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원장의 프로이드 칼럼

                               2004 ~ 2022년 사이 글 

이창재 원장의

정신분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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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환자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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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환자’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모를 불편한 ‘증상’을 오랜기간 홀로 짊어진 채 스스로 고통스러워 하는 자?

죄책감에 자주 시달리며,  인생을 좀처럼 즐기지 못하는 자?

다채롭고 생생한 현재 삶을 살지 못하고 늘 과거 내적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자.

'성격 갑옷'(방어)가 너무 경직되어, 새로운 경험을 전혀 수용 못한 채,  협소한 자기세계 속에 갇혀 사는 자.

자존감이 약하고 수치감이 심해 상처받을까 두려워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자? 대인관계 잘 못하는 아웃사이더 ? 

자아의 기능들이 미발달해, 생물학적 나이를 먹었어도 아이처럼 현실을 두려워하며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무능력자?

뇌기능이 손상되어 (수준 낮고 같은 말만 반복하고..) 대화하기 불편해 피하고 싶어지는 자?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불안과 ‘부정적 환상’을 타인에게 전염시켜, 정신적 오물을 경계 없이 주변에 흩뿌리는 자?

원인모를 불안에 과민하게 시달려, 함께 있으면 불편하고 골치 아픈 자?

자기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여과 없이 원초적으로 유치하게 분출하는 자?

타인에게 정신적-물질적으로 고통과 피해 주면서도 그 사실을 모두지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남 탓으로 돌리는 자?

‘스스로 자신의 병을 인정하여 병을 치료해달라고’ 정신과 진료기록에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은 ‘등록환

자’(Identified Patient. 의료보험 청구대상')? 

국가가 인정하는 정신과 병원에서 ‘정신 질환’으로 분류되는 특정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있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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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없이 국가-집단-가족의 좋음들을 자신을 위해 혼자 부당하게 독점하여 공공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 ?

꺼리낌없이 괴변과 술수를 써서 권력의 정상에 올라 독재를 탐닉하는 자? 

도덕성(초자아, 양심)이 미형성되어, 타자 배려나 책임의식이 없고, 늘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자 ?

메스컴에 자주 등장해 매혹적 언어로 대중의 정신을 좌우하며 재능을 뽐내지만, 말과 행동, 겉과 속이 너무 다른 자? 

단 한번도 타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진실되게 보인 적 없고, 평생 동안 '나' 외의 그 누구도 진정 믿어본 적 없는 자 ?   

'진정한 나'가 없어, 진실/거짓의 차이를 스스로 구별 못한 채  늘 힘있는 타인의 말씀에 의해 삶이 좌우되는 자 ? 

 재능과 노력에 비해 과도하게 출세해 보다 유능하고 성실한 타인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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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환자’란 명칭은 당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  

위험하고 두려운? 경멸스러움? 재수 없음? 이질감? 

정성을 쏟아 도움 주고 싶은? 연민, 안타까움, 호기심,...

 

현실에서 그 시대 그 사회 일반 사람이 소중하게 여겨 가슴 깊이 간직하는 핵심 의미들이 몇가지 있다. 

(진리, 선, 아름다움,  성스러움, 정의(옳음), 정상성, 자유, 창조, 영원성, 생산성, 주체성...)

그런 의미들은 어디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최초로 생성되고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천되어 현재 상태로 이 시대 사람들

의 정신에 자리 잡게 된 것인지를 세밀히 추적해 파헤치는 학문이 ‘계보학(genealogy.발생학)’이다. 

계보학 전문가였던 미셀 푸코는 <병원의 탄생>이란 저서에서 ‘정신병자’에 대한 의미 규정이 유럽에서 시대마다 달라왔

음을 드러낸다.  그에 의하면 무릇 ‘병’이란 정상/비정상의 의미와 가치를 편단 평가하는 사회적 ‘권력을 지닌 주체나 집

단’에 의해 그 사회적 의미와 가치가 규정된다. 따라서 의미를 규정하는 그 주체 세력이 어떤 특성을 지닌 누구인가가 매

우 중요하다. 그 시대와 사회에서 권력을 지닌 ‘주체의 특성’이 변화되면 ‘정상/비정상(병)'의 의미와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정신의학’이 출현하기 이전 시대에 유럽에서 '정신의 병'을 규정하는 권력 주체는 왕족과 종교집단이었다. 그리고 산업

혁명 이후부터 자본가 집단이 권력 주체로 기존 집단에 추가되었다.  과학적 합리성이 널리 알려지기 이전인 18세기까

지 서양에서 정신질환자는 정신이 당대 사회의 중심 종교-도덕과 대립되는 ‘나쁜 영혼(악마)’에 전염되어 지배당하는 존

재로 간주되었다. 즉, ‘정신 병자’라는 명칭은 그에게서 악령의 나쁜 기운이 방출되어 주위 대상들의 영혼을 전염(오염)시

켜 사회 질서를 파괴할 위험성을 지닌 악한 존재로 해석되었다.

그래서 정신질환자는 범죄자와 같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수용소에 감금되었고, 사회구성원들의 온갖 부정적 냉대와 조롱

의 대상이었다. 정신이 보통 사람과 다른 ‘정신의 병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그 순간부터 그/녀는 사회적으로 위험하고 쓸

모없고, ‘인간’ 대우를 해줄 필요조차 없는 이물질로 취급되었다. 

 

'인간'을 자연계의 모든 동물들과 차별되는 유일하게 신성한 존재로 대우하게 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20세기 중반까지 그것은 인간이 ‘영원불멸하는 완전자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신성한 정신성’(이성과 도덕성)을 지녔기 

때문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근세 산업자본주의 이후에는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는 능력'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

를 그 개인의 존재가치 등급으로 간주했다. 따라서 정신기능에 장애를 지닌 비정상성 범주에, ‘사회적 생산능력이 결여되

거나 생산성을 훼손시키는' 사회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 특성들이 추가되었다. 

 

‘정신의학’과 ‘정신병원’이 인류사회에 처음 생겨난 19세기 중엽부터는 ‘정상/비정상’을 판별하는 사회제도적 권력의 주

체가  왕족, 종교가, 자본가에서 점차 '정신과학자’ 집단으로 이전된다. 아울러 정신의학자들의 '임상 언어'(~증, ~병..)들

이 사회에서 ‘인간 정신성의 건강함/병’ 등급을 규정(진단)하고 '교정'하는 권위 있는 보편언어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 

후 19세기 말에 '무의식의 학문'인 정신분석학이 출현하자 2차대전 직후인 20세기 중반부터 수십년 동안 정신질환의 진

단분류에 정신분석학의 관점과 개념이 보편적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 경향이 발현되어 왔다.  죄근에는 자연과학의 눈부

신 발전에 힘입어, 뇌과학-유전학-신경생리학-약물학-인지행동학자의 관점이 정신 질환의 원인과 치료에 기여하는 중요 

위치를 상당부분 점유한다.

 

21세기 현대인은 하나의 탁월한 가치관, 의미, 중심 권력에 의해 인류의 정신성 일반을 보편적으로 규정하는 시대경향에

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과 의미들이 각기 고유한 힘과 목소리를 가지고 공존하면서 정신의 ‘건강성/병리성’(정산/비정상)

을 다각도로 해석하는 포스트 모던시대에 위치해 있다. 

포스트모던 환경에선 사회와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는 한, 누구나 자신이 가치롭게 생각하는 ‘의미와 관점을 스스로 생

성-정립’하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주장하고 세상을 판단 평가하는 독립적 ‘주체’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처럼 변화된 문화 환경에도 불구하고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정신의 병, 정신의 환자’라는 명칭에는 여전히 과

거시대의 일방향적인 부정적 의미가 짙게 묻어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병리적 진단 언어를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권력 

주체들이 과연 얼마나 자신의 언어사용에 대해 다면적 반성 과정을 거처 왔는지 의문이 남는다.

누가 누구를 ‘정신 환자’로 규정하고 평가할 권리를 지닌 것인가에 대해 한국의 문화는 아직 서양 지성인들이 오랜세월

에 걸쳐 거처 온 수많은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 과정들을 진지하게 추적하고 곱씹어 세심히 소화해내지 못한 상태다. 

 

‘정신 환자’라는 진단언어에는 단순히 ‘심리검사’의 주체인 임상심리학자나 생리적 뇌기능 장애를 진단하는 신경과 의사

들이 독점할 수 없는, 인류의 '목숨과 명예를 건 광범위한 정신사적 투쟁 흔적'들이 깊이 연루되어 있다. 가령 왕권시대에

서 건강한 정신성(사회의 위계적 신분계급 질서에 적응하는 정신성, 국가가 권장하는 종교적 정신성)의 기준과, 자본주

의 시대에서 건강한(경제적 합리성과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생산 능력이 많음/적음) 정신성의 기준은 상당부분 충돌한

다. 어떤 정신성이 그 사회에서 보다 건강함의 기호인가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치관과 계급들(왕족. 귀족 대 자본가) 사이

의 권력투쟁과 타협에 의해 정해진다.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된 오늘날에는 의료 전문가들의 판단관점과 사회구성원 다

수가 선호하는 가치관이 정신 건강에 대한 진단의 주요 참고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다면적 배경조건들이 정신의 ‘건강/병’ 진단 가치 기준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신의 환자’라는 말은 ‘육체

의 환자’라는 말과 달리 매우 조심스레 사용되야 한다. 과학은 엄밀한 ‘가치중립적 판단’을 지향하는 자체 특성으로 인해 

결코 ‘정상/비정상’ 가치평가 문제를 ‘종합적 관점’으로 다룰 수 없다. 이것은 과학의 한계인 동시에 장점이다.  ‘정신의 정

상/비정상’ 분별에는, “‘인간’이란 어떤 본질을 지닌 존재인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해 오랜 세월에 

걸쳐 치열한 반성활동을 행해온 인문학자(철학자, 종교가, 예술가, 역사가...)들의 노고와 업적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누가 누구를 ‘정신 환자’로 규정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주체인가?

정신분석 지식이 깊은 학자? 정신분석가? 신경생리학과 뇌과학 지식이 풍부한 정신의학자?

심리검사 자료를 판독해 진단 능력을 지닌 임상심리학자?

'인간'에 대한 여러 해석, '정상/비정상' 가치 기준에 관한 여러 이론과 관점을 오랜세월 비판적으로 반추해온 철학자?

초원적 존재(신)와 관계하는 최상의 인간 실존에 대해 고뇌해온 종교가?

국민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보건사회부 장관? 

별다른 ‘증상 없이’ 살아가는 상식을 선호하는 일반 국민들 ?

 

‘정신에 병’이 있고 없음을 분별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인 ‘증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드러난 히스테리, 강박증, 공포증, 우울증, 편집증, 조울증, 분열증 증상을 지칭하는가? 

만성적 고통이나 반복되는 증상을 전혀 지니지 않은 사람은 대부분 '성숙한 정신성'을 지녔는가?  

불편하게 느끼는 증상이 전혀 없음을 과시하면서 타인의 인격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타자의 생명에너지와 물질을 자기중

심적으로 착취하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부자유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자아기능 장애 ‘증상이 전혀 없다’고 주

장 할 수 있는 완전한(종합적 판단능력과 정신균형을 항상되게 구현하는) 인간이 과연 실재하는가?

 

인류사의 시초부터 철학과 종교가 지난 수 천년동안 거듭 주목해온 화두는 ‘인간의 유한성’이다.  

인간은 자기 욕망의 실현을 방해하고 좌절시키는 수많은 현실(정치경제, 시공간, 신체)적 한계, 생리심리적 한계를 지니

며, 아울러 명료히 지각-관찰될 수 없는 ‘무의식의 힘에 좌우되는 제약’을 지닌다.  그런데

인간은 머리로는 자신이 ‘전능한 힘을 지닌 존재’라고 상상하며 자기도취할 수 있는 거대한 욕망과 사유 능력을 지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중의 한계들에 갇혀 욕망의 좌절을 견뎌내야 하는 유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완전성에의 욕망과 유한한 현실 사이에서 심각한 심리적 괴리감과 불균형을 지닌 자연계의 특이 생명체인 ‘인간’!  

그 인간의 정신적 성숙함/미숙함을 식별하는 하나의 척도는 그/녀가 자신의 한계와 단점에 반응하는 다양한 태도에 있

다. 

 

현대정신분석학에서 '미성숙한 인간상'은 자신의 유한성을 끊임없이 ‘부인’하면서 의기양양해하는 과대망상과, 자신의 

유한성에 과민하게 위축되어 우울해하는 자기애 결핍을 지닌다.  이에비해

자아 강도(Ego strength)가 견실하고, 정신의 그릇(자기.Self)에 응집력이 있고, 정신이 균형있게  발달한 '성숙인'은 비

록 고통스럽고 불안하고 슬픈 일을 겪어 한동안 힘들어할지라도,  그 좌절로 인한 수치심과 현실에서 무능력한 한계를 직

면하여 '인정-반성-수용'하고 스스로를 '위로-애도'하면서, 현재의 한계와 대결하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창조

해간다. 

 [니체 : "환상과 편견의 도움없이, 자신의 유한한 실상을 있는 그대로 왜곡없이 대변하며 버텨내는 정도가 곧 그의 정신

성의 강약 척도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결함을 지닌 존재인지 뼈저리게 반성해보지 못한 자는 결코 타인의 ‘정상/비정상’을 온전히 이해하

고 평가할 능력을 지니지 못한다. 주로 열악한 유년기 체험들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무의식으로부터 생겨난 뜻

밖의 낯선 증상들에 담긴 (의식이 모르는) 고통과 수치감·억울함을 방어 없이 직면하여 스스로 위로해줄 힘을 지니지 못

한 그 누구도, 타인에 대해 ‘정신의 환자’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부당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겪게 될 때, 분노를 표현하는 차원에서 타인을 향해 

"이 정신이 이상한 X야 ~"라는 비난의 말을 할 순 있다. 이것은 엄밀한 ‘과학적 진단’ 명칭이 아니라, 분노를 표현하기 위

해 자유롭게 선택하는 감정언어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것은 진단 차원(객관적 사실판단)이 아닌, '정당한 보상욕구, 공격

성'과 연관된 윤리 차원(의미론)의 주제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정신 환자’란 무슨 뜻인가? 정신의학계, 정신분석학계, 심리상담학계 뿐만 아니라 너무도 많은 분야에

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이 개념은 오늘날 어떤 존재 의미를 지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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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