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원장의 프로이드 칼럼

                               2004 ~ 2023년 사이 글 

이창재 원장의

정신분석 칼럼


  2004~2023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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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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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내담자에 대해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지는 민감한 순간들이 있다.    

배우자 '선택/이별'과 오래 적응해온 직업(직장)을 바꾸려 선택하는 순간이다.   

정신분석 받는 과정에선 내담자 정신 내면의 '무의식'(깊은 결핍과 욕망)이 의식 표면 위로 유독 짙게 치솟아 출렁이기 때

문에, 분석가는 내담자가 기존 상태를 갑자기 바꾸려는(이혼/이직) 심정과 태도를 보일 때,  특히 급히 변화된 결심을 하

려 할 경우, 그/녀가 현실을 얼마나 냉철히 인식하면서 내리는 결정인지에 대해 세심히 신경 써 반응을 해야 한다. 


내담자는 은연중에 '자신이 원하는 답'을 분석가를 통해 듣게 되기 희망한다.   그런데  그/녀가 원하는 것이 그리 단순

하지 않다.  그-녀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가장 진정으로 원하는 건지 잘 모르거나 갈등에 빠져 애매해 하는 상태가 많다. 

이런 민감한 순간에 분석가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응답을 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일반인이 부러워하는 전문직 직장을 지닌 결혼 적령기 여성 '유심'씨가 있다.

그녀는 가문 배경이 좋은 전문직 남친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다.  그런데 결혼 준비 과정에서 그녀에게 뭔가 부담감이 

생긴다.   남친과 자신의 가족 배경이 차이 나는 것에 부담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부모의 요구에 부응하느

라 에너지를 과도 사용해온 그녀이기에,  결혼해서도 시부모에 대해 그런 관계 무드를 반복할까봐 민감해진다.  차라리 

자신과 유사한 힘든 성장 환경을 지닌 대상과 결혼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은 느낌!  

그러다 외국인과 카톡 전화로 어학을 배우던 중 애쓰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금새 이해해 편안하게 반응해주는 어떤 대

상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그 대상은 학력도 사회적 직업도 안정되지 않은 상태고, 가족 배경도 미미하다.  

그녀는 갈등에 빠져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사람 좋고 든든한 배경을 지닌 전문직 남친을 선택할 것인가,  물질 안정

은 지만 정서 소통이 너무 편안한 대상을 선택할 것인가?  "아, 내가 이토록 주체성 부족한 사람인가?"

사회적 상식의 눈으로 보면 '평생의 생활 안정'과 사회적 자부심을 보장 받을  대상 선택을 하게 권유할 수 있다.  

그런데 정신분석가는 이 민감한 순간에 어떤 태도와 반응을 하는 것이 직업가치관에 적합한가? 


분석가는 우선 내담자의 '안전'과 '정신 발달' 두 요소에 주목한다.  

내담자가 과연 '온전한 현실감'을 지닌 상태에서 대상의 상태를 온전히 인식하고 선택하는 것인가. 

두 대상은 내담자의 안전과 '정신 발달' 두 초점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인물인가? 

'유심'은 '그'의 어떤 무엇에 편안함을 느끼고 그토록 끌린 것인가? 

1년간 먼거리에서 통신을 이용해 소통해온 두 대상.  어떤 대화를 해도 마음 소통이 너무 잘 되는 느낌에, 서로가 서로에게 끌린 두 대상.

유심씨도,  우연히 연결된 '프란'씨도... 각자 어릴 적 성장 과정에서 고유의 결핍과 상처를 지녔음이 눈에 띄게 분석가에게 지각된다.  모성관계 불안정으로 어떤 민감함을 지닌 '유심'은 오랜기간 말로 온전히 표현되지도 이해 받아 본 적도 없는 내면의 답답한 '그것'(상처, 결핍, X)을 공감해 해소해줄 대상을 무심결에 간절히 바라 왔을 것이다.

배경 좋은 전문직 남친은 그녀의 어떤 결핍(안전감)을 채워주었기 때문에 나름 만족하며 관계를 오래 지속해왔는데

유심의 깊은 콤플렉스를 감지해 공감하며 대화로 풀어주는 자신과 너무 똑같게 느껴지는 '프란'을 만나는 순간... 더 

깊이 수용받고 융합하는 듯한 체험에 매료되어, 도저히 그를 포기하기 힘든 상태에 놓이게 된다. 

분석가의 눈으로 보니,  유심과  프란은 서로의 내면 깊은 콤플렉스를 세속의 눈으로 평가하지 않고 누구보다 잘 공감해

주며 수용하는 영혼의 궁합이 꽤 맞는 대상이다.  그런데 20대 청년인 '프란'은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 부재로 인해 사회성

이 결여된 인격 구조를 지닌다.  직업이 아직 뚜렷지 않는 그는 이미 형성된 자기 구조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제한된 양태

의 삶을 반복하며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전문직업을 지닌 유심은 현시점에서, 자신이 애쓰지 않고도 자신을 온전히 공감하며 존중해주는 프란이 정신의 

평안과 성장('정서 발달')을 위해 너무도 필요하게 느낀다.    만약 그녀가 프란을 선택해 결혼을 하게 되고 자식을 낳아 키

우게 되면, 어느 무렵에  현재 너무도 감성적 위로감과 만족감을 주던 프란에 대해 사회성 결핍과 연관해 서로의 정신 

성장과 만족에 어떤 한계(답답함)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그녀가 정신 발달을 이룰수록 그만큼,  지금은 너무도 가치롭

게 느껴지던 프란 정신성의 한계가 더 뚜렷이 지각될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현재 시점'에선 '유심'의 정서 발달에 도움

을 줄 최적의 대상이 바로 '프란'으로 느껴지고, 그 심리적 만족감에 세상의 어떤 물질가치로도 환원-대체할 수 없는 심리

적 가치가 깊게 부착된다.


미래가 어찌될 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미래란 직접 살아본 당사자의 여러 느낌이 복합 반영된 무엇이기 때문에 단

순 명료한 객관 판단과 서술이 때로 부적합하다.  그렇다면 정서 발달에 도움 줄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

가? 생활 안정에 도움 될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유익한 것인가?   각 선택은 고유 장단점을 지니기 때문에 어느 선택

이 최상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단지

높은 지성을 지닌 유심씨의 '정서 발달'은 단순히 지식 습득 차원만으로 실현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정서 성장'은 '엄

마가 유아의 불안을 공명해 금새 해소해주듯이' 모성적 감수성이 짙은 (또는 자신과 유사 경험을 오래 체험하여 익숙하

거나 소화해낸)  대상과의 감성적 관계 체험이 채워져야 비로소 가능하다. 

  

 인간의 정신성은, 그녀가 현실에서 주체적으로 어떤 중요한 실존 선택을 하고 자신의 그 선택이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자신에게 어떤 만족감/실망감을 주는지에 대해 '직접 체험'하면서 소화해 내야 비로소 온전한 자신의 고유 지혜

와 새로운 능력이 생기고 정신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다.  

망각된 어느 시절에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해 인생무드를 좌우하는 오래된 콤플렉스는 '정신분석 체험'과 더불어, 현실에

서 직접 선택해 생생히 체험해내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극복되는 (가치로운 무엇으로 변환되는) 무엇이다.  고통을 

감수하지 못하는 자는 그것을 체험하는 것 자체가 불안하고 불가능하다.  선택하는 불안과 선택에 수반될 뜻밖의 고통들

을 감당하는 능력이 어느정도 있어야 비로소, 실존적 선택에 수반되는 여러 질감의 자극들을 자아가 온전히 소화하고 통

합해내 정신 확장과 더불어 특별한 에너지와 능력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유심씨 인생사에 지대한 영향을 오래 미칠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해야만 하는 피하기 힘든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어떤 선택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분석가의 도움을 절반쯤 바라는 듯한 마음의 유심씨에 대해 분석가는 어떤 반

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배우자 선택과 직업 선택은 최종적으로 내담자 스스로 숙고하고 고심해가며 선택해내야 한다. 분석가는 단지 그녀가 자

신모를 어떤 유아적 환상,  무의식적 욕망(동기), 타인의 강한 기운에 끌려서 선택을 하려 하는 것인지 균형 있게 지각하

게 도움을 줄 뿐이다. 그녀에게 무엇이 그토록 절실했고, 무심결에 무엇을 꼭 채우고 싶어했는지... 대면하게 도와주고... 

여러 자각들을 종합한 선택은 스스로 해내는 과정을 가야만 한다.

중요한 인생 기로마다 스스로 선택해 체험하며 살아가는 주인공이 되게... 타자의 기운에 맥없이 함입되어 주체성을 상실

하지 않게 ... 세상과 인간을 지각하는 기존의 좁은 경험틀-경험영역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을 균형 있게 지각하는 '새로

운 눈'이 열리게 도움줄 뿐이다. '정신의 새로운 발달'은 바로 결코 뻔하지 않은 예측하기 힘든 생생한 실존 선택 과정을 

헤처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심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녀 무의식의 영유아기-아동기 결핍을 공감-해소-발달시켜 주는 어떤 대상과의 관계 경험을 

오랜기간 거치며 근원 불안과 결핍이 해소되면 어느 순간 유심에겐 새로운 욕구가 생겨날 것이다.  그때 자신이 선택하

지 못했던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대상에 대한 새로운 욕망이 생겨날 수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환경에서 100세 시대를 살아갈 현대의 젊은이들에겐 어느 시기에 선택한 한 대상하고만 영원히 함

께 지내는 관계보다, 각자 자신의 근원 결핍이 무엇인지 자각해서, 그것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대상을 스스로 찾아내 관

계 맺을 수 있는 능력 개발이 중요하다. 그것이 형성되면,  사회적 억압이 심해 자기 욕망을 억제하며 제한된 삶을 평생 

반복하던 과거 세대보다 정신 발달 과제를 주체적으로 끊임없이 실현해가는 보다 긍정적인 미래 인간상이 생겨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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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