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원장의 프로이드 칼럼

                               2004 ~ 2022년 사이 글 

이창재 원장의

정신분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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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감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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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남을 진심으로 환영받지 못해 생긴 근원적 수치감은 영유아가 감당할 수 없기에 생존 방어가 작동되어 무의식에로 

추방(분열)된다. 그로인해 원상태 그대로 무의식에 무시간적으로 보존되어,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변형되지 않는다. 그

것은 ‘무의식’이기에 아무리 높은 지성과 강한 의지로도 결코 극복되지 못한다. 정신내면에서 무심결에 자동 작동되는 방

어 작용을 의지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그것’을 변형시켜 극복하려면, 유아가 절절히 갈망하던 좋은 양육자처럼 절대적 힘을 지닌 대상으로부터 무조

건 사랑받고 존중받는 '자기대상' (self-object) 관계를 지속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내면에 짙은 수치심을 지닌 자기애인

격은, 최초 양육자가 제공하지 못한 그 ‘전적인 사랑과 존중 경험’을 현실에서 대리보상해줄 '과대적 자기대상'(헌신적 사

랑과 봉사 대상)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사랑받고 봉사 받는 관계를 (최소 3년) 안정되게 보충해야 하는 심

리적 생존과제를 늘 갖게 된다. 

"제가 누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집착이 심해져, 우호적이던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도망가고 말아요 ~"

 

현실의 인간에게서 보충이 불가능하면, 학문, 예술, 종교에서 대리보상이 가능하기도 하다. 가령 영원불멸하는 완전 ‘진

리’와의 정신적 합일을 강조하는 형이상학에 몰입하거나, 영혼을 위로해주는 음악(영웅교향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에

너지를 얻거나, 선민의식을 강조하는 종교집단 교리에 심취해 거대자기(grandiose self)를 보충할 수도 있다.

 

영유아기와 오이디푸스기에 겪은 자존감 상처가 큰 사람은, 무의식에 격리되어 망각된 그 수치심 때문에 타인들과 진정

으로 친밀 관계하기 어렵다.  자기애인격이 타인과 진심으로 가까이 관계하는 경우는, 손상된 거대자기를 보충하기 위한 

수단적 방편이 절실할 때다. 그런데 외부의 어떤 대상이 자신의 자존감을 보충해주는 기간 동안엔 그 대상에 대해 리비도

가 부착-집중되어 관심을 갖고 관계한다. 그러다가 상대가 자신에게 맞추어주기 보다, 자신의 단점이나 문제를 건드리

는 순간, 무의식의 수치감이 치솟아 관계가 금세 깨지게 된다.

"야 이 개자식아. 누가 너에게 나를 불편하게 해도 괜찮은 권리를 주었니. 넌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지내면 되는 무엇일 

뿐이야. 확 지워버리기 전에 날 제대로 모셔봐 ..."

 

일상생활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할 권력을 쥐고 있는 중요 대상과의 관계는, 무의식에 잠재된 어릴 적 양육자와 아기 사

이 관계와 유사성을 지닌다. 그로인해 현재의 그 대상은 실재가치보다 유난히 큰 심리적 가치를 지닌 양 지각된다. 아울

러 자신의 존재가 마치 유아 때처럼 ‘또다시 그 분에게’ 존중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한다. 아울러 오이디푸스기에서처럼 사

랑하는 대상에게 사랑 선택 못 받는 매력 없는(거세된) 존재로 전락할까봐  정신이 예민해지게 된다. 

”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왠지 늘 신경이 써져서 편치 않아요 ~“

 

그러다 그 대상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나 일이 생길 경우, 무의식에 잠재된 수치감이 치솟아 정신이 균열되고, 

견디기 힘들어져 외부로 acting out (분노 폭발..) 하거나, 그 대상을 평가절하하며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수치감을 

자극할 위험성을 지닌 대상은 미련 없이 관계를 단절하곤, 곧바로 망각하게 된다.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평가 당하진 않을 거다. 오히려 내가 너희를 평가한다. 모든 관계의 주도권은 내가 쥐고 말거야 ~"

 

 자기애인격자는 '유년기에 양육자에게 헌신적 사랑받음이 결핍되어, 자부심 그득한 거대자기가 온전히 형성되지 못한 

존재다. 그로인한 자존감 상처와 수치심으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조차 ‘거대자기’에 계속 집착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나는 누구에게도 무시당해선 안 되는 대단히 존귀한 분이란 말이야. 이 개자식들아~”

 

그로인해, 그의 리비도가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 부착•집중되어 있기에, 타인에게 온전히 관심을 주거나 베풀 수 없다. 그

는 타자 공감과 정서 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미발달되어, 이내 주위대상들로부터 따돌림 당하게 된다. 결국은 최초 양육자

에게 수치당한 그 상태가 대인관계에서 반복 재현되는 것이다.(“전혀 원치 않는 애가 태어났네, 아, 안 보고 싶다 ~”) 그

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거나 창피(부정적 평가)당하지 않기 위해, 보통사람보다 열심히 노력해 돋보이는 어떤 능력을 

개발하거나 주목받는 '스펙'을 갖추어 버텨내곤 한다. 

“난, 옥스퍼드대학 박사이시다. 난 인류운명을 좌우할 특별 이론을 창립한 분이시다 ~”

 

상처받지 않기 위해 타인을 진심으로 믿지도 사랑하지도 않고 약점을 숨기고 장점을 과시하며 방어하는 자기애인격의 

방어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인가? 

자기애인격은 보통사람보다 외적으로 뛰어난 무엇을 드러내곤 한다. 그런데 바로 그의 견고한 방어로 인해 무의식의 수

치심이 현실 관계에서 온전히 해소되지  못하는 난관에 봉착한다. 그는 그 응축된 수치심 때문에 정서발달이 막혀, 보통

사람보다 정서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굴레에 갇힌 존재다.

“뭐가 어쨋단 말이야...세상이 왜 이리 X 같냐 ~ 제기랄 ...아, 내 맘대로 살고 싶어 ~ ”

 

그/녀가 운 좋게도 이상화대상을 발견하여 그 대상과 온전히 관심 받고 존중받는 관계경험을 보충한다면, 유아적 '과대 

자기' 고착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녀는 일차적으로 영유아기 모성 관계 결핍으로 인해 여전히 타자관계에서 

모성에너지 보충을 필요로 하는 자기애(자기중심)적 관계 환상에 고착되어 있다. 그로인해 자신이 닮고 싶은 이상화대상

과의 현실 관계 경험이, '부분지각'(주관적 지각) 내지 '피상적 관계' 차원에 머물게 된다. 

 

결국 이상화대상과 진정한 관계를 맺지도 내면화하지도 못해, 성공한 인물이 되기 직전에 예측 못한 좌절을 겪어 초기 수

치감을 반복 경험하게 된다. 아울러 자기 정신의 취약성이 타인에게 노출되어 수치 당할까봐, 타인을 진실로 믿지 못해 

홀로 고뇌하는 외로운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오늘날 개인주의 문화에 만연하는 자기애인격의 정신구조는, ‘겉으로 잘나고 늠름한 자기’와 더불어 ‘속으로 수치감에 당

황하는 유아적 자기'로 분열된 이중성을 지닌다. 그/녀는 자신의 취약한 무의식을 무심결에 ’부인‘하며 자신과 세상을 버

텨내는 고독한 자기도취자다.

 

" 나는 결코 상처받지 않아. 하찮은 너희들은 위대하신 나를 결코 상처 줄 수 없어 ~ "

 


[<강박신경증과 자기애인격> 과목 참조하면 보다 체계적 이해와 치유 길이 열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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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