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원장의 프로이드 칼럼

                               2004 ~ 2022년 사이 글 

이창재 원장의

정신분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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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감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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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정성스레 대하는 느낌이 안 들면, 상대의 사소한 말과 몸짓에도 모욕감과 분노가 일어나요 ~"

 

“제 삶을 좌우하는 주도권 쥔 대상과 관계할 때마다 왠지 민감해지고, 인정받지 못할 때 수치감이 솟구쳐 관계를 망치곤 

해요.    중요 대상과 좋은 관계 맺고 싶은데, 수치심이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부적절한 수치심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어떤 사람이 유독 수치심에 민감해지는가?

 

'자존감'이 정신건강의 근본토대로 작용함을 임상사례에서 거듭 확인한 정신분석가 H. Kohut 은 만성적 자존감  결핍의 

뿌리가 어디로부터 형성된 것인지 수십년간 세세히 탐색했다.    그런데

'무의식 심연'에서 삶을 좌우하는 '그것'의 기원은 명료히 관찰되거나 기억되지 못한다. 

분석가는 내담자의 꿈이나 자유연상 자료들을 매개로 '그것에 근접해 그것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자존감 결핍으로 인해 불합리하게 불편해지는 대인관계들과 심리상태가 '정신 구조'차원에서 반복되는 사람들이 현대사

회에서 적지 않다.   그들의 정신 현상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 Kohut 은 기존 정신분석학계가  주목 못한 새

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자존감이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하는 성인 내면에 잠재된 수치심의 그 뿌리는 '정신 구조가 최초 형성되는' 출생 순간

부터 시작된다. 


[ 라깡은 태아가 임신되는 그 순간 엄마의 욕망과 아버지의 욕망이 어떠했는지부터 주목한다.   복잡한 사회적 상황(상징

계) 속에서 생활하는 어머니, 아버지 각각이 진심으로 원해서 임신된 태아였는가를 특히 중요시한다.  즉, 그시대 그 사

회 그 세대 상징계 상황과 연관해 부모의 무의식적 욕망이 이미 새 세대 아기의 무의식에 침투되 모종의 영향을 미친다

고 본다.  

" 나는 나 같이 불행한 삶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임신도 싫고 아기를 결코 낳지 않을거야 ~" 

"아, 이제야 비로소 생활 환경이 안정스러워졌구나.  이젠 자식을 낳아 평안하게 키울 수 있을 것 같구나 ~ " ]  


자궁 속에서 지내다가 세상에로 갓 태어난 아기가 최초 양육자로부터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대상으로 존중

(환영) 받지 못하면 그 아기의 기분은 어떨까? 아기의 정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엄마의 무의식'이 태어난 아기를 원하지 않거나 존귀하게 느끼지 못하면, 아기에겐 자기존재가 무시되는 듯한 근원적 수

치감이 생성된다.  이 수치감은 성인조차 감당하기 힘든 너무 불편한 감정이기에, 유아는 이 감정에 대해 생존본능적 방

어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최초 수치심은 가장 강력한 방어인 '분열'기제에 의해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잡게 된다.  '원초 수치감'이 방

에 의해 의식 아래로 추방되었기 때문에, 유아의 의식에는 수치감이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아울러 유아는 

주어진 현실에 그럭저럭 적응하며 지낼 수 있게 된다. 

 "내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참 훌륭한 분이시다.  이 거룩한 분이 기분상하지 않게 조심조심 최선을 다하며 살거야..."


2차 수치심은 오이디푸스기와 초등학교 입학 초기에 생겨난다.  그 시기 아이가 자신이 닮고 싶고 되고 싶은 이상적인 

든든한 부모상을 경험하지 못하면,  그 아이 정신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우연히 유독 그 시기에 부모가 힘든 일을 겪어 아이에게 실망스런 행동을 보이거나, 관계를 외면하거나 부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어찌되는가?   


그 아이는 '세상과 나'를 안전히 매개해주는 탁월하고 든든한 이상화대상'을 동일시해 내면화하지 못했기에, 세상에 대

처할 수 있는 '농축된 부모 에너지'를 정신내면에 지니지 못하게 된다.  그로인해  세상과 관계할 때 어찌 대해야 할지  몰

라 어리둥절해 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위축되고,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이상화부모가 오랜세

원 소화해 전해주는) 정체성과 존재가치를 온전히 지각할 수 없게 된다.

" 아, 저는 이 세상이 이상하고 낯설어요.  내 부모가 그렇게 느껴지듯이...이 세상도....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고...불편해요 ~ "

" 몇년동안 인터넷보고 게임하며 혼자 지냈어요.  책을 자주 보지만,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요...."


이런 1차, 2차 수치감의 파노라마, 유형, 비율은 개개인마다 꽤 다르다.

 

[Freud는 수치심의 근원을 첫째, 구강기에 엄마 젖가슴 체험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전능감 상실)

 둘째, 항문기에 배변훈련을 너무 조급히 위협적으로 강요받은 것.(통제당한 수치감, 창작물-변 상실감) 

셋째, 남근기(오이디푸스기)에 ‘어머니-아버지-나’ (+형제자매들) 3자관계 사이에서 이성의 부모(최초 성대상)로부터 매

력 있는 사랑대상으로 온전히 선택받지 못한 상처 때문으로 본다. ]

 

영유아기에 엄마에게 온전히 존중(무조건적 사랑) 받으면 '거대 자기'(Grandiose Self)가 형성되어, "나는 태어날 때부

터 대단한 존재야"라는 자존감(전능감)이 두둑해 진다. 그로인해 세상이 자신을 향해 어떤 부정적 평가자극을 쏘아대도, 

‘자기’가 깨지지 않고, 좀처럼 수치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이 유년기 '거대 자기'는 성장 과정에서 이러저런 좌절과 한계 경험들을 거치면서 점차 '성숙한 현실자아'로 대체되어, 

거대자기 충족과 과시에 연연해하지 않게 된다.  유아의 거대자기(자아전능감정)에서 벗어나, 타인들과 외부현실의 힘

과 가치를 두루 지각하는 현실자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건강한 정신성장의 표상이다.

 

그런데 인간사에는 의지로 통제하기 힘든 이러저런 요인들이 존재하므로 뜻밖의 일들이 빈번히 일어난다. 가령 부모 각

자의 정신적 결함과 상처, 복잡한 가족사, 환경 재난 때문에, 출생 순간부터 엄마가 자식에게 온전한 관심과 돌봄을 몇년

간 쏟기 어려운 상황들이 참 많다.  그 경우 엄마에게 온전히 돌봄받지 못한 그 유아의 정신성은 어찌되는가?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게 그리 중요치 않은 무엇인가? 라는 회의감, 수치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그 감

정에서 벗어나고자 (그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강력한 방어 '분열'이 자동 작동된다.

그 결과로 그 수치감은 평상시 의식에 더이상 지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무의식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 수치감은 외부 인간관계에서 해소될 길이 차단되어, 내부에서 점점 부패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외부의 어떤 (사소한) 부정적 자극에 의해 건드려지면, 그때마다 이 세상과 타인에 대해 왠지모르게 무

시당하고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부정적 생각과 불편감이 속에서 일렁이게 된다.

  [무의식은 아무리 지능이 높고, 의지가 강해도, 개인 스스로의 힘으론 결코 직접 접촉할 수 없고, 변화시킬 수 없다.]


아울러 현실을 객관적으로 지각하는 현실자아 대신에, 나이가 꽤 들었음에도, 위축되는 자존감을 보충하려고 유아기의 

'거대자기'를 계속 활성화해 남용하게 된다.  자기도취감을 유지시켜주는 거대자기를 보충하지 못하면, '나'라는 존재

가 태어날 때부터 겪은 무시당한 흔적과, 수치감, 무가치감이 엄습해 기분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 이 무리 중에서 ㄴ ㅐ ㄱ ㅏ 가장 대단한 인물이란 말이야 ~  귀인을 제대로 못알아보는 이 하찮은 것들아 ~ "

" 나는 평범한 너희들이 갖지 못한 걸 갖고 계신 특별한 분이란 말이야 ~"


[수치심 I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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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