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원장의 프로이드 칼럼

                               2004 ~ 2022년 사이 글 

이창재 원장의

정신분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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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화 -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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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들어온 바르고 성실한 느낌 주던 고교 동창 S가 있었다.  우등생인 그가 서울대 사회 계열에 들어가 민주화 운

동하다  감옥 가고 졸업 후 기업에서 일하다 환갑 무렵 은퇴해 조용히 지낸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순박한 영혼을 지녔던 그 학우가 어찌하다 사회 운동을 하게 됐고,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체 생활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궁금함이 올라와 그의 소리를 생생히 듣고 싶어 졌다. 그래 고교 졸업 사 십 여년 만에 처음 연락해 오붓한 산

행을 하며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담소 나누다 조용한 술집에 가서 둘만의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S : "돌이켜보면 삶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우연하게 전개된 것 같아. 사회계열에서 법학과나 경제학과에 지망해 

갈 수 있는 좋은 성적이었는데, 어느 학과가 좋은 곳인지 내게 알려주는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었어. 그러다 교내 집회

가 눈에 띄어 가보니 어떤 사람이 매우 힘 있게 자기 생각을 펼치며 사람들의 관심과 박수를 받았는데, 그가 사회학과 선

배라는 거야. 그래서 그때 사회학과가 주목 받는 좋은 곳이구나 생각이 들어 그 학과를 지망했고, 그 당시 사회학과에 민

주화 운동이 가장 올바른 활동이라는 무드가 짙어 함께 데모하다 감옥에 가게 된 것 뿐이야. 내가 깊이 원해서 그 길을 

간 것이기 보다 그냥 주위 분위기가 그래서 그렇게 됐어. 실은 나는 경제적으로 빠듯한 가정의 장남이라서 가족을 신경 

쓰는 학과를 선택해야 했었는데, 고시 봐서 법관이 되는 것도 가능했고 (원칙에 충실한) 내 성격에 더 맞을 수도 있었는데 .."

 

나 : (고교 때 S 와 40여 년 만에 처음 대화하는 지금 그의 모습이 매우 유사한 것에 신기한 느낌이 든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성 부분이 꽤 있구나!'  고통을 겪고도 견디며 순박함을 유지하려 애써온 세월의 흔적 기운이 그의 복합 

눈빛과 산소 같은 음성에서 풍긴다.  대화하는 충만감이 느껴지던 그 순간 내 안의 누군가가 S를 향해 궁금했던 뭔가를 

묻는다.)

“ 은퇴한 지금 돌이켜 볼 때 30 여년 직장 생활이 자네 인생에 어떤 의미였다고 생각해?”

 

S : “... ... 험난했던 그 시절, 감옥 갔던 내 이력 때문에 기업 취직이 어려웠었어. 그런데 다행히도 유일하게 나를 받아준 

기업이 있어, 고마운 마음에 그 회사를 위해 국내와 외국에서 열심히 일 했네.  33년 회사 생활의 ‘의미’가 뭐냐구? 허허. 

‘의미’가 그리 중요한 건가? ... ...

그 당시 나 한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네. 실은 내가 진실로 원한 것은 ‘목회자’가 되는 거였어. 그래 대학 졸업 후 신학대

학원을 갔었어. 그런데 그때 어머니가 중병이 걸리셨고, 어머니 병 간호 하느라 아버지가 휴직을 하셔서, 장남인 내가 가

정의 경제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벌려고 기업체에 갈 수밖에 없었던 거야. 33년 내 인생을 

‘돈’ 과  바 꾼   것 이 라 네 ”

 !  .........


나 : “어. 33년 기업 생활의 의미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었다 정리하는 건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 그 생활하면서 나

름 어떤 보람도 깨달음도 있었을 텐데.” (꽤 주목 받는 기업에서 해외 지사 관리자 역할을 책임 있게 하며 명예롭게 은

퇴한 자네가 그 오랜 경륜의 의미를 왜 이리 단순하게 표현하는 거야. 고결한 영혼을 지녀온 자네 삶의 의미에 그것이 진

정 핵심인 건가?..) 

 

S : “... 내게는 자네 말이 왠지 사치스럽게 들려.(원하는 공부 실컷 한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며 살았잖아..) 

나는 ‘돈’을 벌어야만 했었고, ‘돈’을 벌기 위해 내가 원했던 목회자의 길을 포기했고, ‘돈’을 벌어서 부모와 처자식, 동생

이 대학 공부 무사히 마치게 도움을 주었네. 기업이 내 노동에 대해 대우해준 ‘그 돈’으로 나와 가족을 챙긴 것. 그것이 

도 덜도 아닌 33년 기업 생활의 정확한 의미야 ! ”

 

그 순간 서로에게 호감 가져 대화하던 S 와 나 사이에 돌연 어떤  긴장? '묘한 감정' 기류가 흘렀다.   복잡한 표정 ..

그리곤 진지했던 대화의 흐름이 더 이상 깊은 진실을 향해 나아가지 못한 채 ... 헤어졌고 그때 그 대화도 이내 잊혀졌다. 

그러다 그 '묘한 감정'의 실체는 몇 년 후 오랜만에 참여한 어느 동창 모임에게 S가 나를 향해 불쑥 던진 한마디에 농축되

어 있었다.

 

S : " 몇 년 전에 정신을 오래 연구했다는 저 친구와 대화를 했었지. 그런데,  돈 때문에 기업 생활을 열심히 하다 은퇴했다

는 (진정성을 담아 한) 내 말이 저 친구 정신에 들어가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어. 

'인생의 의미’가 뭐냐 구? 그런 ‘의미’ 라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해. 불가피하게 주어진 현실에 그냥 최선을 다해 사는 것 뿐

이지. 진실로 하고 픈 것이 있어도, 환경이 안되면 못하는 거고, 사람 만날 때 정 느끼고 서로 도우며 지내는 것 그것이 

인생 전부지 뭐가 더 있어. ‘삶의 의미’ 라는 그런 허황된 말 더 이상 하지 말아 ~.

(속으로 들리는 S의 소리 : 고교 때부터 늘 어떤 생각에 빠져 지내던 너는 그 때 내가 한 말-‘돈과 내 인생을 바꾸었어!’-, 

그거 아직도 이해 못하고 있지 !)

................ ..............

...............  ..............


 회고해 보건대 그 대화 당시 나는,  모범생  S 가 사회 운동 하다 감옥 시련 겪은 후 기업체 생활을 성실히 해낸 자기 삶

을,  ‘노년의 눈’ 으로 어떤 의미로 정리하고 있을까? 그것이 궁금했었다. 

순박 했던 ‘영혼의 S에게 그가 접한 독특한 환경에서 겪은 거칠고 낯선 고통 흔적들을 자신의 스타일로 정신에서 어떻

게 소화해냈는지 고유한 한마디’ 를 듣고 싶었었다.

그리고 오붓하게 대화했던 그날 S의 삶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데 어떤 학과가 유익한지 주변 누구에게도 조언 듣지 

못해, 우연히 접하게 된 학생 토론 집회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 를 힘 있게 발설하던 어떤 인물의 모습에 정신이 끌려, 출

세와 무관한 학과에 지망해 험난한 고생(감옥->군대)을 하다가, 정신을 회복하려고 목회자가 되고 싶었는데 우연히 힘들

어진 가정 형편 때문에 욕망의 길을 포기한 채 33년 회사 생활을 하게 된 전국 최고 우등생이던 S의 드라마틱한 인생사

가 내 정신에 깊은 인상으로 들어온 상태였었다. ("아, 청년 시절 우연한 만남과 선택으로 인생에 그토록 큰 변곡점이 생

겨 삶이 그렇게 자기 의지와 다르게 펼쳐지는구나! "   어느 순간.. S가 그때 느꼈을 애잔함이 내게 짙게 밀려왔다. )

그런데 연이어 경청하게 된  뜻밖의 말. “돈과 내 인생을 바꾸었을 뿐이야~” S가 단호하게 뱉던 이 한마디가 당시 내

게 뭔가 아쉽고 답답하고 온전히 수용하기 어려웠다. (세상과 진중하게 소통하던 S의 노년 영혼이 홀연 내면의 무엇에 갇

혀 과거의 어떤 감정과 생각에 그대로 '멈춰 있는' 느낌이다.)

 

(분석가는 일상에서 지인을 만날 때 결코 '정신분석의 눈' 으로 보지 않는다. 오직 주목할 불편 상황이 생길 경우만 예외적으로 그 원인을 심사숙고한다. "내가 저 친구 말의 어떤 점을 간과해서, S 마음이 홀연 불편해진 걸까?" )

반추해 보면, 서로 대화를 주고받은 두 주체인 S와 나의 삶의 심리적 배경이 꽤 달랐었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일반 

공무원 아버지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 경제적 빠듯함을 뛰어난 공부로 헤쳐오며 가족의 기대를 듬뿍 받았을 중심 인물

이던 S에겐, ‘월급을 받기 위해 성실히 사신 아버지처럼, 돈과 노동력을 바꾸는 삶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금세 이해되는 

진심 표현이었다. 어려서부터 ‘지속적 안정감' 을 주었던 보편적인 직장인 삶에 대해 구지 ‘삶의 의미’ 라는 말을 자기 

인생에 또다시 묻는 나의 언행이, (’진정한 삶의 의미’ 를 강조하던 사회학과 선배 '말'의 매력에 잠시 빠져 몰두했던 사회

운동과  뜻밖의 고생 체험 기억 흔적 때문에) 안정되었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이질적인 말’로 지각 되었을 수 있다.

독재 억압 문화가 짙던 어두운 시대에 온전한 정신성을 정립하고 가족의 기대를 실현시키고 싶었던 순박한 대학 청년이 

자기 의지와 달리 격변하는 거대 흐름에 빨려 들어가 뜻밖의 충격을 겪었을 때의 그 놀람-복잡한 감정이 내면 깊이 들어

가면 '보이지 않는 무의식이 되어 버린다. 그 때부턴 아무리 명석한 지성인도 혼자 힘으로는 '그것'을 온전히 소화할 수 없

게 된다. 

그로 인해  은퇴해 여유롭게 삶을 관조할 노인이 되었어도 대학 시절 그 불편했던 감정과 기억 흔적들이 그 상태 그대로 

남아 있어, 어떤 자극이 우연히 그것을 건드릴 때마다 내부에서 솟구쳐 정신을 민감하게 만든다.

 “‘삶의 진정한 의미’ 라는 말이 어색하고 불편하니,  쓸데 없는 그런 말 그만 두고 술이나 마셔 ~”

‘정신의 의미' 를 운운하던 자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 말에 꽂혀 실천하다 뜻밖의 시련을 겪게 되고, 원치 않는 인생 길

을 가게 된 사람에게 어떤 위로도 책임짐도 없는 세상사의 덧없음에, 머리가 백발이 된 'S 속 청년'이 느낀 (제대로 표현

되지 못한) 분노와 복잡한 감정이 한순간 그의 눈 빛에서 느껴진다.

 

참 오붓하고 짙은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S와 나 사이에는 민감한 순간 서로의 정신을 엇갈리게 하는 꽤 깊은 ‘유년기 

의식’의 다름과 공명하기 힘든 거리감이 존재한다.

 장남으로 환영 기대 받고 태어난 S와 달리, 다섯 형제의 네 번째로 태어난 나는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에 가족 내 ‘위계 

서열’, 나이 서열, 힘 서열. 집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주먹 서열, 학교에 가서도 ‘개성’을 존중 받지 못한 채 학년 서열, 주먹

서열, 공부 서열, 군대의 계급 폭력, 심지어 '진리' 추구를 표방하는 집단 에서조차 권력 서열... 끊임없이 힘의 우열을 평

가 당하고 폭력에 시달리고 대비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아이 때부터 겉과 속이 다른 이런 ‘삶에 대체 어떤 의미’ 가 있는 

것인가? 가 늘 궁금했었다. 

이런 환경에 반드시 순응 해야만 하는 것인가? 보다 가치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하는 새로운 소리, 인물은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것인가?  

이 불편한 인생 환경을 버티게 해줄 주먹, 돈, 권력 서열보다 ‘거대한 힘을 보충해주는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낼 수 있

는가?  간절한 그 욕망으로 '돈, 폭력, 권력'과 무관한 삶의 영역, 학문에 몰두했다가, 학자-종교가 집단도 그 욕구가 세속

과 다름 없음을 체험하고, 아이 때부터 겪은 그 아픔의 잔여물이 내면에 여전히 남아 있어 그걸 처리하고자 중년에 정신

분석을 찾아내 ‘무의식의 심연’ 에서, 반복되는 세상 현실의 뻔한 지루함을 잊고 살아갈 수 있었다.

 

나에게는 ‘돈’ 이 매우 평범하고 영혼 없는 기호로 느껴 졌기에, 그나마 그것과 다른 차원의 무엇을 추구해올 수 있었다. 

(잠시 느껴본 돈, 권력.  이 두 가지는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닌 경우 그 강한 기운에 전염되어, 주체성이 모호해지고, 편함

을 추구하는 자기애 상태로 정신을 퇴화 시키고, 고통을 헤쳐가며 '진실을 탐구하는 영혼' 을 마비 시킨다.) 

그래서 모처럼 관심 갖게 된  소박한 인간미 지닌 S 와 행복하게 대화하다 뜻밖에 듣게 된 ‘돈과 인생을 바꾸었다’ 는 그 

말을 온전히 소화하는데 꽤 뜸 드는 노력이 필요했다.

 

나 : (실망감 담은 말을 나를 향해 뱉던 그 S를 향해 그 순간 내 속에서  

"여보게 S. 자네와 나는 각자가 겪은 고통과 결핍, 바라고 추구하는 것이 서로 많이 다르다네.  그러니  " )

“너무 성급히 판단하지 말게. 아직 까지도 자네 말을 여전히 음미하는 중이라네.”


( 그 탁월한 지성으로 동창 중 누구보다 출세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건만, 대학 시절 우연히 접촉해 침투된 'X'(거친 '

환경 자극..)의 충격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가지 못한 안타까운 S 야. 자네의 아픈 상처와 땀이 겹겹이 응축된 그 한마

, 그 때 내 내면의 무엇이 자네 표현 속 아픔에 공감하기 두렵고 어지러워 순간적으로 무감하게 반응했는 듯 싶네.  

비록 자네 만큼 그때 그 아픔을 견디며 지내오진 못했지만, 내가 겪고 짊어저온 다른 유형의 상처와 아픔들로 이제야 나

름 이해했네.    ‘그 때 그 말' 온전히 담아주지 못해 미안해.  

자네에게 '돈'은 내가 알던 그 의미가 아니었음을.. 이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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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