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원장의 프로이드 칼럼

                               2004 ~ 2022년 사이 글 

이창재 원장의

정신분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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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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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리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에 '사고에 몰두하기' 좋아하는 특이 성격의 소크라테스가 출현해, 이 물음을 자신과 사람들

을 향해 진지하게 던져댔다.  그 시대에 대중들은 사회에서 숭배 받는 권위자의 말씀(왕, 제사장-예언자..)을 감사한 마음

으로 ‘영혼에 흡입(내사)하여’ 의심 없이 영원한 진리로 '믿었다'. 그래서 자신이 당연히 '진리'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정작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진리가 무엇인가?'라고 소크라테스가 물어대자, 자신보다 탁월성(=덕)을 지닌 권위자 

말씀을 듣고 정신에 흡입해온 ‘그것의 진리성’에 관해 '주체적으로 반성'해본 적이 없는 고대 사람들은 당황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 있음을 직면하게 되자, 자신의 무식함이 타인에게 노출되는데서 오는 불편감

과 수치심을 겪게 된다.

자신의 결함이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지각되거나 세상에 노출되는 걸 도저히 못견뎌해 격노하는 자기애인격처럼, 소크

라테스와 대화 후 자존감이 상해 화가 난 일군의 사람들은 그를 '청년들의 영혼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국가 질서를 어지

럽히는 범죄자'로 고발한다. 그리고 오천명이 참여한 아테네 시민들의 민주주의 다수결 투표에 의해, 소크라테스는 유죄 

판결과 사형 선고를 받는다. 

“소크라테스는 시민들의 정신건강에 극히 해로운 나쁜 놈이다. 사악한 언변술을 지닌 그를 방치하면, 아테네 수호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조국 수호에 충성해온 젊은이들의 정신이 혼란에 빠져,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신성한 아

테네 신들의 이름으로, 신을 모독한 소크라테스 녀석은 즉시 없애야 해 ~ ”

 

쾌락을 보다 많이 즐기고 보다 사회적 성공을 이루는 삶을 목표로 지녀온 그리스인에게, 소크라테스는 그들이 현실에서 

추구하는 것은 결코 대단한 가치를 지니지 않으며, "인간에게 진정 위대한 가치는 영원한 진리에 대한 깨달음에 있다

~"고 외친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문화에서 ‘영원불멸성’은 오직 신만이 지닌 특성이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일 뿐이다. 

만약 인간이 ‘신’이 되려고 오만한 욕심(Hybris)을 지니면,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 (인접법칙에 의해) 그와 그가 속한 집

단과 도시국가 전체에 큰 재난이 일어나게 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소크라테스의 말과 행동은 정신에 내면화된 ‘전통 신에 대한 숭배심’을 뒤흔드는 혼란과 불편감을 

주는 매우 '이상한 무엇'으로 지각되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비롯해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적 안전과 정서적 친

밀관계를 도모하는 것에 별로 가치감과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오직 '영원한 진리'에 대한 깨달음과 그 진리에너지

와의 합일을 통해, 현실과 심신의 온갖 속박들에서 해방되고 싶어하며 ‘끊임없이 생각’했던  독특한 인격이다. 

 

 사형수에게 내려지는 '독약'을 마시고 감옥 침상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소크라테스는 엄습해오는 죽음 직전에 홀연 고

개를 들고 친구를 향해 유언 한마디를 남긴다. 

"여보게, 부디 내 대신 의술의 신 에스클레피오스님께 '닭 한 마리' 바처 주게!"   

고대 그리스에서 '닭'은 병을 치료해준 의술의 신께 바치는 감사 예물이다. 

그런데 그는 왜 하필 죽음 직전에 '닭 한 마리!' 말을 남긴 것인가? 

 

 시민 소크라테스는 '진리에 관한 이성적 사유 활동'에 몰입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회의 온갖 요구들(전쟁참여 의무, 납

세 의무, 정치참여 의무..)에 성실히 봉사하고, 육체의 본능욕구들을 절제하느라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그래서 '죽음을 

앞 둔 순간 그의 마음 속 심연에서 어떤 소리가 올라온 것이다. 

 

내면의 소리 : "조상 대대로 전해져온 진리를 하찮게 여기고, (아테네의 수호)신들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게 만든다며 내

게 사형 판결을 내린 아테네인들이여. 나 소크라테스는 드디어 온갖 요구들과 욕구들에 시달리던 이 세상에서 해방되어, 

그토록 염원하던 영원한 진리의 세계로 떠나가네. '죽음'이 눈앞에 있는 지금 이순간 나는 공포와 절망이 아닌, 삶을 괴롭

혀온 오래된 고통들로부터 드디어 해방되고 치유되었다는 안식감이 드네. 죽으면 '흙(지하계, 地母神)'에로 돌아간다고 

믿는 아테네인들이요. 인간에겐 '영원성을 지닌 정신'이 있으며, 영원한 진리를 꾸준히 사유해온 개인의 영혼일수록 육체

의 속박에 덜 얽메이기에 공기처럼 가벼워져 죽음의 순간 하늘에 있는 '영원한 신들의 세계'로 가게 되지 않겠는가. 

지금 이 순간 그대들과 나. 누가 '(영원한) 진리(=신의 말씀, Logos)에 가까이' 있는가! 

(친밀관계와 세속적 인생 향유를 불편해하던 인격에겐, 쾌락을 제공하는 육신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세속인의 미련과 달리, 죽음이 오히려 오랜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으로 지각된다.)

 

온갖 고통들로부터 '완전한 치유와 해방'을  이루었음을 알리는 소크라테스의 '닭 한마리' 유언은 당대 귀족재벌가의 적

손이던 청년 플라톤의 영혼을 격동시킨다. 소트라테스 유언의 강렬한 기운에 접속된 플라톤은 안락한 삶을 내려놓고 10

년간 외국을 돌아다닌 후 귀국해, 가문에서 물려받은 모든 것을 바쳐 서양최초의 인문학 학교 아카데미아를 설립한다. 그

곳을 매개로 소크라테스의 독특한 영혼과 생전의 말씀 소리가 그리스와 서양 곳곳에 전파되어, 오직 쾌락과 사회적 성공

만을 지향하던 서양인의 가치관-생활태도-삶의 목적(욕망 방향)을 무려 이천 년간 180도 바꾸게 만든다. 사형판결을 받

아 독약을 먹고 세상을 떠난 한 '이상한 죄수'의 말과 영혼이 묘하게도 서양인 대다수의 정신에 '위대한 보편진리'로 깊이 

각인된 것이다 !


 (이 세상에 없는 자가, 이 세상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영원불멸하는 진리(Logos)는 그대 영혼을 세속의 관계들과 본능들에 기인한 온갖 욕구들과 고통들로부터 영원히 해

방시켜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영원불멸성을 지닌) 진리’를 추구하고 깨달으면 정신․신체의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자연계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차별되는 '인간만의 신성한(초자연적) 존엄성'은, 진리 세계에 접속하게 하는 이성 활동과 

현실에서 진리를 실천하는 도덕능력에 담겨 있다.

 

도덕이성의 소리 :  " 육체의 만족보다 정신을 고양하는 노력이 훨씬 귀한 생명활동이다.  

인간은 신성(:영원성)을 지닌 존재이기에, 함부로 살해해 먹거나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세속 이익과 쾌락을 얻기 위해 책임지지 못할) 거짓말을 해선 결코 안 되며, 은혜를 원수로 갚아선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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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ㅂ : "대체 왜. 반.드.시. 도덕이성의 요구에 따라서 살아야만 하는 거지? "  

ㅊ : "그건 당연한 상식인데, 당신은 정말 그걸 모른단 말입니까?"

ㅂ : 과연 그런 건가 ?  상식이 곧 진리인건가?

 

 각 시대의 사람들에게 '자명한 진리'로 지각되는 주요 관념, 사유관점, 가치관점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힘

(들)에 의해 '생성'되어, (우리의) 정신에 각인, 흡수된 것인가?   

 '본래의 그것'은 오랜 역사 흐름 속에서 어떤 변형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지금 이 형태로 우리의 문화와 정신 속에 자리 

잡아, (인간 삶의) 주인 행세를 하게 된 것인가? 

 

이 시대 첨단 진실탐구자인 계보학(발생학, genealogy)자는 이 물음을 의문이 완전히 해소될 때가지 끝~까지 집요하게 

던져댄다. (이 물음을 던지는 '나'라는 무엇-내 정신성은 또한 언제 어디로부터 어떤 힘들에 의해 형성된 것인가?  

어떤 원인으로, 왜 하필 이런 물음을 집요하게 묻게 되었는가?)

 

19세기에 등장한 계보학자 니체는 이천여년간 서양의 문화와 서양인의 정신성을 지배해온 '형이상학적 진리 관점'이 소

크라테스의 한마디 유언에서 유래되었음을 발견한다.  소크라테스 이전시대 그리스인들은 신체의 힘과 사회적 권력을 

키워 현실에서 본능욕구를 한껏 충족하는데서 기쁨과 활력을 얻었다. 아울러 미적 환상과 종교적 믿음(그리스 다신교)으

로부터 안식과 자부심을 섭취하며 살았다. 그리스의 그 신화적 세계관과 생활양식이, 플라톤에게 전수된 소크라테스의 

형이상학적 세계관에 의해 일련의 격동적 과도기를 거쳐 대대적으로 대체된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마지막 유언이 인류 다수의 관심을 자연본능이 제공하는 원초적 기쁨들로부터 초자연적 정신세계에

로 몰입하게 유도한 기폭제가 되었다. 그런데 19세기 인간 니체는 그 유언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소크라테스의 유언이 과연 과거 이천년간 인류를 구원해온 최상의 선물이었는가?"

그 유언대로 살아온 인류는 결과적으로 현실 삶을 창조적으로 향유하는 '삶에의 의지'가 위축되어 병들게 된 것은 아닌

가. 그 유언은 고통에 시달리는 인류정신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현실 삶에 가치감을 못느끼게 만들어 병들게 하는 거대한 

'독 약'이었다고 니체는 해석한다. 

현실의 삶을 향유하기 힘들어 고통 받던 소크라테스의 특이한(병든) 정신성에, 본래 건강했던 유럽인의 정신이 전염되

어 무심결에 그와 동일시된 것이다.  


니체 :  소크라테스의 특이한 정신성이 압축 표현된 '닭 한마리 유언' 최면에서 벗어나 그리스인의 활력 넘치던 본래 삶

을 우리 현대인이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강력한 처방약이 필요해요~. 

영혼에 충격을 가하는 '망치의 철학자' 니체가 문화의 격변하는 과도기에서 방황하는 당대 유럽인을 향해 던진 비장의 해

독제 기능을 할 상징 기표에 귀 기울여 보자.


"진 리 는   . . . . . . .  여 자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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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