오지 않게 더 조심해야 해~.”


원시인류는 식량 섭취를 위해 며칠마다 호랑이 곰 멧돼지 쥐 뱀 새 ...등등의 타자(정령)들과 불가피하게 서로 죽고 죽이

는 결투를 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죽음공포를 완화하기 위해, 다른 정령들과 조화 공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냥 전

에 집단원들이 사냥할 대상(곰, 늑대, 맷돼지...) 정령들과 소통하는 제례를 정성스레 지낸다.

“수호신이시여. 강한 힘 지닌 멧돼지 정령과 생존을 위해 전쟁을 하러 갑니다. 부디 저희 생명을 보호해주소서~”

“맷돼지 정령들이요. 그대들이 미워서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생명을 내 안에 섭취해 하나가 되어 생명을 이어가라

는 자연신의 허락과 명을 받들기 위해 불가피하게 사냥하는 것이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고 허락하소서...”

종종 직면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원시인류는 끊임없이 주술적 사고['동종법칙(모방•동일시)과 인접법칙'(접촉-전염)]

를 활용해 불안을 완화하고 생존효율성을 높이려 애썼던 것이다. 

 

'유사(모방)원리와 인접(접촉)원리'를 활용하여 원시인류는 자신을 둘러싼 때론 공포스럽고 때론 고마운 자연대상들, 힘

들과 공명하고 동일시(융합, 공생)하며 소통하는 '공감주술'-주술적 사고를 발달시켰다. 가령, 샤먼(사제왕)은 집단에 전

염병과 자연재난(홍수, 가뭄, 전염병..) 흉악한 사건들이 일어날 때, 이를 자연 정령들(그리고 조상 정령들)이 현재의 인간

집단의 불경스러움(Hybris)에 대해 불만-분노를 지녔기 때문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공감주술로 희생제물을 바치는 제

례(ritual)를 통해 (영매 상태에서) 외부정령들과 소통하여 그들을 위로하고 씨족집단의 소원을 전했다.


또한 강력한 힘을 지닌 수호신(토템정령)의 관심을 유도해, 집단에 헤를 끼치는 나쁜 정령들(잡귀..원귀)을 병들어 고통 

받는 자들의 심신에서 몰아내고, 수호정령들의 신성한 기운(마나)이 정신에 깃들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


공감주술은 엄격한 '금기(타부)'를 수반한다. 가령, 집단의 안전을 위해 결코 접촉해서는 안 될 대상들과, 해서는 안 되는 

행위들이 집단구성원들에게 엄격히 공시된다. 이 타부규칙의 절대적 엄격성은 유사법칙과 접촉법칙으로 인해, 금기대상

의 나쁜 기운이 집단원 전체에 즉각적으로 퍼져 집단의 안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직접간접적 체험과 믿음에 기인

한다.  

가령, 집단의 한 구성원이 타부규칙을 어기면 그 순간 그는 공동체구성원이 결코 접촉해서는 않되는 매우 위험한 '타부대

상'이 되며, 그 타부대상과 가까이한 자 역시 타부죄에 영혼이 감염된 타부대상으로 간주된다!   

타부죄로 저주받은 영혼은 인접(접촉, 전염)법칙에 의해 (마치 전염병이 퍼지듯이) 그와 인접한 집단구성원들에게 죄와 

저주를 전염시켜 집단전체가 순식간에 혼란(악의 기운)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전염법칙이 인간아닌 대상들에까지 확장되어) 그 집단이 접촉했던 자연조차  삭막한 재난상태(가뭄, 홍수, 폭

풍...) 로 변질 황폐화된다.

[시공간적 인접성에 의한 전염 경로 : 타부위반자 => 위반자의 영혼이 죄로 오염됨 => 그와 접촉해 전염된 주변대상들의 

영혼(anima)이 오염됨 =>  특정 집단 전체가 오염됨 => 그 집단에 머물며 접촉했던 자연물 전체가 오염됨 ..]

 

가령 어느 한 사람이 타부를 어기면 망가진 그의 영혼이 그의 가족과 가문 전체에 전염되고 씨족에 전파되어 큰 불행을 

일으킨다. 이 생각과 관점은 어떤 점에서 오늘날 현실에도 상당부분 재현되곤 한다.

가령, 가족이나 집단 지도자의 영혼이 병이 들면, 그를 '동일시'한 직계 자식이나 형제, 집단구성원들의 정신성이 무심결

에 전염된다. 아울러 그 대상들과 여러 사회적 관계로 맺어져 가까이 접해 동일시하게 된 또 다른 대상들의 정신성도 무

심결에 오염되고...또다시...그들과 가까이 접한 대상들도 오염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마치 좀비영화에서 좀비와 접촉한 대상의 심신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 변질되어 순식간에 그 마을, 그 민족, 국가,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하는 재난 영화와 유사하다.]

 

집단무의식에 묻혀 살던 1970년대까지의 한국사회에서 타부를 어긴 죄인이 생기면, 그와 그의 가족 모두가 오염된 유사

범죄자로 낙인 찍혔다.(적과 접촉한 간첩죄로 몰린 자가 타부 죄의 대표 사례다.)  그리고 그를 '파문해 격리'시키지 않는 

한 그 가문 전체의 명예도 함께 추락하여, 그 사회에서 정상적 관계맺는 것이 엄격히 제한당하는 타부가 실행되었다.


그런데 열악한 생존환경에 처했던 전쟁 직후 시대엔 그들에게 엄격한 낙인을 찍어 사회관계를 차단하지 않으면 마치 사

회 전체가 타부죄에 감염되어 큰 재앙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민족생존과 사회질서 유지에 어느정도 현실적 효용성

을 지녔었다.

그래서 '간첩 잡아라~. 도둑 잡아라~' 외치는 말 한마디에, 온 국민이 순식간에 동화되고 공명되어 타부 어긴 자를 잡아 

처형하는데 한마음으로 협조하였다.(집단정신, 집단무의식)

 

'개인의 정신성 ~ 민족-인류의 정신구조~사회집단의 구조~자연의 구조' 사이에는 상호 공명하는 본질적 유사성이 있다. 

아울러 이들 사이에는 인접 관계에 기인한 인접법칙-접촉 주술법칙이 작동한다. 그로인해서 개체정령이 병들면 그 병이 

그와 인접한 집단과 자연 전체로 전염된다. 

그래서 타부를 어긴 과거시대 인간은 집단의 안전을 위해 그 즉시 사회집단과 민족수호신의 힘과 이름으로 냉혹하게 신

체-정신적으로 '격리당하거나 살해당해야 했다.    


오늘날에도 문명화된 현대인의 인류무의식 한켠에선 원시인류가 이백만년동안 생존에 기여하는 지혜로 믿어온 주술적 

인접법칙이 여전히 작동한다. '인류무의식 심연(Self)에 살고 계신 100만살 지혜노인'이 때로 꿈이나 재난으로 현대인에

게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개개인의 운명은 한동안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도 (모르고 우연히) 나쁜 기운을 속에 감춘 대상과 가까이 '접촉'하는 순

간...돌이킬수 없이 한순간에 휙 변질될 수 있으니 특히 조심하거라 ~ !" 


현대인 :  "어, 지난 수십년간 내게 그토록 존경스러워 보였던 그 분이, 요새 느낌이 참 이상해요 !  음..

모든 게 거짓 꾸밈처럼 느껴지는 요즘 세상에 대체 이제 누구를 안심하고 믿어야 할지 혼란 스러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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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