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원장의 프로이드 칼럼

                               2004 ~ 2022년 사이 글 

이창재 원장의

정신분석 칼럼


  2004~2022 현재 
공명되는 칼럼에
  댓글 가능
 

주술적 사고 IV : 경계선 사고

조회수 524

 

원시인류의 주술적사고 배경인 고대 집단무의식에서 작동하는 인접-접촉-전염원리를 현대정신분석학에선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투사동일시ㆍ내사동일시' 작용으로 설명한다. 

투사동일시는 자기 정신내면의 일부를 상대 정신에 쏘아 집어넣어, 상대의 정신을 지배 조종하거나, 상대에 대한 내 기분(마음)

상태를 상대에게 직감적으로 생생히 느끼게 해 의사소통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내사동일시는 중요 대상이 지닌 좋은 특성 내지 정신성을 내 정신내부로 흡수해 나의 것으로 만들거나 대상의 마음상태

를 즉각 쓱 파악하는 유아적-원시적 심리작용을 지칭한다.  [명리학에선 타인의 정신에 쓱 들어갔다 나오며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인간의 정신 특성을 '귀문'이라 칭한다.]

 

유아와 원시정신성을 지닌 인간에겐 이 두 정신작용이 문명인에 비해 유독 활발히 작동함을 현대정신분석학자들은 

1930년대부터 21세기 최근에 이르기까지 성격장애와 정신증자의 정신성에 대한 수많은 임상자료를 통해 밝혀왔다. 

이 정신분석학적 연구 성과를 인류학-민속학적 지식과 종합해 활용하면, 원시인류의 정신성을 이해하고 규명하는 데에 

특별한 기여를 한다.


가령 어떤 개인이 지닌 현재 정신성 상태( 발달/미발달, 왜곡..)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정신 기운을 지닌 자들

을 접촉해 가까이 관계해왔는가에 의해 상당부분 좌우된다. 가령, 악성 자기애인격자와  (실상을 모르고 가족관계나 사

관계로) 오래 접촉한 사람의 정신은, 자기애인격이 이용가치를 지닌 상대의 정신에 각인시킨 현혹하는 말들과 기운에 

전염된다. 그 결과 그의 말을 마치 '사실적 진리'인양 믿고 따르며, 그를 이상화해 내면화한 정신상태가 되어, 그의 노예상

태로 살게 된다.

“너는 무조건 내 말만 믿고 내가 시키는 대로 살기만 하면 되 ~”

“명심해라. 나 이외의 누구도 결코 믿거나 마음 주어선 않 된다.  바깥세상은 사악한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정글이란다.”

 

현혹하는 거짓말꾼인 反사회성인격과 무심코 접촉하면 그의 말에 속아 재산, 사회적 자리, 영혼을 함께 탕진한다. 아울

러 영혼을 회복시키는 조력자를 제 때 만나지 못할 경우, 반사회적인격의 기운이 내사(전염)되어 회복되기 쉽지 

않은 제2의 거짓말꾼·죄책감 없는 파괴자로 전락한다.(모방원리-전염원리)  

뱀파이어에게 물리면 제2뱀파이어가 되고, 늑대인간에게 물리면 제2 늑대인간이 되고..좀비, 에어리언, 사이비 교주, 정

치선동가, 말과 행동이 다른 엉터리 선생, 가짜상담사, 악성 인격에게 물리면...'응집된 나 없이 방황하는 인간들‘의 취약

한 정신은 정확히 ‘그 대상’의 복제물-로봇처럼 되고 만다.

 

분열과 투사(투사동일시)와 내사(내사동일시) 활동을 통해 원초적 불안 공포를 처리해온 원시인류에게 힘있는 대상에 

대한 '모방'과 '접촉'은,  안전감-생존의 질-존재감-운명을 좌우하는 너무도 민감한 인생 주제이자 과제였다. 

 

그렇다면 과학적 합리성을 익혀 독립적 주체임을 자부하는 현대인인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대상들을 주로 만나 

어떤 방식으로 관계해 왔는가?  현재 우리는 무엇과 누구와 주로 관계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우리는 혹시 우리가 가까이 접촉해온 그 대상들을 무심결에 (반성없이) 모방(내사)하며 살아오진 않았는가? 그렇다면 무

엇이 과연 진정한 '나'의 정신성인가? 나의 정체성(본질)은 무엇인가? 나는 나의 주체적 선택이 아니라 우연히 내면화된 

힘 쎈 그 분(내 영혼을 집어삼켜 군림•조종해온 드높은 그)가 원하고 요구하는 삶을 무심결에 반복하며 살아오진 않았는

가?

 

우리의 정신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미 우리가 (우연히) 접촉하거나 모방한 대상들의 기운에 무심결에 전염되

어 있을 수 있다. 그들은 이미 '나'의 의지로 벗어던질 수 없는 내 영혼의 구성물(지배자)로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자아가 미성숙하고 자립능력이 없어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했던 시절, 결핍이 심했던 시절에 짙게 접촉한 기억이 나지 않

는 대상일수록, 그것이 내면에 들어와 미치는 괴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단지 꿈에 기이한 모습들로 나타날 뿐이다. 

망각된 시절 내 속에 내사된 '그, 그것'의 파동은 평생 반복되며, 아무리 지성이 높고, 의지가 강해도,  무의식 전문가의 도

움이 없는 한, 기존 정신구조-방어구조에 갇혀 있기에, '그것'을 통제하고 대결하기가 너무도 어렵다 !  대다수 인간은 불

안과 근심을 일으키는 괴기스런  '그것'에 먹힌 채 살아간다.  단지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그 놈/년을 만난 순간부터 잘나가던 제 인생이 완전히 꼬이고 추락 했어요 !”

“그 분을 만난 후부터 무가치하고 꽉 막혔던 제 존재가 신기하게도 꽃이 되었어요! 이젠 삶이 생생하고 풍성하게 느껴져요.. ”

 

역으로 우리 역시 우리가 접촉한 대상들에게 어떤 기운을 전파시켰는지 주목해야 한다.  내가 타인들에게 발산한 그 

기운이 어떤 것인지 나는 진정 자각하는가?

 .............................


현대 정신분석가들은 원시인류의 모방주술과 접촉주술이 현대사회에서 다시 광범위하게 회귀하고 있는 현상을 심각한 

성격장애 치료 현장에서 생생히 목격한다.

그 대표 사례가 경계선인격이다. 경계선인격은 정신이 ‘분열’이 심한 유아기 '편집분열자리'에 상당부분 고착되어 있어, 

‘나’의 정체성을 하나로 응집-통합하기 힘든 혼란 상태에 종종 처한다. 그로인해 원시적 불안상태를 벗어나고자 생존적 

방어차원에서, 정신이 안정되어 보이는 힘 있는 대상에게 가까이 접촉-융합하고 그 분의 정신성을 모방(내사)하여 자기 

성을 안정화시키는 심리기능이 강하게 작동한다. 

 

경계선인격에겐 타자의 영혼을 흡입해 융합하는 원시적 내사(내사적동일시) 기제가 작동하기에, 힘 있는 타자의 특성

을 즉각 흡수해 모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울러 투사동일시를 통해 자기 영혼의 일부 혹은 상당부분을 관심 대상에게 침투시켜, 자신의 욕구에 전염되어 부응하

게 만들며, 투사동일시로 자신의 내면세계를 상대에게 비지성적-정서적으로 똑같이 체험하게 만드는 주술적 능력을 지

닌다.

자연계 정령들을 향해 자신의 소원을 전해 원하는 걸 얻어내는 원시 샤먼의 신기한 '주술'작용은, 어떤 점에서 현

대정신분석학이 규명해낸 경계선인격의 대인관계 소통과 지배 조종 수단인 '투사동일시' 작용의 기능-특성과 매우 유사

하다.

“나는 당신을 매우 사랑합니다. 이 마음과 정신자체를 그대로 당신 속에 넣어 맡기니, 부디 당신 안과 곁에 있는 저를 버

리지 말고 늘 바라보며 전적으로 사랑해 주시기 바래요 ~”

“이 못된 놈아, 니가 감히 나를 무시하고 비난하며 떠나려 들다니...니 놈의 영혼을 공포로 마비시켜 죽일 수도 있어. 어

서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빌어 이 악마 새끼야 ~ ”

  (주로 엄마의 투사동일시 기운에 공포로 압도되어, 자신의 개성을 포기한 채 엄마에 순종하며 살아온  아이인 경우 성장한 후에 내사된 전능하고 무섭게 느껴진 양육자상에 함입되어 '나 가 없는' 심각한 병리 증상을 나타낸다.)

 

투사동일시가 타자의 정신에 미치는 강력한 힘과, 타자를 자신이 원하는 데로 좌지우지한 현대정신분석학계의 수많은 

임상 연구사례들을 참고할 때, 원시시대에 '주술적 사고'의 현실적응적 효능과 힘이 대단히 보편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호랑이가 출현하는 순간 작은 동물들은 야수의 거대한 기운에 놀래서 도망도 못간 채 사지가 마비되어 꼼짝 못한다. 이

와 유사하게 원시인류도 일상에서 사람이든 동물이든 '투사동일시'(원초 기운)를 쏘아 서로 소통하거나 상대를 조종 제

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계선인격은 외부대상의 기운을 흡입해 융합하는 내사동일시 기제가 과도 작동되어, 원시인류처럼 힘있는 대상과 하

나로 융합되어 의존해 사는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길 원한다.

반면에 자신이 통제-의존하기 힘든 특성을 지닌 대상과 접촉하면 전염되어 불안정해진다. 정신이 복잡하거나 불안하고 

병약한 인간을 내사하면, 응집력이 약해 잘 깨지는 '자기'(self)와 미성숙한 유아적 자아가 그것을 감당해내기 어렵기 때

문이다. 

 

정신이 유아상태에 고착된 성격장애자 내지 경계선인격자가 정신 내부로 삼켜 모방하는 외부대상의 특성은, 결코 타자

의 '전체성'이 아니라 '부분지각한 부분적 요소'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열'된 정신구조로 인해, 그들이 내사한 타자

성은 그 대상의 부분적 특성들일 뿐이며, 그는 그것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대상에 대한 온전한 전체지각으로 소화'해내

지 못한다.  그로인해 

그의 내면에 지니고 있는 내사물들은 비록 그의 정신 안에 있는 것이지만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닌 채 이물질로서 내면

을 떠돈다. (그러다 다중인격처럼 어떤 상황에선 과거에 내사한 엄마의 특정 모습을 투사해 반응하고, 어떤 경우는 내

사된 욕하며 때리는 괴물처럼,  고상한 성직자처럼, 화사한 연인처럼, 무책임한 아비처럼...분열되어 과거 모습 그대로 보

관된 충격받은 '그것'을 투사하고 행동화 한다.)


그가 접촉해 모방했던 대상들에게서 흡수하여 (부분지각된 기억들의 조각들처럼) 떠도는 그 부분대상들은, 좀처럼 서로 

소통하거나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다. 그것들은 통합된 정신성을 지닌 성숙한 인격(지혜노인)과의 '연속성있고 다면적인 

신뢰 관계'와 그 대상을 향해 분열된 내면 '공격성의 온전한 표현' 체험 및 변형적내면화 작용을 통해서야 비로소 조금씩 

통합된 정체성을 형성하는 자원이 될 수 있다. 

 

경계선인격구조를 지닌 사람은 유아기에 양육자로부터 갑자기 분리-유기된 상처ㆍ불안에 시달린다. 그 박탈감과 유기불

안을 해소(보상, 보충)해줄 비범한 대상과의 전적인 융합(의존적 모방, 접촉)을 늘 필요로 하기에, 모방-접촉주술로 타인

을 대하고, 주술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 세상은 내가 닮고 싶고 늘 접촉하며 함께 지내는 너무도 좋은 대상('그 님')과,

내가 결코 접촉하거나 닮아선 안 되는 위험하고 저질스런 대상('그 년놈')들로 구분되지.

위험한 대상들과 가까이 접하면, 아,  내 영혼이 그들의 나쁜 영혼에 오염되고 지배당해 한순간에 덧없이 사라질지 몰라 !

그래서 내 존재와 내 소리에 온전히 관심과 귀 기울이지 않고, 내 욕구에 전적으로 부응하지 않는 정체가 모호한 대상과

는 결코 함께 지낼 수 없어.  나와 안정적으로 온전히 하나가 될래, 아니면 아예 멀리 떠나 내 기억에서 없어져 버려 ~ "

 

 놀랍게도 '유사한 것이 유사한 것을 낳고, 결과는 원인을 닮는다'는 원시 '동종(모방)원리'대로, 경계선인격구조의 엄마

는 자신과 닮은 인격구조를 지닌 자녀를 재생산해낸다. 그런데 방어기제가 작동되어 당사자는 이 사실을 전혀 지각 

못하거나 '부인'한다.  이것을 진심으로 자각하고 인정할 수 있는 자는 더 이상 경계선인격이 아니다.  

 

경계선인격은 정신이 경직되게 '분열'되어 '전체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 그/그녀는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적 사실만을 마

치 전체적 진실인양 착각하고 믿는다.  부분적 유사성을 마치 전체적 동일성인양 믿는 원시인의 주술적 사고(은유적동일

시.  심해지면 정신증적 사고인 상징적동등시.symbolic equation, concrete thinking)가 그대로 재연된다. 

 

이런 경계선인격자와 보통의 정신성을 지닌 사람이 어떤 일로 현실에서 의견 대립이 생길 경우, 그/그녀의 감정을 공감

해 달래주고, 그/그녀 견해에 전적으로 동조하지 않는 한, 어떤 객관적 상호 소통도 타협과 결실도 이루어지기 불가능하

다. 자신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조하지 않는 대상은 경계선인격에게 원시인의 심리처럼 매우 위험하고 적대적인 정령으

로 간주된다. 그로인해 그 대상으로부터 나온 어떤 진정어린 말들도 모두 독을 지닌 오염물로 지각되어 거부되거나 평가

절하 된다.

 

현대의 경계선인격은 실상 현대인의 집단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원시인류의 정신성이, 소외되고 억압되어온 과거 관점

들을 두루 포용하는 포스트모던 문화 환경으로 인해, 정체성 통합이 쉽지 않은 다원주의적 현대사회에 재출현하게 된 것

이다.

 

그래서 경계선인격자와 보통의 반성능력을 지닌 주체와의 논쟁이나 대화는, 마치 서로다른 사고관과 가치관을 지닌 원

시인과 현대인이 각자의 진실성만 반복 주장하는 양태로 계속 서로 어긋날 뿐이다. 심각한 환경불안 때문에 정신의 한 부

분이 꽉 막히고 제한된 정신구조-경험구조를 지닌 서로 다른 정신 유형들 사이의 상호보완-상호 발달적 의사소통은 현실

적으로 불가능하다.

 

현대인이 과학적 합리성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내려놓고 자신의 인류무의식과 본능 속에 거주하는 원시인의 심성(유

아의 마음)에 공명하며, (아기처럼) 접촉(분리)불안에 시달리는 마음을 (엄마처럼, 주술사처럼) 먼저 안심시키지 못하는 

한, 생산적 결실 맺는 대화는 매우 어렵다.

 

옳고 그름의 사회적 가치 기준을 잠시 내려놓고, 원시인류의 불안감을 공감하며 위로하고 달랠 수 있는 심성만이 경계선

인격자와 온전히 소통할 수 있다. 그/녀는 복잡한 상징계의 합리적 대화가 아닌 모방(동종)법칙-접촉(전염)법칙에 공명하

는 '공감 주술’ 소통을 원한다 !

 

"도대체 내 마음을 왜 그리도 몰라주는 거야!  불안하고 착잡한 그 감정과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어~ 

(단번에 내사해) 그냥 쓱 알아 채는 것이지. (투사동일시, 내사동일시, 주술적 사고 능력이 결여되) 머리 속으로 옳고 그름

만 따지는 이 꽉 막힌 답답한 지식인들아 ~”

 

 

0

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