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원장의 프로이드 칼럼

                               2004 ~ 2022년 사이 글 

이창재 원장의

정신분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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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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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각된 어느 시절 중요 대상에게 상처 겪은 영혼.. ]

 

A : 어. 저 놈이 내게 함부로 하네.

“야. 이 못된 새끼야 ~ 쓰레기야 ~ ”

 

[이름난 사회적 지위의 그/녀가 소리 지르며 상대를 짓 뭉게고 개 무시한다.]

 

B : 어. 저 사람이 내게 왜 저러지?!

난 저 사람에게 나쁜 감정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저렇게 심한 욕을 하지?

으아. 나도 미칠 것 같다. 저 놈/년을 죽여 버리고 싶다 ~ .

................

 

A : 아. 미치겠다. 내가 왜 이러지. 품격 망치는 행동을 왜 또 저질렀지?

아. 이건 내가 아니야. 나는 결코 그런 저질 인격이 아니야...이건 ..

도대체 나는 왜 자꾸 사소한 불편 자극에 그토록 민감해지고 불안해져서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질러대는 거지 ?

아.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네. 불안해 ~

그런데 나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것들을 많이 갖고 있잖아...

안정된 지위와 재산도 많은데...

대체 내가 왜 저질 행동을 해서, 스스로를 위험하게 만든 거야.

내 안의 ‘그 저질 괴물’의 정체가 도대체 뭐야 ~

...........................

 

기억이 가물한 어느 인생 시기. 나라는 존재가 힘없던 시절에

‘거대하게 느껴졌던 그 대상’에게 무섭게 학대 당하면,

공포에 떨던 그때 ‘그 나’는 어찌 되는가?  어디로 간 건가?

 

망각된 그 시절 공포스럽던 그 대상의 모습과 그 공포감은....내 정신 속 깊이 침잠되어, 지각 영역에서 망각된다. 

‘그 대상’이 내 인생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던 존재일 경우일수록 특히, 그 대상의 모든 것이 내 정신 깊이 ‘내사’(intro-

jection. 흡수)되, ‘내사물’로 저장된다.


[‘내사물’은 '차근히 소화하며 내면화한 동일시 대상'과 달리, 나의 중심 자아에 온전히 소화-통합되지 못한 이물질 상태

로, 내 정신 속에서 마치 ‘나’ 인양 ‘중심 인격과 다른 특성’을 발현하며 독자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 이면서 나가 아닌’ 내

적대상을 의미한다. ]

 

그렇다면 ‘내사된 그것’들 중 ‘무의식’에로 억압된 내사물은, 그 때 그 순간 이후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것은 본래의 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뭔가 불편한 자극을 받을 때마다...내 속에서 불쑥 튀어나와...‘과거에 

견디기 힘들어 섬뜩했던 그때 그 모습’을 눈 앞의 대상 또는 환경에 ‘투사’한다. 그로인해 눈앞의 어떤 대상이 과거에 나

를 학대하던 그 악마-쓰레기 같은 나쁜 대상으로 지각(환각)된다.

“이 괴물 새끼야 ~. 이 저질 년 아~”

 

‘무의식’에 저장된 그 내사물(X)과 연관된 정신 부분•정신 기능은 ‘과거 학대당할 때 그 감정’이 누군가의 영혼에 있는 그

대로 온전히 ‘담아져서’(containing) 공감되고 위로받고(holding) 이해(mentalization)되고 재해석•재경험 되는 그 체

험을 해낼 때까지, ‘성장을 멈춘 채’ 과거 그 감정-지각 상태를 삶에서 계속 반복한다.

“이 나쁜 새끼/년야 ~ 더 이상 니 놈/년에게 그때처럼 당하지 않을 꺼야. 죽여 버릴 거야~”

 

소위 사회적 관계에서 충격 주는 갑질 행동, 치명적 실수, 사소한 시비 중 섬뜩한 범죄 사건, 만성적 부부 싸움들은 그 사

람의 전체 인격을 반영하기보다, ‘학대당한 내사물’(무의식에 억압된 낯선 인격)에 기인한다.

 

그런데 일상계 사람들은 어떤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그 사람의 전체 인격을 비난’한다.

순간적 실수로 지탄받는 인물 중 상당수는 특정 분야에 몰입해 어떤 재능을 탁월하게 개발해낸 장점과 인격의 발달된 

부분도 꽤 많다. 그런데 세상 사람 상당수는 잠재된 시기심에 의해, 실수를 저지른 타인의 전체 인격을 ‘전적인 악인, 병

자’로 규정해 매장하려 든다.

 

의식이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지 못한 채 정신 깊이 각인된, 정신에 삼켜진 ‘내사물’의 인생 영향력은 꽤 대단하다.

보이지 않는 그것은 내 안에 있기에 내 인격의 일부이지만, 내가 원하는, 내가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인격 요소

가 아니다.

“저는 결코 일부러 그 사람을 상해하려 한 것이 아니에요~!

나도모르게 그 순간 그 대상에게 갑자기 증오심이 솟아....마구 욕하며 때린 거에요 

아. 무섭고 억울해요~ 그건 결코 제 진심이 아니에요. 저는 심성이 착한 사람이에요 ~

...............

 

상당수 사람은 평생 소망해온 높은 사회적 위치에 도달했을 때, 평상시와 '매우 다른’ 행동을 하곤 한다.

제멋대로 행위, 독재, 학대, 원초 자기애 행동이 무심결에 저질러진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말을 아무리 해주어도, 그의 정신에 그 말들이 좀처럼 접속되지 않는다.

“어, 예전에 저런 분이 아니었는데...권력 자리에 오르더니, 어떻게 저리 확 다른 모습이 나오는 거지? 

사람 속은 참 알 수 없어 ~ ”

 

이런 현상들이 세상에 적지 않다. 그것은 주로 그/녀가 힘없던 시절에 ‘정신 속에 삼켜진 어떤 내사물’에 기인한다. 그 내

사물은 잠잠히 자신을 숨기고 있다가, 경쟁에서 승리해 긴장이 완화되고 방어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속에서 불쑥 솟구치

곤 한다.

중심 자아의 기능과 분리된 채 내면에서 따로 작동하는 이 내사물이 괴력을 발휘하는 순간...갑자기 평시 인격

과 다른 행동(acting out)이 돌출한다.


“이제 그동안 숨죽이고 표현 못해온 ‘그것’을 (그 시절 괴력 내뿜던 ‘그 대상’처럼) 내게 굽신 대는 힘없는 대상(‘어린시절

의 나’)들을 향해 똑같이 마구 표출하고 말 거야 ~ ” 

[무의식은 자아의식에 꺼내어져 이해되기 전까지 평생 행동화-증상으로 반복된다.]

 

소위 사회에서 성공한 자리에 올랐다가 뜻밖의 실수, 행동화, 스캔들로 추락하는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유명 종교가, 교육자, 정치가, 권위자 중 상당수가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위선자 이중인격자로 지탄당하며 추락하게 되

 요인 중 하나는, 장과정에서 온전히 소화해내지 못한 채 속으로 삼켜진 그 망각된 내사물의 돌발적 괴력에 기인한

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내사물을 어찌해야 자아에 통합된 유익한 무엇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가?

인생의 성패, 행불행을 좌우하는 이것을 누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정신분석가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각기 다른 강도와 질감으로 무의식에 자리해 어둠속에서 개개인 삶을 불합리한 방향

으로 좌우하는 보이지않는 내사물과의 전쟁이다.

개개인의 정신 속에 어떤 종류의 내사물이 그/녀의 자아가 모르는 내면 한 켠에 자리잡고서 중요 순간마다...반복해서 

문제 증상을 일으키곤 하는지 분석가는 세심히 주목한다.

 

무심코 표현된 내담자의 언어와 행동 속에서, 일반상식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무의식의 징표를 찾아내어, 

숨겨진 병인(내 중심인격과 다른 이물질 영혼-병리적 내사물)을 찾아내는 작업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심연 속 그 내사물'이 의식 밖으로 그 정체를 드러내게 하려면, 방어기제들을 하나하나 이완시키거나 정신성장에 유익

한 방어유형으로 대체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의식에로 불쑥 튀어나와도 안전하게 느껴지는 분석환경-든든한 분석

가 관계가 공존해야 한다.

 

그 때 나의 자아가 감당해낼 수 없어서 무의식에로 집어넣은 그 내사물은 내 안에 계속 존재하기 위해, 치료환경을 필사

적으로 방해한다. 그런 내사물과의 전투 과정은 내담자 자신이 자발적으로 그 전투에 몰입할 수 있게 되기까지 기초 훈련

에 드는 시간이 적지 않이 걸린다.

 

그리고 그 내사물을 처리해주는 '분석가의 현존'이 또다른 현실 문제다.

이 세상에 ‘내담자가 처절하게 겪었던 형체 없는 그때 그 감정덩어리-섬뜩한 장면’을 나 아닌 타인이 대신 무의식에서 끄

집어내어 자기 정신에 수용해 대신 다시 겪어주고 대신 소화해서 변환시켜주는 (영혼의 무당 같은) 그 작업을 오랜 시간 

감당해내는 그런 분석가의 현존이 개인주의와 상업주의 문화가치관이 만연된 현실에서 얼마나 가능한 것인가?

 

견실한 영혼을 지닌 정신분석가들 중 상당수가 내담자들의 강력한 내사물들을 정신에 과도하게 수용하다가...정신 균형

이 깨지거나 정신기능이 마비되거나 불안증 공황장애를 앓거나 못견뎌 입원하거나 심지어 직업을 바꾸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본주의 가치관이 현실 도처에 둥둥 떠다니며 정신을 물들이는 이 세상에, 너무 버거웠던 상처들로 인해 (자신의 의지

와 무관하게) 성장 못한 (마비된) 인격 요소(내사물)를 섬세히 찾아 끄집어내 온유하게 품어주며 변환시켜주는 상담가는 

많지 않다. 

 

‘내사물’과의 피 땀 전투 없는 정신 성장이란 (해석되지 못한 채 망각되는 꿈처럼) 몽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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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