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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과 연관된 (꿈, 예술작품,  신화, 증상론, 병인론, 치료기법)  논문 및 특강 자료를  세상과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각 자료  독서 후 유익함이 있을 때  감상문 올리면  저자와 심층 대화가 열릴 수 있습니다.

분노의 유형과 기원...

관리자
2020-02-15

 

특 집

감성의 인간학 Ⅰ―분노

가톨릭대학교 인간학연구소

󰡔인간연구󰡕,제19호(2010/가을)


분노의 유형과 기원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


이 창 재

(프로이드정신분석연구소‧철학&정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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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노의 양태

2. 병리적 분노의 유형과 특성: 신경증, 성격장애, 정신증

3. 분노의 기원: 프로이트로부터 현대정신분석에 이르는

주요 관점들

4. ‘기원’에 대한 논점

5. 분노 극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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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노의 양태


인간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양태로 분노를 표현한다. 그 이유를 숙고하고서 타인을 향해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의식의 분노가 있고, 자신도 모르는 힘들에 함입되어 우발적으로 분출되는 무의식의 분노도 있다. 외부로 분출하면 금세 해소되는 일상의 화냄이 있고,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시기․증오도 있다. 개인마다 양태가 다른 이 ‘분노’는 표현되는 맥락에 따라 그것에 부여되는 가치가 매우 달라진다. 상처 입은 영혼이 ‘대상’을 향해 자기의 존재․욕구․고통을 온전히 존중하고 공감해 달라는 호소의 맥락일 때는 자아 성장에 기여하는 가치를 지닌다. 반면에 ‘좋음’을 지닌 대상과 관계들을 표적삼아 시기 증오하는 감정과 행위일 때는 반사회적 정신성의 표상으로 비난된다. 그런데 우리는 수많은 분노 현상들 중 어떤 분노 양태에 대해 어떤 기준과 관점에 의거해 건강하다/병리적이다, 좋다/나쁘다 등의 의미 구분과 가치평가를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철학, 신학, 심리학, 의학, 사회학, 역사학, 인류학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과 ‘가치’를 조망하고 종합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 종합작업에 기여하기 위해 필자는 이론연구와 임상작업을 병행하며 인간 내면을 탐구해 온 ‘정신분석’이, 지난 백여 년간 규명해 낸 병리적 분노의 유형과 특성․발생 원인을 초점화해 명료화할 것이다. 이 작업엔 논란이 되는 현상의 ‘기원’을 정밀 탐색하는 발생학(genealogy)적 관점과 ‘정신의 발달과 퇴행’이라는 ‘발달론’ 개념을 기본도구로 활용할 것이다.

정신분석은 일반 학문들에 비해 주체의 정신성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힘인 욕동(drive)과 정서(affect)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중에서도 주로 죽음욕동(파괴욕동, 공격성)과 연관된 ‘분노’는 그것을 ‘통제’하는 능력 정도에 따라 주체의 자아발달 위계를 진단하는 주요 정서로 주목되어 왔다. 분노는 부정적 자극을 준 현재 대상에게 (과거 중요대상에게 지녔던 무의식의) 불편한 감정들을 투사해 타자를 파괴하는 활동, 대상이 지닌 ‘좋음 자체를 파괴’하는 시기심, 죄책감과 자기처벌 등등의 다양한 양태를 드러낸다. 개인의 정신에는 유아가 지녔던 원초적 정서로부터 성인의 사회적응적, 주체적 정서 유형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정서 발달 흔적들이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주체가 내면의 ‘그것들’을 성찰하여 통제․활용하느냐, 원인을 모른 채 고착․지배되느냐에 따라 이후의 정신 발달에 심대한 차이가 생긴다. 아울러 ‘무의식’에 대한 관심과 해석 능력 차이에 따라, 분노에 좌우되는 삶의 비율과 질(주체적/유아적)이 매우 달라진다.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주로 자아에 통합되지 않은 무의식의 분노가, 타자를 향해 투사되고 변형없이 행동화되는 경우다. 이런 개인들은 정서와 자아의 발달상태가 원시적․유아적 상태에 고착되어 있다. 연약한 자아강도(Ego-strength)와 미성숙한 자아구조를 지닌 개인은 자기 내면에 ‘불편한 정서’가 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직면․견뎌낼 능력이 없다. 그래서 분열(splitting)․부인(denial)․투사(projection) 방어를 작동시켜 내부의 분노에 대한 자아의 지각을 차단한다. 이런 상태가 ‘구조화(성격화)’되면 자신의 분노행동이 자신이 아닌 타인에 기인된 것인 양 왜곡 지각되며, 자신의 분노가 이질적인 무엇이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지각되는 ‘자아동조’(ego- syntonic) 상태가 된다. 그로 인해 분노를 비롯한 유아적 정서들은 자아에 의해 수정․보충되거나 ‘발달’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내면에서 평생 ‘그 상태로’ 지속․반복된다. 그 분노는 주로 자신이 안전하게 좌우할 수 있는 힘없는 대상들에게 전치되어 분출되며, 때로 ‘원 대상’이나 그 대리자인 권위자를 향하기도 한다. 그들 자신이 권력자가 될 경우 히틀러, 폴포트, 빈라덴, 부시 등등처럼 ‘신’ ‘도덕적 심판’ ‘국가 명예’ 등의 고상한 이름으로 무의식의 분노를 엉뚱한 타자에게 ‘전치’ ‘투사’하고 행동화해 엄청난 희생양을 만든다(전쟁, 테러, 자연파괴).

분노가 지닌 보다 근본 문제는 내면세계를 황폐화시킨다는 점이다. 분노가 외부로 적절히 승화되어 표출되지 못한 채 내향화되면, 정신을 발달시키는데 기여하는 과거경험들의 기억흔적과 정신활동들이 파괴되고 마비된다. 그 결과 정신내부에 좋은 내용물들이 부재하여 공허감․무의미감에 빠지게 되고, 정신기능이 잘 작동되지 않아 현실의 요구들에 대해 무기력하고 멍한 상태가 된다.

이처럼 내면세계와 외부세계, 자신과 타자를 파괴하는 해로운 분노가 인간 내부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분노와 대결해 분노를 통제하고 분노에너지를 창조에너지로 전환하려면, 무엇보다 의식에 드러난 분노현상의 배후에 숨겨진 분노의 심층 원인들을 세세히 음미해야 한다. ‘분노의 기원’들을 심층 인식한 사람만이, 성격화(구조화)된 만성 분노를 지닌 자들이 분노하는 ‘진짜 대상’이 누구이며, 병리적 분노 표출이 세상을 향해 전하고 싶은 심층 메시지가 무엇인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우리 삶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병리적 분노의 유형과 특성을 살펴보자.


2. 병리적 분노의 유형과 특성: 신경증, 성격장애, 정신증


보통사람의 화․짜증과 대비되는 병리적 분노 유형은 신경증자의 반복되는 자기처벌 증상, 성격장애자의 타자파괴적인 증오(hate)․격노(rage), 정신증자의 정신기능 파괴(분열, 마비) 현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출생 직후부터 정신기능의 형성과 발달과정을 관찰․연구해온 발달심리학 자료를 정신분석 관점에 종합하면, 앞의 구분은 다음과 같이 재정리할 수 있다. 즉, 현대인의 정신내부엔 신생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는 정신(분노)의 정서적․인지적 발달 흔적이, 정신증→성격장애→신경증 요소로 개인마다 다른 비율로 보편적으로 잠재되어 있다. 무의식에 잠재된 이 요소들은, 현실의 어떤 자극과 우연히 결합되는 순간 활성화되어 의식 위로 치솟으며, 그때 현실에서 다양한 양태의 돌발적인 병리적 분노가 표출된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가 신경증(neurosis), 성격장애(character disorder), 정신증(psychosis) 각각에 담겨 있는 분노의 특성과 기원을 세세히 이해한다면, 그로부터 ‘인간’ 삶에 문제를 일으키는 병리적 분노들의 다중 원인들을 하나로 꿰뚫는, 인류의 정신성에 관한 인간학적 성찰과 전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병리적 분노와 대비되는 정상적 분노의 특성과 의미도 명료화될 것이다.


1) 신경증


가장 문명화된 병리 유형인 신경증은 어떤 분노 특성을 지니는가? 신경증자는 보통사람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강하게 고착된 자다. 그/그녀의 무의식에선 아동기(오이디푸스기)의 이성(異性)의 부모에 대한 강렬한 성욕동과 성환상이 역동한다. 아울러 그 욕망과 태도를 엄하게 꾸짖고 금지하는 ‘아버지의 규범요구’에 대한 분노와 거세불안이 존재한다.

오이디푸스기의 아동은 엄마와 융합된 2자관계 속에서 살다가 엄마 아닌 강력한 제3의 존재(아버지)가 있음을 최초로 생생히 지각하게 되는 3자관계 상황에 진입한다. 그(남아, 여아)는 자신의 본능욕구가 뭔가 갑자기 달라진 환경 속에서 부모의 불편하고 낯선 요구와 충돌해 좌절되는 것에 매우 당황스러워한다. 그리고 욕구충족의 좌절로 인해 고통스런 자신을 배려하기보다, 제3자의 요구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하는 어머니에 대해 실망, 분노, 애증감정이 치솟는다. ‘어머니-아버지-나’라는 삼각 구조의 경쟁적 애정관계에서 소외당했다고 느끼는 아동의 분노는, 주로 불만 표현이나 ‘환상 속 공격’으로 표출된다. 아울러 그 공격과 연관해 부모에게 보복․징벌당하는 거세환상과 거세불안이 생겨난다. 그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동은 분노를 ‘억압’하고, 동성의 부모를 ‘이상화 대상’ 삼아 동일시하고 ‘아버지(부모)의 말씀’을 수용해 내면화한다. 그 결과 ‘부모의 말씀’과 특성을 대변하는 새로운 정신조직인 초자아가 형성되며, 그 후부터 오이디푸스 욕구와 그것을 연상시킬 가능성을 지닌 표상(생각)들과 그것에 부착된 정서들에 대해 광범위한 억압이 심리구조적으로 작동된다. 무의식에 억압된 오이디푸스 감정과 표상들은, 내부심판자(초자아)에게 가혹하게 징벌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결코 의식계로 직접 분출되지 못한다. 대신 꿈, 실수, 비합리적 습관, 신경증 증상 등으로 ‘변장되어 표출’된다. 신경증 증상들은 분노의 본래 내용과 분노스런 ‘그 대상’을 결코 의식계에 직접 드러내지 않으며, 주객전도시키거나 반동형성시키며, 자신을 죄책감과 자기처벌 상태 속에 만성적으로 시달리게 한다. 신경증자에게 증상들이 반복되는 주원인은 부모로부터 소외당했다는 오이디푸스기의 상처와 분노․오이디푸스 욕구가 해소되지 못한 채 억압되어 무의식에서 지속되기 때문이다. 억압된 무의식의 분노는 본래의 표상과 정서에서 멀어진 ‘변장된 양태의 증상’으로 표출되므로, 신경증적 주체는 자기 증상의 원인과 본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증상적 고통을 반복하게 된다.

신체에 고통스런 경련과 마비를 일으키는 히스테리의 신체증상, 이익도 즐거움도 없이 비생산적인 강박사고와 강박의례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증 증상, 사소한 대상․상황에도 원인모를 공포를 느껴 회피하는 공포증 증상에는 오이디푸스 욕구와 그것의 좌절 상처와 연관해 억압된 분노․거세불안이 숨겨져 있다.

신경증자는 기본적으로 성욕동과 자아의 경험구조가 주관중심적인 ‘자기애 단계’를 넘어 ‘대상’(타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닌 단계로 발달한 존재다. 단지 오이디푸스 욕구를 ‘도덕의 눈’으로 늘 견제하는 초자아 기능이 유난히 비대하다. 그로인해 그/그녀의 억압된 무의식적 분노는 차마 ‘원래 대상’이나 타자를 향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못한다. 그/그녀는 내면화한 ‘최초 성대상’(이성(異性)의 부모)을 향해 무의식의 내밀한 애증 양가감정과 갈등에 시달린다. 그리고 자아를 탈진시키는 그 갈등상태를 벗어나고자 ‘전환’ ‘반동형성’ ‘전치’와 ‘회피’ 등의 방어기제가 의지와 무관하게 자동 선택되어 작동된다. 그 결과로 분노감정이 ‘그 대상’ 대신 자기 몸을 공격해 신체고통(마비)으로 ‘전환’되거나(히스테리), 비난하는 대신(반동형성으로) 지나치게 효도하거나(강박증), ‘그 대상’이 전치된 엉뚱한 대상․상황에 공포를 느껴 회피한다(공포증).

신경증자의 무의식에서는 이처럼 오이디푸스 분노와 공격환상이 그것을 비난하는 초자아와 짝을 이루어 강하게 역동한다. 그로인해 불만과 더불어 작은 실수에도 마치 ‘큰 죄’를 저지른 양 민감한 죄책감을 느끼며, 초자아의 징벌을 극도로 두려워해 스스로 자기를 처벌하는 증상상태에 처한다.

신경증의 경우 분노의 피해자는 주로 증상의 고통과 불편함을 직접 감당해야 하는 주체 자신이다. 신경증자는 내적 심판자(초자아)의 활동이 왕성하기에 타자에게 좀처럼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못하며, ‘아버지 말씀’의 표상인 도덕규범들을 답답해하면서도 그것을 어기는 실수를 좀처럼 행하지 못한다. 외부의 강한 유혹이 주어질 경우 기껏해야 억압된 성욕망을 해소하려는 우발적 금기일탈 정도일 뿐, 분노의 방출과 연관해 타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타자를 잔인하게 파괴하는 행동을 결코 하지 못한다. 신경증자는 억압된 욕동들, 외부세계의 냉정한 평가 시선, 거세불안, 초자아의 가혹한 징벌 불안, ‘거세’를 피하려는 자아의 방어 등이 다중으로 고려된 ‘타협적 증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증상을 통해’ 오이디푸스기에 부모 관계에서 좌절된 금지된 성욕동과 분노를 한꺼번에 분출한다. 그런 신경증 증상에는 좌절된 욕구에 대한 원래의 분노가 고도로 변장된 방식(전치, 압축)으로 표현되어 있기에, 그 내용과 의미를 온전히 직면하고 ‘해석’하려면 정신분석의 도움이 필요하다.


2) 성격장애


성격장애는 유아기(前오이디푸스기)에 지속된 견디기 힘든 나쁜 환경(모성관계 부재)에 적응하기 위해, 대상(외부세계)에 대한 관심과 관계로부터 철수해 ‘자기’에게 몰입하는 성격구조를 지닌다. 그로 인해 리비도․자아가, 대상에게 부착되어 관심과 욕망을 갖는 대상사랑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거나, 규범요구를 하는 아버지를 동일시함으로써 형성되는 초자아를 온전히 형성하지 못한 상태다. 그 결과 이들의 분노 양태는 자기 외의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원시적 파괴성을 지닌다. 본능욕동들과 원초감정들을 외부세계(현실, 타자)의 상태와 요구를 고려하여 적절히 통제․변형하는 자아와, 금지하는 초자아 능력이 미발달했기에, 이들의 파괴욕동과 분노는 변장․변형없이 직접 외부세계로 분출된다. 그로 인해 현실세계에서 타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고통스럽게 만드는 상황을 반복해서 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자신이 일으킨 문제에 대한 자아의 자각이 모호하며, 죄책감도 모호하다.

성격신경증자들은 엄마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유아기에, ‘모성적 관계 경험’이 심하게 박탈된 상태에 적응하기 위해, 견디기 힘든 불편한 경험표상과 감정들을 정신의 한쪽에로 ‘분열시킨 성격구조’를 형성한다. 그로인해 유년기 엄마의 부정적 특성 내지 고통스럽던 유아기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을 받을 때마다, 무의식적 분노가 재활성화되어 외부로 투사하거나 ‘부인’(denial)한다. 그것의 결과적 유형과 특징은 각양각색이다.


3) 정신증


정신증자는 욕동들의 직접적 충족을 금지하는 ‘아버지의 이름’이 ‘폐제’(foreclose)되어, 상징규범들을 인식하지도 동일시해 내면화하지도 못한다. 그 결과 아이를 원초적 욕동과 엄마에 융합된 상태로부터 ‘분화’시켜 ‘자아 이상’들을 담지한 상징계로 나아가게 하는 기능을 하는 초자아가 형성되지 못해, 분노를 비롯한 충동들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리고 주관객관의 경계가 모호하기에, 분노를 직접 표출해 외부대상들에게 치명적 손상을 입혀도, 자기 행동이 어떤 문제를 지녔는지를 상징계적 의미로 이해하지 못하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악성 성격장애자와 정신증자는 본능욕동과 원초적 환상에 함입된(incorporate) 상상계와 아버지의 금지명령과 더불어 작동하는 상징계적 현실 사이의 경계 구분이 모호하다. 이들은 유아기의 최초대상 관계가 과도 박탈됨으로 인한 원초적 분노와 그것에 대한 원시적 방어(분열․부인․해리․투사)가 성격 구조화되어, 내면의 분노를 자각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분노행동을 자연스런 무엇으로 느끼는 ‘자아동조’ 상태에 있다. 그로 인해 자기 분노의 불합리성과 타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좀처럼 직면하거나 자기 반성하지 못한다. 경계선 성격장애, 반사회성 성격(악성 자기애), 편집증적 정신증자의 정신내면에는 자신에게 자각되지 않는 원시적 분노가 가득하다. 이들은 선천적 파괴욕동과 부정적인 내적 대상(환상)들을 정신의 한편에 ‘분열’시켜 (내부)저장하고, 외부대상에게 투사․투사적 동일시로 분출해 집어넣어 (외부)저장하며, 해리상태로 분노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그런 삶의 양태가 이미 자아동조 양태로 성격 구조화되었기에, 자신의 행동이 병리적임을 좀처럼 인식하지도 극복하지도 못한다.

신경증자는 ‘억압’으로 인해, 성격장애자는 ‘분열, 투사, 부인’으로 인해, 정신증자는 ‘분열, 폐제’로 인해 각각 자신의 분노를 온전히 지각하지 못한다. 그로인해 자아에 ‘통합’되지 못한 채 무의식에 보관된 그 분노는, 변장된 자기 처벌적 증상으로 분출하거나(신경증), 대상에게 투사되어 대상파괴적인 성격태도로 분출되거나(성격장애), 정신내면과 외부세계를 연결시켜 관계맺게 하는 인지적․정서적 연결고리들과 정신기능들을 무한정 파괴․마비시킨다(정신증).


3. 분노의 기원: 프로이트로부터 현대정신분석에 이르는

주요 관점들


병리적인 분노들과 대결하려면 무엇보다도 분노를 일으키는 숨겨진 원인들에 대한 치열한 탐색과 인식이 필요하다. 의식에서 ‘분열, 억압’되어 무의식에서 삶의 기분을 좌우하는 무형의 힘들을 직면․성찰할수록, 그 힘들을 자아에 통합하여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인간관계와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주체 자신의 내면조차 황폐화하는 모든 증상에는 다중의 원인들이 복합되어 있다. 그 여러 요인 중에서 무엇이 중심/주변 요인인지는 개인의 정신구조(임상구조)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병리적 분노의 기원에 대해 종합된 인간학적 전망을 지니려면, 주요 정신분석학자들이 특정 정신병리 유형 치료과정에서 발견해낸 ‘분노의 무의식적 원인’들을 다중으로 인식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신분석 역사에 부각된 ‘분노에 관한’ 주요 관점과 이론들을 하나씩 숙지해 보자.


1) 프로이트(신경증):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좌절된 유아성욕, 죽음본능, 비대 초자아


1차 세계대전을 겪기 이전의 프로이트는 공격성과 분노를 성욕동 충족의 과도 좌절에 수반된 2차적 충동과 정서로 해석했다. ‘쾌락원칙’을 추구하는 성욕동(Libido)은 출생 이후 자가성애→자기애→대상애 단계로 ‘발달’해 간다. 이를 욕동이 몰리는 특정 신체기관과 연관해 서술하면, 아이의 성욕동은 ‘부분욕동’인 구강욕동→항문욕동→남근욕동(오이디푸스기)을 거쳐 사춘기의 통합된 성기욕동에로 발달해 간다. 그런데 이 본능적인 변화과정에서 각 단계의 욕동 만족이 과도하게 좌절될 경우, 그 단계에 고유한 분노가 발생한다. 가령, 구강기(0~1.5세) 후기에 아기는 그동안 만족을 주던 젖가슴과 ‘분리’(젖떼기)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때 구강쾌락이 좌절당하고 쾌락대상을 상실당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며 분리 불안을 견디기도 힘든 유아에겐, 고통 주는 대상을 이빨로 물어뜯고 마구 씹고 삼키고 뱉어 파괴하고픈 구강기적 분노가 활성화된다.

입에 지각되는 만족감이 줄어드는 만족감이 줄어드는 그즈음 성욕동이 집중되던 신체기관은 입에서 항문으로 이동한다. 이 항문기(2~3세)에 아이는 변이 항문점막을 스치며 배설되는 과정에 쾌감을 느껴 탐닉한다. 그런데 짧은 배설탐닉 기간이 지난 후, 아이는 원할 때 원하는 곳에 배설하는 자연계의 동물과 달리 문명의 청결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즉, 자연욕구대로 변을 배설할 권리를 집중 제한받게 된다. 힘 있는 타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자신의 변을 배설해야만 하는 배변훈련을 강요받는 항문기 후기에 유아는 심한 ‘변 상실감’, 분노, 침범불안 상태에 있게 된다. 자신의 생성물․신체 일부․쾌락을 향유하는 사적 시간을 타인에게 침범․통제당해 상실했다는 그 분노가 억압되면, 그 감정이 무의식에 그대로 유지되고 자신이 상실당한 것을 보상받으려는 욕구가 활성화된다. 그 결과 타인을 가학․피학적으로 고집스럽게 통제하려 하고 그것이 좌절되면 (변을 갑자기 한꺼번에 분출하듯) 격노하는 항문형 성격이 형성된다.

보통사람과 신경증자에게 분노의 중심 근원은, 남근기(3~6세)에 겪게 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있다. 이 시기에 아동은 남근이 ‘있다/없다’에 의거해 남․녀 성차이를 충격적으로 지각한 후, 이성의 부모에게 리비도가 부착되어 강한 애정욕망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 욕망은 현실에서 ‘잠시 충족’되다가 이내 현실로부터 그것의 충족을 금지당하게 된다. 지극한 쾌락대상이자 사랑대상을 포기하라는 위협적 금지명령을 내리는 대상(아버지)에 대해, 자아의 고통인내력이 약한 아동이 느끼는 실망과 분노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가령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어른이 겪게 될 고통을 상상해 보자.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던 대상’을 타인의 압력에 의해 (온전히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상실당하는 그 고통을, 자아가 발달한 보통의 성인들조차 얼마나 견뎌낼 수 있겠는가?

경쟁적 3자관계(오이디푸스 상황)에서 그동안 자신에게 안전과 쾌락을 제공해 온 그 대상에게 자신이 가장 소중한 애정대상이 아니라는 충격적 소외 경험은 아동에게 깊은 자기애 상처, 수치, 배신감, 분노를 일으킨다. 이성 부모와의 은밀한 결합욕구를 금지하는 ‘금지명령’에 저항하고 싶은 분노로 인한 ‘오이디푸스 욕구’는 그 상황의 아이에겐 자연스런 감정이다. 부모로부터 소외당한 아이의 복잡한 마음! 그런데 자신이 그 분노를 계속 가지면 부모의 애정을 영영 상실하거나 냉혹한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거세’불안이 밀려와, 오이디푸스 욕구는 강력히 억압된다. 억압된 그 분노는 주로 (오이디푸스기와 유사하게) 강한 성욕동이 솟고 성대상 선택 경쟁 상황이 재연되는 사춘기와 청년기에 과거와 유사한 자극들에 촉발되어 재활성화․회귀한다. 그때 강력한 ‘억압’ 구조를 지녀온 인간(잠재된 신경증자)은, 회귀된 무의식의 성욕망과 분노 감정을, 현실에서 온전히 분출해 충족하기도 힘들고 계속 통제하기도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경우 현실의 냉혹한 처벌과 정신의 붕괴를 막기 위한 방어 목적으로, 무의식의 욕망과 분노는 (소망충족인 동시에 자기처벌인) 히스테리․강박증․공포증 증상으로 변형․변장되어 의식에로 분출된다.

병리적 분노 증상의 원인을 유년기의 성욕동 발달 좌절(고착과 퇴행) 및 억압 때문으로 해석했던 프로이트의 관점은, ‘죽음욕동’ 이론을 제시한 말년(1920)에 상당히 변화된다. 후기 이론에 의하면, 모든 파괴적인 분노는 죽음욕동(타나토스)에 기인한다. 죽음본능은 삶욕동(성욕동과 자아욕동)이 정신내부와 외부의 여러 요소들을 ‘통합’하여 생성해 낸 생산물과 의미들을 원래 상태로 ‘해체’하는 활동이며, 긴장을 일으키는 모든 자극들로부터 완벽히 해방된 무기물 상태로 회귀하려는 생체율동이다. 세포의 생성소멸을 반복하는 유기체 속엔 삶욕동 활동(‘묶기’)과 죽음욕동 활동(‘풀기’)이 균형 있게 공존한다. 인간에겐 대상(환경, 세상)을 향한 사랑(결합)과 분노(파괴)가 여러 양태로 혼합되어 정신의 ‘균형/불균형’을 초래한다.

‘삶’에는 두 본능이 똑같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에, 죽음욕동(타나토스)과 삶욕동(에로스)에 대해 성급하게 윤리적 선악판단을 매겨선 안 된다. 가령, 자기보존본능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외부세계에 대한 나름의 공격능력을 지녀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공격성과 분노가 어떤 상황에서 병리적 부작용을 유발하는지를 선별해야 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의 공격성과 분노는 죽음욕동에 기인하므로 제거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죽음욕동의 변양태인 파괴욕동․공격성․분노를 우리 자신을 덜 파괴하는 방향으로 외부를 향해 적절히 분출하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대책은 에로스로 하여금 ‘사랑관계’나 ‘사회적 동일시’(관심 공유) 활동을 활성화해 파괴욕동에 저항하게 하는 것이다. 파괴욕동의 외부분출이 현실과 충돌되지 않게 조절해 주는 사회제도와 주체의 승화능력이 존재하는 한, 인간은 분노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승화능력이 고갈되고 외부세계가 그런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한 채 금지요구와 거세 위협을 계속하면, 개인의 파괴욕동과 분노가 ‘내향화’되고 초자아가 비대해져, 자기를 파괴하게 된다.

신경증 증상들은 유년기에 좌절되고 억압된 항문기 욕동과 분노․남근기 욕동과 오이디푸스 욕구가, 사춘기 이후에 뜻밖에 회귀하여 자아방어막을 뚫고 외부로 분출되려는 위기 상황에서 발생된다. ‘증상’은 의식에로 표출되려는 본능욕동들과 불편한 정서(분노, 수치, 불안, 우울)에 대해, 이를 저지하라는 초자아의 절대명령 사이에서 자아의 방어에너지 과잉지출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생성된 타협형성물이다. 신경증 증상은 억압된 무의식의 유아성욕망과 분노가 의식에로 회귀함으로 인해 정신이 붕괴되는 치명적 상황을 막기 위해, 생존차원에서 자아기능의 일부를 마비시킨 고육지책이다. 주목할 점은 신경증자의 증상은 타인을 파괴하기보다, 주로 자기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신경증자는 ‘이드-자아-초자아’라는 3원적 정신구조에서 도덕적 심판과 징벌을 가하는 초자아가 보통사람보다 경직되고 비대하다. 그로인해 타자(유년기 부모)를 향해 무의식에서 행한 자신의 오이디푸스 분노에 대해 과도한 (징벌적) 죄책감을 지니며, 그 죄책감에 시달리는 걸 만족해하는 마조히즘 상태를 반복한다. 그는 처벌받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구로 인해, 행복해질 즈음 비합리적 행위로 일정량의 고통 상태를 유발해 유지하려 든다. 가령 오랜 노력으로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상황에 근접하면, 권위자(부모의 대변자)로부터의 처벌을 자초하기 위해 부적당한 짓을 저지르거나 자기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여, 현실에서 자신에게 열려진 좋은 전망을 스스로 망친다. 이는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신경증자의 피학적․자기처벌적인 증상행동이자 증상이다. 이런 도덕적 마조히즘(피학증) 양상은 외부로 분출되지 못한 파괴욕동에 기인하며, 아울러 자기 처벌을 향유하는 자아반응에 기인한다. 이들에게 증상은 매일 꾸는 ‘꿈’처럼 억압된 소망(유아성욕)과 그것이 좌절된 분노, 현실의 요구, 초자아의 요구, 죽음욕동 등이 다중 혼합되어 변장된 양태로 ‘방출’되는 증기주전자의 구멍이다. 이 점에서 분노와 성욕망의 은밀한 혼합 방출로서의 신경증 증상에는, 삶을 ‘무의식의 그 상태’로 고착시키는 독성분과 삶의 치명적 붕괴를 방어하는 약성분(적응)이 공존한다.


2) 클라인(편집증): ‘편집․분열 자리’, 죽음욕동,

무의식적 환상, 시기심


프로이트의 관점과 개념은 주로 ‘신경증자의 분노’를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그런데 신경증보다 심각한 정신질환자가 표출하는 분노를 이해하려면 다른 관점과 개념이 필요하다. 그것을 선구적으로 제공한 인물이 여성 정신분석가 클라인(M.Klein)이다. 그녀는 병리적 분노의 발생 원천을 오이디푸스기(3~6세)보다 훨씬 이른 유아기(0~1세)의 경험구조에서 발견해낸다.

클라인은 유아에게 주어지는 최대 과제는 내부에서 치솟는 ‘죽음욕동 처리’라고 역설한다. 이것을 온전히 처리하지 못하면 정신내부가 모두 파괴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아는 자아가 미성숙하기에 그 과제를 혼자서는 처리할 수 없으며, 외부대상(양육자, 엄마)의 도움(‘대리 자아’ 기능)이 절실하다. 생후 몇 개월의 유아가 죽음욕동과 그것에서 생성된 파괴환상․불안을 처리하는데 필사적 노력을 하는 시기를 클라인은 ‘편집분열 자리’(paranoia-schizoid position)라 칭했다. 그 시기에 유아는 극심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을 ‘분열’시킨다. 분열은 정신의 한쪽 부분에 삶욕동과 좋은 내적 대상(무의식적 환상)들을 넣어 보호하고, 다른 부분에는 파괴욕동과 파괴환상들을 몰아넣고 봉쇄하여 지각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는 정신내부에 지니기 불편한 정서들을 외부대상에게 투사․투사적 동일시로 방출한다.

‘분열’작용에 의해 무의식에 봉쇄된 파괴감정․파괴환상은 외부에서 주어진 불쾌한 자극과 연결될 경우 활성화되어 해리상태에서 갑자기 외부로 분출된다. 이것이 곧 편집증자의 무시무시한 격노이다. 편집증자가 격노를 일으키는 것은 정신내부에 분열되었다가 외부로 투사된 파괴욕동․박해환상․박해불안 때문이다. 가령 내부의 파괴욕동과 파괴환상이 투사된 외부대상을 볼 때, 마치 그 대상이 자신을 파괴하려는 ‘전적으로 나쁜 대상’인 양 편집적으로 지각된다. 그로 인한 공포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격렬한 분노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사례로 희랍비극 󰡔오레스테스󰡕에서 [정부(情夫)와 결탁해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살해한 오레스테스의 행동을 떠올릴 수 있다. 인륜을 망각한 그 분노 행동은 ‘편집분열자리’의 견딜 수 없는 박해망상, 박해불안, 멸절불안이 엄습해 와 정신없이 일어난 정신증적 현상이다. 그 환상과 불안에 함입되면 누구라도 오레스테스처럼 격노하게 된다!

‘분열’과 투사가 왕성히 일어나는 ‘편집분열자리’의 유아에게 엄마가 좋은 돌봄을 꾸준히 제공하면 삶욕동이 활성화되어 죽음욕동을 제압한다. 아울러 엄마의 좋은 특성이 ‘내사’(introjection)되면 좋은 내적 대상이 정신에 형성되므로 불안이 줄어든다. 불안이 줄어들면 자아의 방어에너지가 적게 지출되고 유익한 외부대상들을 능동적으로 관계하여 내면화하므로 자아가 발달한다. 그 결과, 전혀 다른 대상으로 지각되던, 고통을 주던 ‘전적으로 나쁜 대상’과 기쁨을 주는 ‘전적으로 좋은 대상’이 동일한 양육자(엄마)의 두 모습임을 통합해서 지각하는 보다 성숙한 경험구조인 ‘우울자리’(depressive position)로 발달한다. 그러나 엄마가 아기의 원초불안과 구강욕구를 온전히 이해․공감하여 해소시키는 좋은 대상(젖가슴) 경험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아기는 엄마가 좋은 것들을 몸속에 혼자 소유․향유한 채 자신에게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엄마 몸속의 좋은 것들을 마구 끄집어 내 무한정 소유하고픈 탐욕과 파괴하고픈 ‘시기심’(envy)이 증대된다. 시기심은 사랑을 줄 것처럼 기대하게 만들고는 좀처럼 좋은 것을 주지 않는 엄마의 불안하고 공감 없는 양육에 대한 분노로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자신에게 온전히 제공되지 않는 대상의 좋은 속성들을 모두 파괴하려는 가장 파괴적인 감정이다.

엄마의 헌신적 돌봄에 의해 이 시기심이 해소되지 않고 정신의 어느 부분에 분열․봉쇄되면, 그 당시엔 무탈하지만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분열된 정신구조(방어기제)에 고착된 개인은, 좋음을 혼자 많이 소유한 현실 대상들을 접할 때 돌연 분열된 ‘편집․분열자리’의 ‘전적으로 나쁜 대상’ 환상과 시기심이 활성화되고 투사되어, ‘그 대상’을 잔인하게 파괴(보복)한다(연쇄살인범들). 심할 경우 국가와 인류 전체를 전쟁으로 몰아넣어, 인류가 소유하거나 이루어낸 모든 좋음들을 총체적으로 파괴하는 무서운 결과를 야기한다(히틀러, 캄보디아 킬링필드, 보스니아 인종 청소). 이런 분노 양태는 유아 때 온전한 돌봄을 제공하지 않던 엄마에게 표현하지 못한 분노를, 엉뚱한 대상들에게 투사해 분출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충분히 보상받았다는 무의식적 느낌과 생각이 들어 무의식적 표상․환상․구조가 변화되는 그때까지 자동 반복된다.

편집분열자리의 시기심은 인류와 개인의 정신발달사에서 가장 원시적인 분노 양태로서, 개인무의식의 기저에 잠재되어 있다. 만약 현실 환경에서 권력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커지면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진 개인들의 내면에서 좋음을 혼자만 소유한 듯한 대상을 향해 그 시기심이 활성화되어 섬뜩한 파괴행동이 표출될 수 있다.


3) 페어베언(분열형 성격장애): ‘분열성 자리’, 대상관계 박탈,

‘과도기’의 갈등, 反리비도적 자아, 거부하는 내적 대상


상황에 맞지 않는 갑작스런 분노 표출 때문에 타인과 친밀관계 맺기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누가 나를 좋아하거나 내가 그를 좋아하면, 그 관계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반드시 깨져 버립니다. 부디 그 원인이라도 알게 해 주세요!”). 욕망관계를 파괴하는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이 ‘괴상한 분노’ 증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영국 정신분석가 페어베언(R.Fairbairn)은 프로이트와 클라인의 이론으론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 ‘분열형 성격자’(schizoid)들을 정신분석하면서, 분노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이론인 ‘대상관계론’을 창시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일차적 욕구는 성욕동․공격성이 아니라 ‘관계욕구’이다. 공격성과 분노는 관계욕구가 박탈될 때 활성화되는 이차적 정서이다. 분노는 특히 엄마에 절대의존하며 융합해 살아야 하는 구강기 ‘분열성 자리’(schizoid position)의 아기가 엄마의 무관심하거나 소유에 집착하는 성격으로 인해 진정한 사랑관계를 경험하지 못할 때 활성화된다. 자신의 사랑이 엄마에게 온전히 전달된다는 느낌이 없고, 엄마에게서 사랑받는다는 느낌도 없는 아기는, (억압된 분노로 인해) 자신의 사랑(융합욕구)이 사랑대상(젖가슴)을 집어삼켜 파괴시킬(텅 비게 만들) 것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그 대상’이 파괴되어 상실되는 최악 사태를 막기 위해, 사랑대상으로부터 ‘거리두기 전략’을 취한다. 대상을 파괴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 ‘분열성 자리’ 아기의 최대 난제이다. 이 난제가 엄마와의 좋은 관계경험에 의해 극복되지 못하면, 그 관계구조에 고착된다. 그 결과 대상을 자신으로부터 멀리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된 증오가 그 대상을 향해 발산되어 상대가 자신을 증오하게 유도하는 분열성 성격자가 된다. 그는 구강기 아기처럼 사랑하고 사랑받기 원하면서도, ‘분열성 자리’의 환상구조에 고착되었기에, 사랑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현실에선 증오하고 증오받고자 하는 충동에 굴복한다.

아기는 본래의 중심자아(central ego)가 ‘대상’(엄마)과 심리적으로 연결된 관계 상태로 태어난다. 그런데 전적으로 융합하고픈 흥분시키는 ‘최초대상’(엄마)에게서 좋은 관계 경험 대신 무관심, 소유, 공허, 거부당함이 느껴질 때, 감당하기 힘든 경험에 심리적으로 대처하는 과정에서 중심자아로부터 자아의 일부가 무의식 영역으로 분열된다. 그 결과 인간정신은 하나의 자아가 아닌 서로 다른 특성과 힘을 지닌 의식영역의 자아와 무의식 영역의 자아들로 구조화된다. 그리고 본래자아로부터 분열된 무의식적 자아들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그 무의식적 힘들에 휘둘려 현실에서 타자와 친밀한 정서 관계를 하기 힘든 심리상태가 된다.

엄마에게 의존하는 관계가 박탈되고 거부당하는 고통경험은, 유아의 정신에 ‘내사’되어 ‘거부하는 내적 대상’을 형성한다. 이것은 의식에 부정적인 느낌을 유발하므로, 무의식 영역에로 억압된다. 이 억압과정에서 자아조직의 일부도 본래자아에게 떨어져나간다. 페어베언은 ‘거부하는 대상’과 연결된 이 자아를 ‘反리비도적 자아’로 명명한다. 反리비도적 자아란, ‘대상’에 애착하여 의존하려 드는 (유아적) 욕구에 대해 경멸하며 ‘거부하는 나’다. 이것은 무의식에로 분열․억압되어, 현실에서 친밀한 융합관계를 맺으려는 자신의 욕구와 태도를 경멸하고, 자신이 원하는 걸 충족하지 못하게 하는 ‘내적 파괴자’로 자리 잡는다. 이처럼 관계욕구의 만족을 방해하는 ‘反리비도적 자아’와 그것에 연결된 ‘거부하는 내적 대상’이 무의식에 자리 잡으면, 현실의 대인관계에서 적대적이고 냉소적이면서 분노에 찬 자기의 모습을 드러낸다. 아울러 억압된 그것이 의식에로 회귀할 때마다,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자기학대적인 죄책감과 결합된 혼란스런 분노와 혐오감을 일으킨다.

이상적 대상들을 선별해서 현실에서 관계하는 중심자아(central ego)는, 전적으로 의존․융합하고픈 욕구를 일으키는 흥분시키는 대상에 연결된 리비도적 자아, 거부하는 대상에 연결된 反리비도적 자아가 의식계에 드러나지 못하게 분열․억압한다. 그 결과로 억압된 내면세계의 한쪽에선 유아적(절대의존적) 관계를 갈망하고 유발하는 ‘리비도적 자아-흥분시키는 내적 대상’(관계욕구)이 반복해서 역동한다. 이에 대비되는 다른 쪽에선, 의존적(유아적) 관계를 비난하고 경멸하는 ‘反리비도적 자아-거부하는 내적 대상’(분노)이 작동하여, 모든 리비도적 친밀관계를 경멸․두려워하며 철수시킨다. 결국 유아의 ‘분열성 자리’에서 분열 억압된 ‘그 분노’는 유아기 때 엄마와의 좋은 관계경험을 통해 해소되거나 자아에 통합되지 못할 경우, 무의식에서 평생에 걸쳐 인간의 모든 애정 관계 욕구들을 거부하고 파괴한다.

분열형 성격자는 최초 대상관계의 박탈에 대한 유아기 분노로 인해, 중심자아에서 분열된 ‘反리비도적 자아․거부하는 내적 대상’의 무의식적․구조적 영향으로 인해, 대상과의 친밀한 애정관계를 애틋하게 원하면서도 거부하고 철수하는 관계파괴적 행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분노의 또 다른 계기는 엄마로부터 분리되는 ‘과도기 단계’(항문기와 남근기 초기)에 겪는 갈등체험에 기인한다. 이 시기의 유아는 엄마에게 다시 전적으로 ‘의존하는 융합 관계’를 지속할까 아니면 엄마로부터 분리해 새로운 대상들과 ‘자율적 관계’를 맺을까 ‘갈등’할 수밖에 없다. 정신의 발달 과정에서 자연히 거치는 이 전환기에 유아는, 절대의존적인 관계욕구가 대상(엄마)에 의해 박탈․거부당하는 경험을 하며, 그 고통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병리적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그 결과 병리적 정서들에 고착된다.


4) 위니컷(거짓자기, 반사회적 성격): 환경 박탈, 공격성 좌절,

포기된 본래자기


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1940~50년대 많은 영국인들은 생존을 위해 자기의 욕구를 접고 현실의 요구들에 순응하기 급급한 삶을 살았다. 너무도 위험한 시대 환경이었기에 자연욕구들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감히 환경을 향해 불평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시대환경과 개인생활이 안정되기 시작한 1960년대에 이르러 삶에서 행복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통제하기 힘든 분노가 솟구치는 증상이 다수의 영국인들에게 발생하였다. 의식에서는 착실하고 선량한 인격인데, 속에선 분노와 무의미에 시달리는 일련의 증상을 분석한 후에 위니컷은 이를 ‘거짓자기’(false self) 증후군이라 명명했다. 아울러 ‘거짓자기’가 유아기에 ‘보통의 좋은 양육 환경’의 결핍으로 인해, 공격성 표현과 공감적 소통관계 경험이 박탈된 데에 기인한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위니컷의 인간관에 의하면, 유아는 본능욕구들을 자연스레 표현하고 향유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타고난 권리를 지닌다. 그런데 나쁜 환경에 의해 이 권리가 박탈(deprivation) 당할 때, 타고난 본능과 ‘진정한 자기’(true self)가 포기된 채 환경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순응하는 ‘거짓자기’ 인격구조가 형성된다. 인간의 근원적 분노는 바로 타고난 욕구들과 ‘진정한 자기’를 포기한 채 환경(엄마, 타자)의 요구에 순응하는 삶을 살게 된 것에 기인한다.

유아의 최초환경인 엄마가 유아의 자연욕구들, 특히 공격성에 대해 존중해 주고 품어 주면, 그 공격성은 자기의 판단과 선택을 가치 있게 느끼고 버티게 해 주는 창조성으로 발달해간다. 그러나 버둥대고 소리 지르고 떼쓰는 유아의 공격적 몸짓이 양육자에 의해 외면, 무시, 보복당하면, 공격성은 파괴성․분노로 변질된다. 아이의 공격적 욕구 표현들이 엄마에 의해 관심․존중받고 공감적으로 수용되고 감당될 때, 아이는 자신이 공격한 그 ‘좋은 환경․대상’에 대해 안정감과 진정한 관심과 죄책감을 갖게 된다. 반면에 아이의 공격적 욕구 표현이 환경(엄마)에 의해 품어지고(holding) 버텨지지 못한 채 계속 무시․보복되면, 아이는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불안해한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자신의 자연욕구를 포기한 채 환경(엄마)의 요구나 욕구에 자신을 맞추는 거짓자기 인격을 형성하게 된다. 그 결과 파괴성으로 변질된 공격성으로 인한 무의식의 분노를 수동 공격적 태도나 반사회적 범죄로 표출하게 된다. 이런 거짓자기 인격과 그것의 변양태인 反사회적 성격자는 자기에 대해 진정한 존중감을 결여한다. 아울러 환경과 타인에 대해 진정한 관심도 죄책감도 지니지 않은 채, 유아기에 박탈된 ‘모성적 돌봄’에 대해 보상해 달라는 과격한 요구를 환경을 향해 극렬히 해댄다. 환경(엄마, 가족, 사회, 자연)을 파괴하는 섬뜩한 분노 사건들은 유아의 자연 욕구들이, 특히 선천적 공격성이 온전히 존중․수용받지 못한 채 박탈당한 ‘환경 결함’에 기인한다.

박탈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아이의 ‘진정한 자기’ 형성 욕구에 대한 엄마의 적응 상실, 대상 결핍이다. 이는 주로 엄마가 아프거나 동생이 탄생할 때 발생한다. 또 하나는, 환경의 상실이다. 이는 가정이 한동안 ‘지속되지 않는’ 경우(이혼, 아이를 타자에게 맡김[…])에 생기는데, 이때 아이는 안전한 환경이 상실된 것과 관련된 원시적 불안과 혼란을 경험하며, 그 극심한 불안이 지속되면 그것에 대처․적응하는 병리적인 방어구조(‘거짓자기’)가 성격으로 조직화된다. 그로 인해 현실 대상과의 친밀한 정서적 접촉 능력이 상실되며, 창조적 자기표현 능력도 상실한다.

박탈된 아이는 진정한 자기가 위축되어,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이 강하지 않고 희망이 없기 때문에 순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포기된 욕구들이 오랜 기간 축적되다 어떤 자극에 갑자기 활성화되어 자아의 방어가 더 이상 힘들어질 경우, 반사회적 행동을 저질러 사람들에게 자신을 향해 ‘시간, 관심, 돈’을 쓸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박탈을 경험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몸짓이다.

유년기에 분열․억압되었던 문제가 의식에로 회귀하는 청소년기에 인간은 삶의 생생함을 느끼려는 투쟁(공격성, 반항)을 통해 지금까지의 거짓해결을 거부하고 고유한 자기정체성을 성취하려 시도한다. 사회는 이들의 불안정한 과도기적 심리상태를 이해하고 그들이 분출하는 공격적인 불쾌자극들을 상당부분 보복 없이 감당해줘야 한다. 청소년기는 유년기에 박탈된 ‘환경 엄마’ 경험을 사회(이상적인 권위자[…])에서 대리 보충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이들의 미성숙을 인정하고 허용하며, 성인들은 이들의 요구를 버텨주며, ‘고유한 자기’ 욕구와 관점을 가질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줘야 한다.

환경이 안전하게 느껴져야 비로소 본능충동들을 건설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가정이 아이에게 안전한 틀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자기 삶의 틀에 불안해하며 더 이상 자유를 느끼지 못한다. 이 경우 불안정한 가정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그 상태가 마치 자연스런 것인 양 왜곡해서 수용하게 되면, 그 후부터는 붕괴된 틀을 갈망하게 되거나 가정이 아닌 反사회적인 곳에서 안정된 틀(환경)을 찾으려 한다. 反사회적 행동(거짓말, 도둑질, 규범파괴, 대상파괴[…])은 유아기의 정서발달 과정에서 찾지 못한 안전한 틀을 사회로부터 대신 보상받으려는 분노의 표현이다.(“사회여! 파괴적 행동으로 밖에 전달할 수 없는 응어리진 나를 제대로 공감해 주고 감당해 주고 ‘본래의 나’를 회복시켜 줘!”)

반사회적 행동은 종종 강하고 사랑 있고 신뢰할 만한 사람에 의해 통제받기를 원하는 일종의 조난신호다. 좋은 환경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는, 사랑을 가진 강한 자의 외부통제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강력한 관리를 가져오게끔 자극하려 말썽을 부리는 것이다. 반사회적 아이는 ‘자신이 받아야할 빚이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세상에 알리려 하며, 깨진 틀(‘불안한 환경’)을 고쳐달라고 세상에 요구한다. 가령, 파괴행동(폭행, 살인, 강간)은 억압된 공격성을 버텨 줄 안전한 환경, (엄마의 안온한 팔과 신체로부터 시작해 무한히 확대될 수 있는) 담아 주고 보호해 줄 울타리를 찾는 것이다. 만약 가족과 학교와 지역사회와 법이 이 울타리를 제공하지 못하면 견고한 감옥이 그 역할을 하게 한다.


5) 코헛(자기애적 성격장애): 자기대상 결핍, 자기애적 상처,

자기 손상, 분열된 자기 구조


1960년대에는 사회에 만연된 억압적인 규범과 위계화된 계급질서에 반대하며 ‘인권해방’을 외치는 反문화운동(counter-culture movement)이 미국과 유럽을 휩쓸었다. 그 이후 서양의 문화와 사회제도는 획기적으로 변화되었다. 아울러 서양인들의 주요 정신질환 유형도 ‘억압’에 기인한 신경증에서 ‘박탈’(deprivation)과 연관된 성격장애 유형으로 상당 부분 옮겨갔다. 그중 (사회구성원들의 정신을 하나로 ‘응집’시켜 주던) 보편규범의 해체와 (‘자유’와 ‘방임’이 혼재하는) 개인주의 문화의 만연과 연관해 새로 부각된 병리가 ‘자기애적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다. 이 질환에 대한 이해와 치료는 특히 코헛(Heinz Kohut)이 창시한 ‘자기 심리학’(Self Psychology)에 의해 널리 인지되었다. 코헛은 자기애적 성격자들을 분석하던 중, 타자와 공감적 관계 소통을 하지 못하는 그들 내면에서 프로이트학파가 주목하지 못한 새로운 병인을 발견해낸다. ‘자기애적 격노’ 증상과도 연관된 그것을 그는 다음 개념들로 설명한다.

정신의 일차적 구성물은 본능욕동들이 아닌 자기(self)와 자기대상(self-object)으로 이루어진다. ‘자기’가 온전히 형성(구조화)․발달되려면 유아의 욕구를 파악하여 전적으로 존중․공감해 주는 ‘자기대상’의 존재와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부모가 자신의 자기애 결핍 때문에 아이에게 자기대상 역할을 온전히 하지 못할 때, 아이의 ‘자기’는 손상을 입고 병리적으로 구조화된다.

자기애적 정신구조가 형성된 개인은 ‘자기’ 또는 자존감(자기애)이 취약해, 사소한 부정적 자극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상처 입을 때마다 자기애적 격노를 분출한다. 이것은 희미하게 ‘자기’를 경험하기 시작한 순간의 유아에게, 자기대상이 보통의 공감반응조차 해 주지 않아 생겼던 극심한 실망감․수치심․복수심이 억압되어 있다가 성인이 되어 표출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기대상이 자신을 대해 주기 바라는 아이의 욕구가 반복해서 좌절되면 자기애적 격노는 만성적인 심리구조로 자리 잡는다. 따라서 격노의 심리적 근원은 파괴욕동이 아니라, ‘핵자기’(core- self)가 파괴되어 자기의 응집성이 위협당하는 손상, 특히 유년기의 자기대상에 의해 가해진 ‘자기애적 상처’이다.

일차적 심리구성물인 ‘자기’는 파괴성이 아닌 순수한 ‘자기주장으로서의 공격성’을 담고 있다. 가령 공격적 행위의 시초는 격노하는 아기가 아닌 ‘자기주장하는 아기’이다. 아기의 공격적 몸짓은 자기대상을 향해 공감적 반응 환경을 제공해 달라는 요구의 표현이다. 그런데 ‘자기’가 손상되면 자기주장 요소가 고립되고 자연적 공격성은 병리적 격노로 변형된다.

유아기 공격성이 담당하는 역할은 처음에는 ‘초보적 자기’(elementary self)의 확립을 돕고 나중에는 그것의 유지를 돕는 것이다. 이런 공격성은 초보적 자기의 요구들에 담긴 자기주장성의 일부이다. 이것은 유아의 요구들에 대해 자기대상의 공감 반응이 상처줌 없이 지연되는 ‘적절한 좌절’이 경험될 때마다 활성화된다. 아이는 자연스런 분노 표현을 통해 자신의 ‘자기 욕구’를 명백히 드러낸다. 아이의 이런 초보적 자기 욕구에 공감해 주지 못하는 부모는 결국, 건강한 분노로 ‘자기’를 발달시키고자 하는 아이의 발달욕구를 좌절시키는 것이다.

자기가 온전한 경우 본능욕동 경험은 항상 자기와 자기대상 사이의 공감적 관계를 포함한다. 그러나 자기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라면, 욕동은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지닌 부담스런 요소가 된다. 욕동의 파괴적 표출은 자기대상 환경이 공감을 제공하는 데 만성적으로 실패해 자기가 심각히 손상될 때에만 생겨난다. 특히 핵자기의 붕괴는 ‘고립된 파괴욕동’인 자기애적 격노의 폭발로 이어진다.

격노는 파괴성의 분출구를 찾고자 하는 고립된 분투일 뿐, 결코 인간의 일차적 심리요소가 아니다. 격노는 타고난 요소가 아니라, 자기대상이 오랜 기간 아이를 공감해 주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한 병리적 퇴행현상 내지 정신조직의 붕괴로 인한 심리적 파편화와 그로 인한 비인간화 현상이다.


6) 컨버그(경계선 성격장애): 욕동 고착, 원시적 방어,

박탈된 대상관계, 손상된 자기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제정신분석학계 임상 논쟁의 중심에는 신경증과 정신증 사이의 병리성을 총칭하는 ‘경계선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가 있어 왔다. 그리고 만성적 격노 표출 증상으로 널리 알려진 이 질환의 원인론과 치료기법을 제시한 대표 정신분석가로 컨버그(Otto Kernberg)가 있다. 그는 프로이트의 욕동이론과 자아심리학의 방어기제론을 토대로, 대상관계론과 자기심리학의 관점과 개념들을 ‘종합’하는 이론체계와 기법을 제시한다. 경계선자의 악성 분노 증상의 발생 원인을 그는 다음과 같이 해석해 낸다.

경계선 성격자는 정신을 ‘좋은 부분/나쁜 부분’으로 분열시키고, 현실대상들을 ‘전적으로 좋은/전적으로 나쁜’(all good/all bad) 대상으로 분리(양극화)하여, 원시적으로 이상화하거나 극도로 평가절하한다. 이들의 내면에는 구강기에 해소되지 못한 채 분열된 시기심, 격노, 증오가 그득하다. 원시적 정동인 격노(rage) 주변에는 여러 유형의 공격욕동들이 있는데, 악성 성격장애의 격노는 성격화된 공격성인 증오(hate)로 발달한다. 격노의 근저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환상들이 존재하며, 이 환상은 어린 시절 ‘자기’의 한 측면과 ‘중요 대상’의 한 측면이 맺었던 부정적 대상관계를 내포한다. 유아가 표출하는 격노의 기본 기능은, 고통이나 짜증의 원천을 없애고 자신이 바라는 만족 상태를 회복해 달라고 양육자에게 촉구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후기 발달단계에서의 격노는 만족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시도이다.

격노 현상은 그 순간 무의식에 내재화된 ‘전적으로 나쁜 대상’ 환상과 ‘파괴적 관계’ 율동이 어떤 자극에 의해 촉발되어 급격히 재활성화․회귀한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그 나쁜 관계를 빨리 없애버리고 전적으로 좋은 대상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소망을 내포한다. 후기 발달단계가 되면 격노는 극도로 좌절스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율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최후 노력으로 작용한다. 가령 자기 의지를 격렬히 주장하는 것은, 주체가 자신이 동일시한 ‘이상적 대상’처럼 자기애적 평형상태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격노는 자율성을 주장하는 것, 만족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 깊은 좌절이나 고통의 원천을 제거․파괴하는 등의 다중적 심리 기능의 표현이다.

격노는 격렬하지만 일단 분출한 후엔 (나쁜 대상이 좋은 대상으로 지각되는 등) 인지 측면이 쉽게 변한다. 이에 비해, 증오(hate)는 인지 측면이 고정되어 있고 오래 지속되며 성격에 닻을 내리고 있고 자아 및 초자아 기능의 구조적 왜곡을 내포한다. 이런 증오에 사로잡힌 사람의 일차 목표는 (무의식적 환상으로 존재하는 특정 대상과 그 대상의 의식적 파생물인) 증오 대상을 파괴하는 것이다. 만성화(성격화)된 증오는 전형적인 병리적 공격성의 징후이다. 병리적 증오는 그 강도에 따라 다음의 다섯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1) 반사회적 인격(싸이코 패스): 극단적 양태의 증오를 지니며, 대상을 살해해 물리적으로 제거하거나 지나친 평가절하를 한다. 중요 의미를 갖는 대상들과의 모든 (잠재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파괴하며, ‘자기’가 증오대상과 (무의식적으로) 동일시될 경우 대상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 방법인 자살을 행하기도 한다.

(2) 악성 자기애 증후군: 중요 대상들을 끊임없이 착취, 파괴, 상징적으로 거세, 비인간화한다. 만성적인 기만성을 보이며, 다른 대상들을 모두 제거하고, 술이나 약물을 통해 전적으로 좋은 원시적 자기 상태만을 추구한다. 타인을 파괴․착취하기 위해 맘대로 조종하려 시도하며 혹자가 이에 맞설 경우 격노와 증오를 표출한다.

(3) 가학 성향: 덜 심각한 증오는 가학 성향과 가학적 소망으로 나타난다. 대상이 고통당하는 걸 즐거워하고 욕망하며, 때로 대상을 모욕하고 싶은 소망을 지적으로 합리화된 잔인한 형태로 표현하기도 한다. 증오 대상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가학 행위자와 무력화된 희생자 사이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경험하려는 욕망이 중심적이다.

(4) 지배․통제 성향: 약한 형태의 증오는 대상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중심으로 대상에 대한 권력행사를 추구한다. 대상이 굴복했고 자신이 자율성과 자유를 확보했다는 사실이 암시적으로 확인되면, 대상 공격이 자제된다. 항문기적 가학성이 지배적이며,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위계적 우월성이나 ‘텃세’를 내세우는 행동을 한다.

(5) 엄격하고 처벌적인 초자아: (비교적 성숙한 정신유형인) 신경증적 인격구조를 지닌 경우, 엄격하고 가혹한 초자아와의 동일시를 합리화하고, 고도로 합리화된 도덕체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정당한 격노를 드러낸다. 이런 증오는 용감하고 공격적인 주장을 통해 이상과 윤리체계에 헌신하는 승화기능으로 이어진다.


병리성의 서열로 서술된 이 증오 유형들 중 1~3번이 ‘경계선 성격장애’에, 5번은 신경증에 해당한다. 원시 유형의 증오일수록, 인간적 상호교류를 통해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배울 수 없으며, 만족스런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려는 시도를 드러낸다. 현실과의 친밀한 의사소통을 파괴하려는 이 욕구의 근저에는, ‘좋음’을 지닌 대상에 대한 (구강기적) 시기심이 자리잡고 있다. 좋은 대상(가치 있는 내용물들을 몸 안에 지닌 엄마)을 파괴하려는 시기심은, 구강욕동과 편집분열자리에 고착된 악성 자기애적 정신병리의 특성이다. 이런 사람은 가치 있는 대상을 시기한다는 인식 자체를 제거(분열․부인)함으로써 시기심을 계속 악화시킨다. 시기심은 구강기적 공격성, 탐욕, 집착과 밀접히 연결된 원시적 증오의 원천이며, 상처(trauma)에의 고착에서 파생된 증오의 복합물이다.


7) 비온(정신증): 담아 주기 실패


분노의 가장 극단적 양태는 정신증(psychosis)에서 발견된다. 클라인의 제자이자 정신증 전문가인 비온(W.Bion)에 의하면 정신증자는 ‘대상’에 대해 편집적인 부분지각만 할 뿐 그 부분지각들을 연결해서 전체를 종합하는 정신기능이 없다. 그 결과 외부대상에 대한 전체적 인식과 상징적 언어 소통을 하지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주체의 심리상태를 외부대상의 정신에 연결시켜 소통시키는 자아의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작용이 파괴욕동․시기심․분열기제에 의해 무한정 파괴된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그/그녀의 정신내면에는 외부대상과의 관계소통을 통해서야 생성․축적되는 사유형성물과 정서들이 텅 비어 있다.

유아의 파괴욕동이 완화되고 자아에 의해 통제되려면, 일차적으로 엄마가 유아의 파괴욕동과 원초불안을 제때 감지하여 자신의 정신 속에 담아주어야 한다. 그리고는 유아가 감당할 만한 것으로 부드럽게 변환시켜 되돌려주어야 한다. 이 ‘담아주기’(containing)가 실패하면, 정신의 일부를 외부대상의 정신에 쏘아 연결시키는 투사적 동일시 활동이 ‘분열․시기’ 작용에 의해 봉쇄․파괴되어 자폐적인 정신증 상태가 된다. 최초대상인 엄마의 내면세계와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연결(접속)하는 투사적 동일시 기능의 마비는, ‘좋음’들을 지닌 중요한 외부대상을 동일시하여 내면화하는 기능도 마비시켜, 내적 대상들로 구성되는 내면세계를 빈곤하게 만든다. 나아가 내적 대상들 사이의 유기적 연결고리마저 파괴되어 의미 있는 복합적 정신구성물을 생성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정신증자는 고도의 복합적인 의미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적 연결고리들이 정신내부에서 파괴되어, 인과적․종합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또한 사회규약적인 ‘상징’을 이해하고 사용하여 작품을 창조하는 능력도 지니지 못한다. 유아의 파괴욕동을 성숙한 자아를 지닌 엄마가 담아 주어 대신 처리해 주지 못한 결과로, 원초적 파괴성(시기, 분열)이 활성화되어, 감정들과 사고활동 자체, 좋은 의미들, 외부대상과 연결소통하게 하는 심리적 고리와 내적 대상들 사이의 연결고리들이 모두 내파된 것이다!

외부세계와 소통하지 못한 채 무감한 상태로 살아가는 자폐적 정신증자들의 내면에는 유아기에 엄마에 의해 담아지지 못한 파괴욕동․멸절불안이 그득하다. 그 불안상태에서 벗어나려 지각내용․지각활동․감정들을 ‘분열’로 마비시켜 자기 정신(삶)의 상당부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 유아가 느꼈던 분노가 그득하다(“그때 이미 잃어버린 내 삶을 보상해 줘!”). 무의식의 심연에 견고히 봉쇄된 채 실존 분위기를 좌우하며, 명료히 지각되지 않고 말로 형용할 수 없으며 꿈에서조차 형상화되지 않는 정신증적 분노와 불안은, 구강기 초기(0~1세) 엄마의 ‘담아 주기 실패’에 기인한다.


8) 라깡: ‘아버지의 이름’과 임상구조 유형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라깡은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과 레비 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철학’ 이론을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접맥한다. 그는 각 사회마다 수많은 주체의 수많은 정신현상들을 특정 양태로 반복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배후의 구조 율동’을 주목한다. 그는 병리성의 핵심 근원이 오이디푸스기에 형성되는 (‘아버지의 이름’과 연관된) ‘임상구조’(욕망․환상구조, 경험․방어구조)라고 해석한다. 가령, 신경증의 임상구조는 ‘억압’이고, 성도착증자의 임상구조는 ‘부인’이며, 정신증의 임상구조는 ‘폐제’(foreclose)이다. 폐제란 인정․수용․지각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 외부자극들이 주체의 정신에 지각되기 전에 미리 차단(해체)하는 활동기제다. 지각이 무산되는 이유는 무수한 원초 자극들을 상징계의 (언어)구조로 전환(의미화)시키는데 중심기능을 하는 기표인 ‘아버지의 이름’(The Name of the Father)이 주체의 내면에 자리잡지 못해, 의미화(은유, 분별)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체가 ‘아버지의 이름’에 접속되는 시기는 출생 직후 상징계에 둘러싸이는 순간부터이다. 그러나 그것이 ‘동일시’ 활동에 의해 정신 내면에 본격적으로 수용되어 정신구조로 자리잡는 시기는 상상계(2자관계)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상징계(3자관계)에 진입하는 오이디푸스기다. 사회(언어, 상징계)적 존재인 ‘인간’의 모든 정신병리는, 오이디푸스기의 일련의 경험과정에서 이 ‘아버지의 이름’이 정신구조 내부에 온전히 자리잡지 못함에 기인한다.

가령, 정신증자가 본능욕동들과 분노를 전혀 주체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원초욕구의 직접적 충족을 금지하고 자아이상 실현 욕망으로 대체시키는 ‘아버지의 이름’이 정신내부에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이름’이라는 힘의 기표와 상징계적 언어구조가 정신내부에 자리잡지 못하면, 상징 의미들과 ‘금지’기능들이 모두 ‘폐제’되는, 정신증적 임상구조가 형성된다. 이 ‘폐제’로 인해 정신증자는 주관적 상상계와 본능욕동적 실재계 속에서 살아갈 뿐, 욕구충족이 끊임없이 지연․대체되는 상징계를 체험하지 못한다.

이에 비해 ‘부인’(denial) 기제가 정신구조화된 성도착증자에겐, ‘아버지의 이름’이 대부분의 정신영역에서 정상 작동한다. 단지 남․녀 ‘성차이 지각’과 성만족 부분에 있어서는 금지기능을 하는 ‘아버지의 이름’이 ‘부인’되어, 성만족 행위에 본능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신경증자는 ‘아버지의 이름’을 정신구조의 중심에 일단 내면화한 자다. 문제는 그의 정신이 ‘아버지의 이름’과 연관된 오이디푸스 욕구, 애정과 증오 갈등, 거세불안에 대한 ‘억압 구조’에 고착되어, 자아이상 실현을 욕망하는 동시에 그것에 저항하는 갈등상태에 반복해서 휘둘린다.


4. ‘기원’에 대한 논점


지금까지 ‘무의식의 학문’인 정신분석학의 발달에 기여한 대표 정신분석학자들의 관점과 개념을 통해, ‘병리적 분노의 기원’을 살펴보았다. 수많은 환자들의 내면세계를 임상상황에서 생생히 경험 관찰하며 각 정신분석학자가 평생에 걸쳐 발견해 낸 고유의 진실들을 ‘정신 발달론’ 관점에서 종합해 보자.

정신증은 구강기의 ‘편집분열자리’, 성격장애[분열형 성격은 ‘분열성 자리’, 거짓자기와 반사회성 성격은 유아기,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0~6세, 경계선성격은 ‘재접근 위기기’(1.5~3세)], 신경증은 오이디푸스기(4~6세)에 고착된 무의식의 문제를 지닌다.

이 구분은 ‘엄마-유아’ 사이의 2자관계에 몰입하던 시기 대 ‘어머니-아버지-나’ 사이의 3자관계를 체험하는 시기(유아기 대 아동기, 前오이디푸스기 대 오이디푸스기)로 명명되기도 한다. 이 개념을 사용할 경우, 신경증은 주로 아동기(오이디푸스기) 3자관계 문제에 ‘기원’하고, 성격장애(거짓자기, 반사회성 성격, 자기애성격, 경계선 성격)와 정신증은 유아기(前오이디푸스기) 2자관계 문제에 기원한다.

병리적 기원에 대한 해석은 현대정신분석학계를 구성하는 6~7개 학파에 따라 그 관점과 해석내용이 다르다. 정신분석학계의 중심에 위치해 온 프로이트와 프로이트학파(자아심리학)는 병리적 분노의 핵심 기원을 오이디푸스기에 겪는 심한 정서적 갈등 문제로 본다. 오이디푸스기는 공감적 정서소통을 하는 어머니 세계에서 ‘분리’되어 상징언어를 사용하는 규범적인 ‘아버지의 세계’에로 진입해, 새로운 경험구조와 정신구조를 형성하는 시기다. ‘어머니-아버지-나’ 사이의 3자관계를 경험하게 되는 이 시기를 과도한 상처 없이 통과할 경우, 비록 유아기 ‘엄마-유아’ 관계에 박탈 결핍이 있더라도, 보통의 건강한 정신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아버지의 말씀’과 특성을 동일시로 내면화하여 3원구조(이드/자아/초자아)를 형성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성숙한 자아기능을 지니게 된다. 그로 인해 사회적 관계 속에서 타인과 소통하며 사는데 큰 심리적 곤경에 처하지 않으며, 병리적 분노에 만성적으로 고착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클라인학파와 대상관계론(페어베언, 위니컷)은 병리성의 중심 기원이 신생아기를 포함한 유아기 문제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유아기에 ‘엄마-유아’ 사이의 관계 경험이 충분히 좋을 경우, 오이디푸스기에 엄마로부터 분리되어 아버지 세계에서 나아가는 과정 경험이 프로이트가 강조하는 만큼 콤플렉스하지 않고 무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병리성의 중심 기원은 유아기의 최초대상(엄마)과의 관계경험이다.

코헛은 프로이트와 클라인학파․대상관계론의 대비되는 관점을 함께 인정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는 유아기에 엄마의 공감적 반영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거대자기’와, 아동기에 아동이 동일시할 만한 ‘이상화 대상’ 경험이, 정신을 형성하고 지지하는 두 축이라 해석한다. 이 두 축 중 하나라도 온전히 충족되면, 인간은 결코 만성적 분노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비극적 존재로 전락하지 않는다.

컨버그는 병리성의 기원이 신생아기(편집분열자리)로부터 아동기(오이디푸스기)에 이르는 다수의 발달 지점들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통합적으로 해석한다. 그가 유난히 관심을 기울였던 경계선성격장애의 경우, 발달심리학이 ‘재접근 위기기’로 명명하는 기간 중 모성관계 박탈이 ‘경계선적 분노’의 핵심 원인이 된다.

라깡은 ‘병리성의 기원’을 연대기적인 시간(생물학적 나이)에 의해 구분하는 ‘발달론적 관점’과 개념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그 비판의 근거는, 병리적 증상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사후작용’(事後作用, deferred action & retroactive action)이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신경증의 중요 원인 중 하나로 처음 발견했던 ‘사후작용’에 따르면, 병리적 상처와 증상은 유년기에 경험된 어떤 요소들이, ‘나중에’ 어떤 요소와 결합되어야만 비로소 발생한다. 따라서 유년기 요소들이 비록 병증을 일으키는 근본 요인이긴 하지만, 그것이 자체로 병증을 일으키진 못하기에, “그것이 본질 요인이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 유년기에 나쁜 경험들을 많이 할지라도, 이후에 좋은 경험들이 계속되어 무의식에 잠재된 병인들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유년기 흔적들이 평생 병증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유년기 이후 정신에 힘을 주는 이상적 대상을 만나 그의 힘과 장점을 충분히 ‘동일시’하여 ‘현재 주체의 정신’이 성숙해지면, 과거의 고통체험들이 병인으로 해석․작용되기보다, 오늘의 성숙한 나를 만들어 내는데 기여한 가치로운 요인들로 의미 변환되기도 한다. 정신에서 작동하는 이 사후작용 때문에, 인간은 어린 시절의 박탈․욕구 좌절․상처․갈등․불안․환상 등등이 병리성의 본질 원인이라고 단순 규정할 수 없다. 따라서 라깡은 발달론 관점이 무의식의 특성과 작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의식중심적 심리학 관점이라고 비판한다. 삶의 향유와 사회적 성취를 반복해서 방해하는 무의식의 작동원리, 힘, 증상의 기원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정신 현상들의 배후에서 작동되는 주체의 ‘임상구조․언어구조․욕망구조’ 율동에 초점을 맞추는 구조주의 관점이 필요하다 주장한다.


지금까지 반추해 본 ‘병리적 분노의 기원’들을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개념으로 정리해 보자. 그것은, 어머니(모성성)와의 정서교류 결핍, 아버지(아버지성,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말씀, 이상화 대상)와의 진정한 관계․동일시 실패, 그리고 출생 순간부터 부모와 나를 둘러싸며 정신구조 형성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친 거대한 ‘상징계 자체의 결함’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공감어린 어머니성, 이상화된 아버지성, 본능욕동을 특정 욕망양태로 구조화시키는 상징계는 주체성의 기원인 동시에 병리성의 기원이다. 정신을 구성하고 경험의 질(삶의 무드)을 좌우하는 이 세 요인을 온전히 음미하려면, 발생학․발달론적 관점과 구조론 관점이 함께 필요하다.

본 논문이 초점을 둔 발생학과 발달론 관점으로 종합하면, 병리적 분노의 기원은 개개인의 리비도 발달 양태, 자아 발달 정도에 따라 다르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신경증→성격장애→정신증은 분노의 기원, 내용, 표현 스타일이 각기 다르다. 그러나 정신(정서․인지)의 보편적 형성․발달 과정을 고려한다면, ‘인간’의 내면에는 이 논문에서 소개한 여러 분노 요인들이 (다양한 비율로) 보편적으로 잠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정신질환과 증상들은 이 다중 원인들이 결합되어 형성된다. 자신과 타인에게 반복해서 고통과 피해를 주는 ‘분노’ 역시 지금까지 살펴본 (前오이디푸스기와 오이디푸스기) 원인들이 복합되어 발생한다. 그중 어느 요소가 중심요인이고 어느 요소가 주변요인인지는 개인마다 민족마다 다르다. 따라서 현실 속 개인의 특정 분노증상에 대해 그것의 발생 원인을 하나의 관점과 개념으로 성급히 단순 규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병리적 분노의 무의식적 기원들 각각에 대한 ‘정서적 인식’ 체험 자체다. ‘정신분석적 인식’이란 ‘머리로만 이해된 추상적 지식’이 아니라, 무의식의 방어막을 뚫고 자신의 욕동과 정서를 직면하는 강렬한 체험적 인식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직간접적으로 대면하는 다양한 개별적 분노 사례들을, 그것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함께 고려하며 종합하는 관점․이론․극복방법은, 무엇보다도 ‘무의식적 기원’들을 하나씩 세세히 공감하며 인식해 가는 과정에서 도출된다.


지금까지의 이해들을 토대로 1장에서 제기한 ‘건강한/병리적인 분노’를 구분하는 기준을 추론해 보자. 병리적 분노 유형들의 공통성은 한결같이 유년기에 겪은 ‘불편한 정서’(분노, 수치, 불안, 공포, 과잉흥분[…])가 양육자와의 관계 속에서 해소되기 못한 채, 무의식에로 ‘분열, 부인, 억압’(구조화)되어 망각되고 ‘그 상태’로 고착된다. 무의식에 봉쇄된 과거의 그것은, 현재의 외부 (촉발) 자극과 연결될 때마다 내부에서 치솟아 이성과 의지가 통제하기 힘든 돌발적이고 부적절한 분노를 일으킨다. 어른이 되어서도 현재의 현실상황에 맞지 않는 그 유아적 정서에로 ‘반복해서 퇴행해 배타적으로 고착’되면, 그 상태를 병리적이라 칭한다. 즉, 반복되지 않고 배타적으로 집착되지 않는 분노에는 ‘정신 병리적’이라는 말이 부적절할 수 있다. 가령, 성숙한 자아를 지닌 사람이 표출하는 강한 분노에는, 때로 그것이 과격한 외양을 보일지라도, 사회 환경(상징계, 외부세계)의 중대한 결함에 대해 대결하려는 건강하고 정당한 자기 주장(반응) 요소가 담겨 있을 수 있다. 그 경우, 우리는 정신분석적 관점과 더불어 철학, 윤리, 법학의 관점에서 분노의 원인과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 보다 적합할 수 있다. 정신분석은 모든 유형의 사람들에게 유용한 인간학 관점이기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원인모를 고통증상에 만성적으로 시달리는 억울한 인간을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구원하는데 특히 유용한 개념들과 관점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분노의 화신인 연쇄살인자나 독재자를 현실에서 만나면, 보통사람의 인생은 거기서 끝장이 난다. 무의식의 분노를 투사적 동일시로 내뿜는 악성 성격장애자들을 만나면, 혹자의 정신은 성격장애자의 내면과 유사하게 교란된다. 악성 성격장애자들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타인에게 교묘하게 분출하는 (유아적) 분노에 의해 타자가 겪는 외적․내적인 고통과 피해는 그것을 ‘체험’해 본 사람이라야 알 수 있다. 반사회성 성격자를 만나는 순간, 혹자의 인생은 그의 기운에 제압당해 평생 그의 노예가 되거나, 순종치 않는다고 공격당해 절반쯤 망가진 존재가 된다. 임상현장에서 성격장애자들을 자주 접하는 정신분석가들은 성격장애자들이 투사적 동일시로 뿜어대는 분노의 독침들을 수시로 경험한다. 그 독침이 정신내부에 박히는 순간, 정신은 독에 마비된 듯한 상태로 교란된다. 그것을 담아 주고 버텨 주려다 정신이 붕괴되는 분석가들도 상당히 많다. 사회적 관계에서 불가피하게 만나는 성격장애자들이 내뿜는 병리적 분노의 억울한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그들의 병리성 유형을 빨리 식별하여 대처해야 한다. 일단 타자의 병리적 분노가 우리의 정신내부에 침투되어, 그것의 피해 당사자가 되면, 그 어떤 철학․종교로도 감당하기 버겁다. 독이 든 그 분노에 ‘전염’되면 대부분 좀비처럼 그들과 유사하게 된다. ‘투사,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여 타인을 ‘분노로 마비된 무기력한 좀비’로 만드는 것이, 악성 성격장애자가 자신의 병리적 분노를 완화시키고 ‘보상’받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다행스럽게 우리가 분노의 직접적 피해자가 아닐 경우, 우리는 냉철한 눈으로 분노의 유형, 특성, 기원을 인식하여 그 치유책을 모색할 수 있다. 가령 악성 성격장애자가 일으키는 공포스런 분노상황에 직면할지라도, 그것이 어린 시절에 어머니․아버지․환경(사회, 상징계)을 잘못 만나 형성된 무의식의 분노가 ‘투사, 투사적 동일시’된 것임을 정신분석의 눈으로 인식하게 되면, 그 상황을 덜 불안하게 대처할 수 있다. 성격장애자들의 공포스런 격노 증상들은, 유년기 무의식의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애처롭고 유치한 실존 몸짓이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타인의 혐오스런 분노증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5. 분노 극복의 조건


정신분석 치료의 주축은 개인에게 증상적․성격적 문제를 일으키는 무의식의 원인들을 세세히 추적하여 하나씩 직면․명료화․해석(‘정서적 인식’)하는 작업 과정 자체다. ‘무의식적 원인’에 대한 ‘정서적 인식’ 자체가, ‘분열․억압’된 채 무의식에 보존되어 온 병인들을 자아에 통합하여 해소․완화하는 기능을 지니기 때문이다. 기존의 성격적 방어구조․‘인식의 틀’․‘경험구조 패턴’이 흔들리거나 균열될 때에야 비로소 홀연 접촉되는 ‘그것’에 대한 정신분석적 관심과 탐색 과정은, 주체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결핍과 정신구조 결함을 보충하는 방법을 주체적으로 모색하게 하는 힘을 고양한다.

혹자가 개인과 민족과 인류의 삶을 교란시키는 반복되는 분노 문제(지역․계급․종교․민족․인종 갈등)와 대결하려면, 무엇보다 무의식의 심연에 숨겨진 ‘분노의 기원’을 다중 탐색하는 작업을 오랜 기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의식의 내용과 작동원리를 안내하는 정신지도와 기법을 축적한 ‘정신분석’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령 오이디푸스기 성욕망과 분노에 대한 억압․배타적 집착이 주요 병인인 신경증자는, 억압된 ‘그것’의 뿌리를 직면하여 현재의 성숙된 자아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한다. 아울러 억압된 소망을 현실과 조화되게 직간접적으로 충족하는 구체적인 경험을 주체적으로 행해야 한다.

이에 비해 박탈된 환경, ‘분열된 자아 구조’, 포기된 공격성, ‘담아 주기’ 경험 부재, 자기대상 결여, 자기애적 상처, 손상된 자기 등이 주요인인 ‘성격화(구조화)된 분노’의 경우, 정신분석가와의 상처주지 않는 ‘정신분석 관계’ 또는 현실의 좋은 대상관계 경험을 통해 ‘박탈된 그것을 보충’해야 한다. 신뢰할 만한 대상(환경)을 향해 분노를 단 한 번도 제대로 표현해 보거나 공감받지 못해 성격화(‘분열’)된 분노증상을 지니게 된 사람은, 대상을 파괴하지 않을 정도의 ‘꽉찬 말’로 정당한 자기주장으로서의 분노를 앙금 없이 표현해야 한다. 아울러 그것을 버텨 주고 상처 없이 생존하여 감당할 만한 무엇으로 부드럽게 되돌려주는 대상관계 경험을 직접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분노에 휘둘리는 개개인마다 자기극복을 위해 필요한 각자에게 적합한 이런 구체적 경험능력은, 분노의 기원을 치열하게 인식한 주체만이 지닐 수 있는 결실이자 힘의 기호이다. ‘분노의 기원’에 대한 성찰 없는 분노 표현 경험은 증상을 잠시 완화시킬 뿐 결코 변화․소멸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개인적․사회적․인간학적 차원에서 병리적 분노와 진지하게 대결하려면, 무의식에 대한 ‘성찰’과 좋은 대상관계 ‘경험’을 현실에서 병행해야만 한다. 누구나 지닌 유년기의 ‘욕동․대상관계․자기’ 발달욕구와 연관된 박탈․좌절 상처와 분노를 진정으로 ‘애도’하여 떠나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 지적․정서적으로 친밀해져야 한다. 의식의 질서에 적응하며 살아온 보통의 인간에게, 이것은 대단한 용기와 운명적 인연(증상, 상처, 안내자 발견)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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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분노에는 건강한 자기주장 양태와 병리적 양태가 있다. 병리적 분노는 일반적으로 신경증, 성격장애(경계선), 정신증 유형으로 분류된다. 신경증자의 분노는 주체의 심신을 무기력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과잉 죄책감과 자기처벌 양태를 나타낸다. 이에 비해 성격장애자의 분노(시기, 증오)는 타자에게 투사되어 타자를 파괴하면서도 이에 대한 지각․반성․죄책감이 미약하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씀’을 내면화하지 못해 욕동 통제력과 자기/타자 분별력이 결여된 정신증자는, 파괴욕동과 분노를 본능적으로 분출하며, 그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도 죄책감도 없다. 병리적 분노가 어떤 원인과 정신기제에 의해 생성되며 어떤 인간학적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종합적 전망을 지니려면, 무엇보다도 분노의 유형과 기원을 세세히 이해해야 한다.

세 가지 병리적 분노 유형은 대부분 유년기에 주어진 고통체험과 유년기에 형성된 심리구조의 결함들(욕동발달장애, 자아․자기발달 장애, 과도한 죽음욕동, 원초불안, 시기, 비대한 초자아, 초자아 미형성)에 기인한다. 신경증은 아동기(오이디푸스기)에 원초적 욕구충족 태도를 금지하는 ‘아버지의 말씀’ 수용과 연관된 갈등․거세불안․과잉 초자아 기능에 기인한다. 성격장애와 정신증은 자아와 자기가 최초 형성되는 유아기(前오이디푸스기)의 각 자아발달 단계에서 체험된 나쁜 대상관계 흔적들(박탈, 좌절, 나쁜 내적대상, 부정적 자기표상․부정적 대상표상)과, 그것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고착된 유아적 정신구조(분열, 부인, 억압)에 기인한다.

인류의 병리적 분노 증상을 극복하려면 무의식에서 역동하는 분노의 뿌리들을 주체적으로 성찰하여 현실에서 하나씩 보충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분노의 무의식적 기원’에 관해 핵심 정신분석가들이 발견한 사실들을 세세히 인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주제어: 분노의 기원, 죽음욕동,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박탈, 좌절, 병리적

자기구조.





Psychoanalytic Approaches about

the ‘Types, Origins of Anger’

󰋼Key words: origins of rage, death instinct, envy, deprivation, frusration, pathological structure of self, Oedipus Compl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