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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과 연관된 (꿈, 예술작품,  신화, 증상론, 병인론, 치료기법)  논문 및 특강 자료를  세상과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각 자료  독서 후 유익함이 있을 때  감상문 올리면  저자와 심층 대화가 열릴 수 있습니다.

예술작품의 기원과 의미..

관리자
2020-02-15

 * 예술작품을 꿈의 의미를 해석하듯이 정신분석 기법으로 음미할 때, 얼마나 깊은 해석과 음미가 가능한지를 안내하는, 한국연구재단 연구비 지원. 2008년 학술지 게제 논문


<예술작품의 '기원'과 의미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

이창재 (프로이드정신분석연구소)


<목차>


I. 서론 : 꿈과 예술작품, 꿈작업과 예술작품 기법 사이의 연관성


II. 작품의 생성 구조 : 3원구조, 2원구조


III. 예술작품의 기원 : 무의식의 '원리' 와 작용


1) 프로이드 : 1차과정(압축, 전치, 상징, 표상이미지) 대 2차과정

2) 클라인 ; 투사적동일시 : 은유적동일시의 심리적 모델

3) 라깡 ; 기표작용, 대타자의 욕망 율동 : 은유와 환유

; 기표들 사이의 구조 율동 []


(1) 은유 ; 새로운 의미 생성 원리 - "진리는 여자다"

(2) 은유적 추동력의 심리적 발생 조건

(3) 환유 ; 욕망의 율동


III. 작품의 예술적 기원

1) 구성 ; 무의식 원리 + '미적 형식화'

2) 프로이드 ; 저자의 창조적 천재성 : 미적형식의 발견과 주체적 사용

4) 라깡 ; 주이쌍스


IV. 예술작품의 의미

1. 프로이드 ; 저자 무의식

2. 클리인 ; 회복

3. 라깡 : 대타자의 욕망과 힘


V. 사례 분석 : 초현실주의


1. 표현 기법 : '무의식 원리'들의 미적 형식화

- 병치, 디페이즈망, 몽타주, ‘꿈의 회화’ (꿈작업 원리)

2. 작품 분석

1) 프로이드적 접근 : 초현실주의 회화에 나타난 '꿈작업 요소와 의미' 해석

2) 라깡적 접근

V. 마치며



I. 서론 : 꿈작업과 예술작품 기법 사이의 연관성


정신분석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데 ‘초현실주의’는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런데 초현실주의 예술작품들이 정신분석의 어떤 내용, 원리, 기법들을 반영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본 논문은 정신분석이 ‘작품의 생성 과정’에 대해 예술사에 어떤 새로운 지식을 제공했으며, 그것이 ‘초현실주의’ 이론과 기법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드러낼 것이다.

‘초현실주의’는 1차대전으로 물질적ㆍ정신적 폐허가 된 유럽의 절망적 환경에서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 1924년에 ‘선언’되었다. 이 선언은 자본주의와 과학주의로 대변되던 당시 서양의 중심 문화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아울러 예술가가 지향할 새로운 가치를 담은 예술관점ㆍ기법을 발견했다는 특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유럽예술가들은 ‘자본주의ㆍ과학주의’ 이념이 인류 정신에 미친 부정적 문제점들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던 유럽의 정치가나 사회운동가들에게 자국의 힘과 이익을 보호하고 빈궁한 현실 난관을 타개할 관점으로 과학과 자본주의보다 효율적인 대안이 발견되진 않았다. 다른 한편 전통 서구문화 일반의 허구성과 위선을 맹렬히 비판하던 다다이즘은 예술 활동 자체의 가치마저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기 때문에, 예술가들에게 ‘현실적 힘을 주는 대안’이 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초현실주의자들은 Logos-centrism에 근거해온 서양 전통 문화의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예술 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새로이 주목하게 하는 관점, 내용, 기법을 당대의 최신 학문으로 부각되던 ‘정신분석’에서 발견한다. 정신분석은 병리성에 고착된 당대 ‘이성의 한계’를 성찰시키는 어떤 힘을 발휘하는 동시에, 전통 예술가들이 주목하지 못했던 창조적 에너지 원천으로서의 ‘무의식’에 관해 풍성한 자료를 제공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당대 이데올로기들의 병리적 한계와 대결하고 침체된 창작 분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획기적인 소재-관점-에너지-기법을 특히 프로이드의 ‘꿈’이론에서 발견해낸다.

한국은 약 10여 년 전부터 정신분석 담론과 교육이 정신과의사가 아닌 일반인, 인문학자, 예술가들에게 개방되어 서서히 전파되어가는 추세다. 그 결과 20세기 말에 이르러 비로소 ‘억압된 무의식’을 외부로 ‘표현’하여 일상의 의식 관점에 충격을 주는 초현실주의 예술작품을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주목하는 문화적 여건과 ‘심리적 조건’이 형성되었다. 여기엔 1920년대의 유럽처럼 한국의 문화계도 자본주의와 과학적 합리주의에 의해 마비되고 해체된 ‘예술가 아우라’와 창조적 상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어느덧 ‘우리의 문제’로 다가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미 상업주의에 물든 몽환적이고 심미적인 외양을 지닌 유사 초현실주의 (make up) 상품들과, 상업주의에 전염되어 안주하는 정신에 충격을 주어 새로운 ‘초현실’계를 보게 하려는 초현실주의 작품이 어떻게 다른지 온전히 분별하려면, 먼저 ‘은유, 꿈작업’에 대한 ‘정서적 인식’ 내지 ‘심층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필자는 창조성의 원리인 은유와 꿈의 생성원리인 꿈작업이 초현실주의 기법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원리에 의해 작동되고 있음을 드러낼 것이다.


II. 예술 작품을 음미하기 위해 필요한 예비 개념들


1. 은유


1) 새로운 의미 생성 원리

은유의 기본 원리는 “A는 B다.”다. 의식의 논리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동일율과 모순률에 위배되는 전적인 오류다. A가 A인 한에서, A는 결코 B일 수 없고, B가 B로 규정되는 한에서 B는 결코 A일 수가 없다. 그런데 일상 언어 세계에선 이러한 은유 문장이 자연스레 통용된다. 가령 “사랑은 불꽃이다.”, “정신분석은 칼이다.” “진리는 엄마다.” 라는 말은 어떤 맥락에서 의미소통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서로 다른 두 기표를 마치 동일한 것인 양 연결하는 은유의 형식, 비논리적인 ‘은유적 동일시’는 어떤 메카니즘에 의해 발생되는 것인가?

‘은유적 동일시’를 일으키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창조적 상상력과 직관력을 지닌 예술가가 서로 다른 두 대상(A, B)에게서 보통 사람이 좀처럼 주목하지 못하던 ‘어떤 유사성’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둘째, 두 대상 사이의 수많은 차이 요소들을 주변화하고 오직 동일한 부분에만 자기 정신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리비도와 자아에너지를 그 동일한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카텍시스 해야 한다. 셋째, 이런 초점화와 카텍시스는 일상의 의식이 미처 자각하지 못할 속도로 ‘순간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전혀 다른 영역에 위치하던 두 대상을 어떤 단일한 (의사소통) 맥락에 위치시켜, 그 둘이 마치 서로 대체될 수 있는 밀접한 연관성 내지 동일성을 지닌 무엇인 양 착각하게 만들며, 그 과정에서 정신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들이 자각되고 느끼게 만드는 은유 효과는 바로 이 ‘뜻밖의 유사성 포착, 초점화, 강력한 카텍시스, 비의식적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는 마치 눈의 초점을 일상의 시선과 달리 특정 부분에 사시처럼 집중한 후에야 일상 상태에선 보이지 않던 ‘메직 아이’의 입체 그림이 갑자기 출현하는 것과 같다.


--> A B

-> 유사성 포착

초점화, 카텍시스

--> s2

--> s1


도표 1 : 은유의 발생 원리


2) “‘진리’는 ‘여자’다!”


니체는 위 은유를 통해 유럽의 전통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전복시키는 ‘초현실’ 경험을 유럽인에게 제공한다. ‘진리’를 향한 형이상학적 신념과 숭고한 진지성ㆍ논리적 사고를 중요시하는 학자들에게 이 문장은 불쾌와 충격을 주는 은유다. 충격이 과도하면 방어기제가 작동되어 무의미한 말로 무시되거나 회피, 억압된다. 그런데 의식의 빈틈을 파고드는 니체 글의 독특한 에너지에 전염되어 독자에게 이 은유가 이해되고 공감되는 순간, 기존의 진리관점이 균열ㆍ전복되는 엄청난 심리적 격동과 새로운 현실을 체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은유의 의미는 무엇인가? 아쉽게도 ‘은유’란 기존 의식이 보지 못하던 새로운 무엇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기존의 의식과 개념으로 명료히 정의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진리’에 대한 기존 의미들과 ‘여자’에 대한 기존 의미들을 검토하여 그것들 사이에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 주목할 뿐이다. 그 유사성은 ‘본질적 같음’이 아니라, 사소한(부분적) 유사성이어도 된다.

‘진리’는 그것을 인식한 사람에게 무한한 행복과 힘을 줄 것으로 추정되는 ‘완전한 무엇’의 의미를 지녀왔기에, 수많은 학자로 하여금 그것에 근접하여 그것이 지닌 완전성을 소유하고픈 ‘욕망을 일으켜온 핵심 기표’다. 그렇다면 ‘여자’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남자에게) 여자는 가까이 접촉하면 강렬한 행복감과 남성적 힘이 느껴지리라 믿어지는 욕망의 대상이다. 니체는 이런 여자가 ‘진리와 선’이 아니라 ‘미’와 ‘힘’을 원하는 존재라고 새롭게 해석한다. 여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얻기 위해 ‘유혹’의 수단인 ‘화장술’을 쓴다. 여자가 남자에게 욕망을 일으키고 남자를 행복에 취하게 하고 좌지우지하기 위해 지녀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참됨과 선함’이 아니라 바로 이 미적 화장술이다. 화장술은 자신의 본모습을 노출하는 대신에 화려한 베일과 적절한 ‘거리조절’로 타인에게 미적 환상을 유발해 욕망을 일으키고 유지시키는 기술이다. 화장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여자는 남자를 유혹하는 힘과 기술을 습득하는 동시에 ‘미’의 마력에 자기애적으로 심취해 자신의 정체를 온전히 인식하지 못한다. ‘자기 인식’은 여자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거나 때로 행복과 자기도취에 방해되는 조건이다. ‘여성(성)’의 힘과 매력은 의식의 법칙과 규정들에 억매이지 않는 이런 미적 유희 내지 뜻밖의 은유 율동에 있다.

니체는 ‘진리’란 그것이 표면에 드러내는 의미대로 ‘완전한 실체’인 것이 아니라, 비참한 현실 속에서 병들고 지친 인간들에게 희망을 주어 구원하기 위해 형이상학자가 만들어낸 일종의 은유적 환상이라고 본다. 비참한 현실 삶으로부터 영원한 행복이 있는 초현실 세계로 정신의 관심 초점을 돌리고, 그것에 정신을 몰입하게 해 현실의 고통을 망각하게 하는 독특한 효과를 지닌 거대한 형이상학적 환상술! 그것은 여자의 화장술과 어떤 유사성을 지닌다. ‘진리’와 ‘여자’는 인류에게 욕망과 희망적 환상을 주는 무엇이라는 점에서 그 엄청난 ‘차이성’들에도 불구하고 마치 같은 것인 양 ‘은유적 동일시’될 수 있다.

‘진리’에는 영원불변성, 불멸성, 절대적 규범, 법칙성, 남성성, 아버지성과 연관된 많은 표면적 의미들이 있다. 이 의미들은 ‘여자’의 특성과 매우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가 진리와 여자 사이의 어떤 특성이 같다는데 주목하여, 그것에 초점을 맞추고 카텍시스하여 은유적동일시가 작동되는 순간, 그 사람의 정신에는 기존의 의식관점과 관념이 전복되는 깊은 정서적ㆍ인지적 격동이 일어나고, 그는 세상을 새로운 차원에서 경험하게 된다. 니체는 의식에 널리 알려진 보편적 ‘개념이 안내하는 진실’이 아니라 ‘은유에 의해 경험되는 은폐-망각된 진실’을 인정하고 능동적으로 향유하라 권한다.

19세기 말의 니체가 미래의 인류를 향해 제시하는 새로운 구원술은 ‘예술적(미적) 진리’와 ‘유희’이다. 온 생명에너지를 오직 욕망 대상인 초월적 ‘진리’ 탐구에 진지하게 몰입시켜온 전통 (철)학자는 다중의 메트릭스로 구성된 새로운 환경세계에서, 결코 현실과 진정으로 접촉하고 교류하는 삶을 살 수 없다. 전통 형이상학자의 진리관은 의미와 가치의 초점을 오직 ‘초자연적 완전자’에게만 맞추기 때문에, 과학의 시대 자본주의 시대, 정보화, 세계화 시대의 현실과 온전히 접촉하거나 향유할 수 없게 한다. 그래 니체는 소크라테스 이후 무려 이천년간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상식’으로 지녀온 서양인들에게 ‘위대한 아버지 말씀으로서의 진리’를 지향하는 무거운 진지성 대신에 ‘아름다운 여자로서의 진리’를 향유하기 위한 다채로운 ‘유희’를 익혀야 한다고 역설한다. 니체의 유희는 무기력하고 수치스런 현실의 나와 영웅적인 환상의 나, 섬뜩한 무의식과 안전한 의식, 아폴론의 절제된 ‘미적 형식’과 디오니소스의 무형식적 도취 모두를 다채롭게 음미하고 주체적으로 통합하는 자유로운 향유술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영역들의 경계를 넘어서는 유희적 정신율동이 가능하려면, 하나의 특정 관념ㆍ말씀에만 무겁게 고착하는 전통적 진지성 대신에, 속박 없이 자신의 기존 관념과 관점을 진지하게 사용하기도 하고 전적으로 내려놓을 수도 있는 ‘가벼움’을 익혀야 한다.


3) 은유적 추동력의 심리적 발생 조건


꿈-증상-작품의 발생 과정에 대한 프로이드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전)의식의 자극만으로는 에너지차원과 의미차원 모두에서 정신 내부에 어떤 특별한 무엇이 일어나지 않는다.”이다. (전)의식의 자극이 무의식의 무엇과 ‘연결, 결합’되어야만 비로소 강력한 정서 역동과 더불어 인생에 큰 의미를 지니는 특별한 무엇(꿈, 작품, 증상)이 발생한다.

A B

--> 진부한 의식의 의미

--> a1 b1

--> <연결, 증폭>

--> A1 B1

창조적 긴장,공명


도표 2 : 은유 추동력의 심리적 발생 조건


꿈을 추동시키는 무의식의 재료와 에너지원은 본능욕동, 억압된 소망, 유아 성환상, 'object a'등이다. 이것은 모든 정신현상들의 원인이기에, 그 결과물인 의식의 개념들로 그것을 명료화할 수 없다. 의식의 관점과 용어로 명료화하는 순간 ‘의식의 대상’이 되어 버려 본래의 성질과 정서가 사라지거나 변질된다. 그래서 무의식을 보다 원본에 가깝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의식의 ‘개념’보다 무의식의 내용을 무의식의 원리와 매체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무의식의 1차과정 특성과 원리를 담고 있는 표현 양태가 바로 은유ㆍ환유다. 이것은 본래의 내용을 그것과 모종의 ‘연상 관계’ 내지 유사, 인접 관계를 지닌 다른 무엇으로 압축, 전치, 상징화해서 표현한다. 이 비유는 결코 ‘본래의 그것’에 대한 전체적 설명이 아니라 부분적 집중 묘사이거나 간접적 ‘암시’이기 때문에, 결여된 설명성을 지닌다. 그로인해 ‘그것’에 대한 묘사를 보충하는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 작용을 생성시킨다.

어떤 무엇이 일단 자아로부터 분열, 억압되어 ‘무의식’이 될 경우, 그것은 결코 의식에 의해 의식의 언어로 정확하게 재현될 수 없다. 그것은 오랜 정신분석 과정에서 ‘유사-인접된 것’들로 끊임없이 대체되어 ‘표현’되어 재구성될 뿐이다. 무의식은 의식의 관점과 수단(논리, 개념)으로는 명료히 설명되지 않는 일종의 낯선 ‘초현실’이다. 따라서 단지 ‘무의식의 원리’와 특성을 많이 반영하는 무의식의 표현물인 꿈, 작품, 증상, 실수 등에 의해서야 의식에 어떤 충격을 주는 양태로 직면되고 감지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두 대상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에게 ‘(전)의식의 자극’만 줄 경우, 두 대상은 의식이 판단하는 사회가 허용하는 관례적인 의미로만 지각된다. 거기엔 어떤 새로운 의미나 강렬한 정서역동(욕망, 불안, 감동)이 없다. 둘은 서로에게 강한 욕망과 새로운 의미-사건을 일으키는 ‘object a'가 아니다.

그런데 두 대상이 서로에게 받은 어떤 자극이 ‘우연히’ 각자의 무의식의 무엇과 ‘연결’될 경우, 서로 다른 두 대상(object, 사물, 기표, 개인) 사이에는 의식모르는 강력한 ‘은유 율동’이 작동해. A와 B가 서로 동일한 것인 양 ‘동일시’되는 새로운 ‘초현실’을 경험하게 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상대방을 마치 자신 모르게 자기 무의식의 어떤 대상으로 동일화(환상화)하는 순간, 의식의 의미세계에서 경험하던 것과 전혀 다른 강렬한 무의식 체험을 하게 되며, 새로운 현실 내지 초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 그 림 ]

한 예를 들어보자. B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청년 철학자다. 어느 후배 여성 O가 그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다. 그러나 B는 O 에게 아무 느낌도 일어나지 않는다. 2년에 걸처 회피하는 관계에 있던 어느날 둘은 갑자기 친밀한 사이가 되어 곧 결혼을 하게 된다. 그 이유를 묻는다.

L : 살아온 배경, 성격 등등 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아무 느낌도 없다 하더니 어찌된거야?

B : 어느 날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데 약간 흐린 조명에서 O가 안경을 잠시 벗어 손으로 만지고 다시 썼는데, 그 모습을 본 후 갑자기 어떤 느낌이 운명 같이 확 밀려들고 그 후 O가 친밀하게 느껴지고 간간히 여자로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시력이 마이너스 10이라 안경 없이는 살 수 없었던 B가 너무도 이질적으로 느껴지던 O 에게 우연히 받은 사소한 어떤 자극(안경)이, 우연히 그의 무의식의 무엇과 연결되는 순간, 안경과 연관된 O의 부분적 특성에 B의 정신이 순간적으로 초점화되고, 리비도 카텍스시가 무의식적으로 작동되어 강력한 ‘은유적 동일시’가 일어났던 것이다. “너도 눈이 안보여 힘들었구나! 그대는 눈 어두운 내가 옛날부터 기다려온 내 인생의 영원한 바로 그 사람이야!”


은유 형식의 문장이나 회화에는 은유적 동일시 효과가 일어난 부분과, 여전히 비동일시된 잉여 부분들 사이의 긴장이 역동한다. 어떤 부분적 동일성과 수많은 차이성을 함께 지닌 A~B 사이에선 종종 ‘역동적 상호작용’과 창조적 긴장이 발생한다. 때로는 내부에서 갑자기 증폭된 긴장에 의해 정신이 교란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그래 이에 대처하기 위해 자아는 긴장을 직간접적으로 외부로 방출하려든다. 긴장과 연관된 ‘그것’을 외부로 분출하는 과정에서 ‘의식모르는 은유화 작업’이 1차-2차 정신과정에서 작동되며, 그 결과 과거에는 주목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담은 꿈, 작품이 생성된다. 예술가란 이처럼 보통사람들이 직면하거나 접촉하기 힘들어하는 무의식의 재료에 자유롭게 접촉하여, 이것을 일반인이 향유할 수 있는 미적 작품으로 변형시키는 은유의 달인이다. 그러나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의 정신이 의식의 눈과 특정 방어기제에 과도하게 고착되어 있을 경우, 은유적 공명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 경우 은유란 단지 의식의 눈에 의해 논리적 오류, 무의미한 무엇으로 무시된다. “무식하고 황당한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군”


2. 투사동일시 : 은유적동일시의 심리적 모델


클라인에 의하면, ‘편집 분열 자리’의 유아는 ‘투사적동일시’에 의해 자기 자아의 일부를 ‘대상’ 속에다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자아의 일부와 그것이 투사된 대상의 부분을 강렬하게 동일시한다. 그 결과로 자아의 일부가 아닌 ‘전체 정신’과 대상의 일부가 아닌 ‘대상 전체’가 마치 동일한 것인 양 생각하고 느끼는 환상과 환각이 일어난다. 자기와 타자 사이의 ‘경계’ 감각이 아직 미형성된 이 ‘편집분열 자리’ 상태에선, 자신의 생각, 환상, 감정이 마치 타인의 것과 동일한 것인 양 착각한다. 차이를 지각하게 하는 자아의 분별의식과 경계가 미형성되었기에 ‘나’(A)가 곧 대상(B)과 심리적으로 동일시되어 순간적으로 ‘A가 B로 대체, 전치’되는 것이다. 이 투사적동일시의 결과 만약 내 안에서 파괴욕동과 파괴적 환상이 역동하면, 마치 대상이 나에 대해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양 나를 박해하는 ‘전적으로 나쁜’(All Bad) 대상으로 인지왜곡 된다.[“엄마는 괴물이야~”] 그리고 정신의 좋은 부분(에로스 욕동)을 대상에 투사하고 동일시하면, 마치 대상 전체가 전적으로 좋은 대상(All Good)인양 환상화 된다.[“엄마는 천사야”]

투사적동일시는 대상의 ‘전체를 조망’하는 객관적 눈이 아니라, 대상의 ‘일부분을 집중적으로 초점화’하고 지각하는 레이저다. 그로인해 대상의 어떤 심리상태에 대한 깊은 공명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심한 인지왜곡을 일으킨다. 광인, 경계선자, 히스테리, 염력이 쎈 무녀는 대상을 대할 때 투사적동일시로 ‘자신이 관심 두는 특정 주제나 초점과 연관하여’ 보통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무엇을 깊이 지각한다. 이것은 문명인이 망각한 일종의 원시적 직관력 내지 무의식에 접촉하는 ‘초현실’ 감각으로서, 이것이 ‘은유적 동일시’를 일으키는 정신작용 중 하나다.

이처럼 아직 자아가 미성숙하고 비통합된 유아처럼 외부세계에 대한 통합적 인식과 논리적 사유능력을 결여한 상태에서 사용되는 편집적(비통합적)인 은유는 일종의 편집증-정신병적 사고의 기표다. 그러나 2차 정신과정인 자아가 온전히 발달한 상태에서 주체적으로 사용되는 시인의 은유는 삶의 원초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현실에 대한 인식이 다중으로 고려되어 혼합된 성숙한 정신성의 기표다.


III. 무의식의 '원리'

무의식은 보이지 않는 정신 내부에 잠복된 채 개인 삶을 평생 좌우하는 영원한 현실이자, 의식의 현실을 넘어서 존재하는 초현실 세계다. 무의식은 의식과 전혀 다른 특성, 내용, 원리를 지니기 때문에, 그것이 의식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면 생경함과 섬뜩함, 충격을 줄 수 있다. 충격과 혐오감 대신에 미적 쾌감과 일으키며, 무의식을 의식이 감당할 수 있는 무엇으로 ‘변형시켜 제시’하는 예술작품의 생성 과정과 연관해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무의식적 정신작용의 원리’이다.

무의식은 무시간, 무모순, 비인과, 비현실, 쾌락원칙, 원초, 원시, 유아적 특성을 지닌다. 그리고 본능욕동, 환상, 외상, 최초시기의 정서, ‘분열’된 자기, ‘억압’된 표상들, 인류의 원형들을 그 ‘내용’으로 지닌다. 이 무의식의 내용물에는 정신작용들을 추동시키는 강력한 생명에너지가 담겨있기 때문에, 꿈, 작품의 근본추동력은 무의식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꿈-작품-증상의 발생 과정이 동일한 구조를 지닌다는 프로이드의 ‘위대한 발견’을 따라 꿈의 생성과정과 더불어 작품의 창조과정이 어떤 원리들에 의해 형성되는지 살펴보가.

프로이드는 『꿈의 해석』에서 꿈의 본질은 숨겨진 ‘꿈사고’에 있기보다 ‘꿈작업’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꿈의 숨겨진 ‘본래 내용’을 해석하는 것보다, 꿈을 생성해내는 ‘무의식의 활동원리’를 인식하는 것이 인류의 정신성 고양에 더 큰 가치를 지님을 강조하는 것이다. 프로이드가 인류 최초로 체계적으로 규명해낸 ‘꿈작업’은 선천적인 1차 정신과정인 압축, 전치, 상징이미지화이다. 이 세 원리의 작용에 의해 의식과 전적으로 다른 특성과 내용과 영역을 지닌 무의식의 무엇이 의식의 꿈, 작품으로 변형되어 드러날 수 있게 된다. 이 세 원리는 무의식을 의식에 드러나게끔 해주는 핵심 활동이자, 그것의 형성물들을 통해 의식이 무의식의 내용을 인식하게 하는 무엇이기도 하다.

정신에는 1차과정 외에 이에 대비되는 후천적으로 발달하는 자아의 2차과정이 작동된다. 의식과 전의식의 정신작용인 2차과정은 꿈-작품의 생성과 연관해 ‘2차가공, 검열, 승화’ 작업을 작동시킨다. 꿈과 예술작품은 기본적으로 무의식의 내용물들을 먼저 1차과정 원리에 의해 ‘변형’시키고 그것을 2차과정 원리에 의해 ‘재구성’함으로써 창조된다. 인류의 정신을 깊이 공명시키는 예술작품들은 1차과정과 2차과정이 적절히 배합되어 생성된 결과물이다. 꿈과 작품 생성에 기여하는 정신활동, 원리, 내용은 프로이드의 지형학적 정신론과 3원적 정신구조론에 의거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창조성 & 꿈작업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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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자아 -- 초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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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무의식 Il 전의식 의식

(1차과정) (2차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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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ㄱ ㄷ ㄷ ㄷ

ㄱ ㄱ ㄷ ㄴ ㄴ

ㄱ ㄱ ㄷ ㄴ ㄴ

ㄷ ㄴ

ㄷ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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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 억압된 소망들

ㄷ : 잠재된 꿈사고들

ㄴ : 낮의 잔재들


1차과정 : 압축, 전치, 상징이미지화 : 쾌락원칙, 카타르시스

2차과정 : 2차가공, 미화, 미적형식 : 현실원칙, 승화 (창조적 영감, 상징화)


--도표 3. 창조성, 창조과정, 정신조직 사이의 관계


위 도표에서 억압된 꿈소망은 무의식의 꿈사고가 의식에게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게끔 변형시키는 ‘꿈작업’을 작동시키게 만드는 근원적 추동력이자, 꿈의 핵심 잠재내용이다. 꿈이든 작품이든 무의식의 소망ㆍ무의식의 꿈사고와 ‘결합’되지 않은 채, 단지 의식의 사고와 2차과정에 의해서만 의도적으로 의식의 목적을 위해 만든 결과물은, 사람들의 무의식을 공명시키지 못하며, 깊은 감동과 새로운 의미를 일깨우는 무엇이 결코 될 수 없다. 그렇지만 무의식의 소망이 2차과정에 의해 ‘미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된 작품들은 섬뜩함과 혐오감, 정신의 혼란을 일으키기에 감상자들에게 거부ㆍ외면당한다. 반면에 자아의 2차과정만 과도하게 반영된 ‘현상물’은 ‘미화’되어 보기 좋고 안전한 느낌을 주지만 깊은 감동과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이발소 그림’)


IV. ‘초현실주의’와 정신분석 : 초현실주의 기법과 무의식 원리들


“시인은 눈에 보이는 현실 사물들에 자신의 상상 대상과 상황을 ‘연결’시켜, 현실을 넘어서는 즐거운 상상세계를 창조한다.” - 프로이드「창조적 작가와 몽상」


서양의 전통 예술계에서는 조화, 통일, 질서 등의 ‘미적 형식’이 매우 강조되어왔다. 미적 형식은 사회가 그것의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하여 교육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전파해 각인시킨 ‘자아 이상’ 형식들 중 하나다. 꿈이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과정과 예술작품이 생성되는 과정은 무의식의 내용물이 1차과정 원리들에 의해 변형되며 (초)자아의 검열을 거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양자의 차이는 대타자가 그 가치를 인정하는 덕목인 ‘미’와 ‘자아 이상’이 얼마만큼 반영되었는가에 있다. 꿈의 생성과정에서는 무의식의 내용물에 대한 2차가공인 ‘미화 작업’이 불과 몇 분 동안에 약하게 비의식(전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이에 비해 예술작품의 창조과정에선 ‘미화 작업’이 며칠에서 몇 년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강도 높게 의도적으로 일어난다.

예술가의 천재성은 정신내부의 내용물과 외부세계의 대상들에 다양한 ‘미적 형식’을 얼마다 적절히 선별해 배합하여, 억압된 소망을 초자아 불안 없이 미적 상징의 양태로 표출시켜 정신의 긴장을 해소하고 미적 쾌감을 제공하는 작품을 만드는가에 있다. 이때 전통 ‘미적 형식’들은 주로 비례, 통일, 조화처럼 자아의 현실원칙에 부응하는 의식의 원리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초현실주의 기법의 예술사적 독창성은 전통 의식관점의 좁은 한계를 확장하고, 창조적 상상력을 고양하기 위한 획기적 기법으로 ‘무의식의 원리’를 ‘작품화 작업’의 중심으로 채용했다는 데 있다.

초현실주의의 이런 혁명적 발상은 당대 시대상황을 반영한다. 1차대전으로 생존의 위협과 더불어 물질적-정신적으로 폐허가 된 유럽에서 예술가들은 전통 가치들의 ‘표면성’, 허구성, 위선을 폭로하는 다다이즘 운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다다이즘은 전통 사회가 중요시해온 ‘미’의 가치 역시 ‘왜곡된 권력구조와 기만적 현실’을 유지시키게 정신을 마취시키는 일종의 허구이자 위선의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함으로써, 예술과 예술가의 존립기반을 붕괴시킨다. 이런 상태에서 예술가들에게 ‘구원’처럼 눈에 띤 것이 ‘무의식을 외부로 표현’하여 ‘진실’을 보는 눈을 확장시키고 정신의 병리성을 치료하는 ‘정신분석’이다. 억압된 무의식을 말로 자유롭게 표출하는 충격적인 ‘정신분석’처럼 예술가에게 민감하게 감지되는 무의식의 세계를 꿈의 1차과정 기제를 사용하면서 혐오감을 주지 않을 정도의 ‘미적 가공’을 하여 표현한다면 그 작품을 감상하는 인간들의 숨겨진 정신적 문제를 직면케 하고 치유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무의식을 말로 표현하고 해석하는 정신분석과 무의식을 이미지로 드러내 보여 사람들의 기존 정신에 충격과 새로운 각성을 주는 예술 활동 사이에 ‘은유적 동일시’가 일어나, 초현실주의자들에게 예술적 표현활동이 인류를 병리상태에서 구원하는 의미 깊은 활동이라는 새로운 의미와 활력을 생성시킨 것이다.

과학주의에 대한 실망과 자본주의에 대한 경멸, 전통가치에 대한 불신과 허무주의 무드 속에서 침체되어 있던 상당수의 다다이스트들은 정신분석의 영향으로 “예술가에겐 ‘표현’해야 할 가치 있는 뭔가가 있다!”, “화가의 모델은 순수하게 내적인 것이어야 한다.” ‘자발적 창조활동’(1차과정)에는 힘과 가치가 있다.“ ”억압된 무의식은 대단한 표현력을 지닌다.“ ”심리적 현실은 메마른 외부 현실을 감당하게 하는 대단한 힘과 가치를 지닌다.“등의 생각을 담은 초현실주의 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이들에게 ‘초현실’이란 당대의 자아의식을 뒤덮은 과학주의와 자본주의적 현실과 다른 특성-내용-관점-원리를 지닌 제3의 현실계, 무의식의 세계,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세계를 뜻하는 동시에, 현실세계의 가치들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기만하는 대립적 세계관을 넘어서는 ‘전체적 현실’을 뜻한다. 이런 초현실을 자각하고 음미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현실에 안주해 의식의 관점을 요동시키는 어떤 충격을 주어야 한다. 이 충격은 파격적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감상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충격은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작품을 ‘부정, 외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아의 방어를 이완시켜 유혹할 정도의 ‘미화 작업’의 필요를 인정한다.


1. 표현 기법 : 압축, 병치, 전치, 상징. ‘꿈의 회화’ (꿈작업 원리)


초현실주의자들은 일상의 의식에 충격을 주기 위한 작품의 표현 기법을 프로이드가 『꿈의 해석』에서 강조하며 전해준 ‘꿈작업’ 원리인 ‘무의식의 1차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차용한다. 감상자들의 무의식을 공명시켜 ‘새로운 초현실’과 은유를 발생시키려면, 무의식의 원리와 내용, 특성이 보다 많이 반영된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은유를 작동하게 하는 주요 에너지원과 원리가 의식(2차과정)보다 무의식(1차과정)에 있다면, 무의식(1차과정)의 <내용과 원리>를 예술기법에 적극적(의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은유 작용을 보다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전)의식의 (의도적) 특성과 무의식의 (무의도적) 특성이 골고루 반영된 작품을 만들면, 그것이 감상자들의 전의식과 무의식의 무엇을 함께 ‘공명-결합’시켜 마비되어 있던 욕망이 활성화되어 뜻밖의 은유적 초현실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다.


초현실주의가 정신분석에서 차용한 대표적 기법은 ‘자동기술법’과 ‘데페이즈망’이다.

자동기술법은 무의식적 사고 작용 내지 창조적 상상력이 이성적 (논리적, 규범적, 미적) 검열ㆍ판단의 방해 없이 자유롭게 표현되도록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기법으로, 정신분석의 ‘자유연상’술을 차용한 것이다. 초현실주의 화가는 이드와 자아, 무의식과 의식, 꿈과 각성의 중간상태 내지 주관과 객관이 혼합된 정신상태에서 ‘그것’이 원하는 데로 ‘자유연상’하듯이 손이 움직이는 데로 그림을 그린다. 이때 걸작품을 만들겠다는 결과에 연연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우연의 효과 자체를 향유해야 하며, 표현물에 예기치 않은 미와 힘이 느껴지면 억압된 무의식이 자아의 기존 방어를 뚫고 의식이 주목하지 못했던 어떤 내용과 힘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은 자동기술된 표현물에 자아의 2차적인 미적 가공을 하여 완성된다. 자아의 2차가공에는 예술가가 살고 있는 사회의 상징계, 시대정신, 대타자무의식을 고려한 예술가 특유의 의사소통, 자기 보충, 당대 현실계와의 적절한 긴장-조화-통일-적응 욕망, 새로운 비전, 승화 작용이 담겨있다.

초현실주의의 핵심기법은 데페이즈망(depaysement, 낯설게 하기)이다. 이것은 기존의 관습적 사고에 충격을 주기 위한 기발한 발상이자 신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 연출이다. 낯설게 하기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가령 어떤 낯익은 물체를 원래 있던 장소에서 떼어내 뜻밖의 장소에 위치시키기, 현실에서는 도저히 함께 있을 수 없거나 양립 불가능한 사물을 한 그림에 나란히 병치시켜 ‘이상한 만남’을 만들기(병치).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사물을 ‘응축’시키기(혼합형상), 사물의 성질 가운데 하나를 바꾸기(전치), 일상의 대상에서 ‘실용적 성격’을 배제하여 색다른 차원에서 보게 하기 등등이다. 데페이즈망은 꿈의 압축, 전치, 상징화 기법과 유사하다. 단지 꿈 속 전치(displacement)는 무겁고 충격적인 무의식의 꿈소망을 가볍고 사소한 전의식의 자료로 대체하여 덜 충격적으로 만드는 것인데 비해,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은 자아에 충격을 주어 ‘무의식의 초현실’에 주목하게 하려는데 그 기능과 목적이 있다. 이미지, 단어, 오브제를 ‘비이성적으로 병치’시키는 기법, 꼴라주, 몽타주 등은 곧 이드의 1차과정인 ‘전치’의 양태들이다. 데페이즈망에 의해 감상자의 의식과 감각 심층부에 어떤 충격을 주면, 무의식이 활성화되어 문명과 인간의 비이성적 욕망이 드러나며 의식과 무의식을 함께 자각하는 ‘전체적 초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2. 작품 사례 : 초현실주의 회화에 나타난 '꿈작업 요소와 의미' 해석


정신분석학자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대할 때, 작품 속 이미지가 만약 꿈에 나타나면 그게 무슨 뜻일까? 하는 관점에서 음미한다. 저자를 만나 작품요소요소에 관해 직접 자유연상하게 하고, 유년기 자료를 수집하고, 창작할 때의 심리상태와 그 당시 받았던 자극들을 전해들을 수 있으면, 정신분석적 배경지식에 근거해 작품에 대한 온전한 정신분석적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없거나 작가에 대한 자료가 빈약한 경우, 온전한 작품해석은 불가능하며 단지 작품에 대해 자신의 정신이 공명하고 역동하는 것을 단서 삼아, 작품에 대한 ‘상징 해석’을 시도할 수 있을 뿐이다.

초현실주의 회화를 감상할 때 주목할 점은 ‘꿈작업 원리’, 은유가 작품에 어떤 양태로 반영되고 있는가이다. 의식이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끼는 질서적인 이미지와 사고 틀을 깨뜨리고 무의식의 정서를 역동시키는 충격 요소를 한 가지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초현실’주의 회화가 아니다. 작품에서 초현실을 경험하기 위해 유념할 또 다른 점은 각 작품이 최초 등장했던 과거로 돌아가, ‘매직 아이’를 작동시키는 은유의 눈, 꿈의 눈, 유아의 눈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다.


[슬라이드]


그림 : 보슈(16세기), 고야(18), 모로(19) - 마송, 데 키리코, 에른스트, 달리, 마그리트, 현대(올빈스키...)


V. 마치며


“은유, 꿈작업, ‘초현실’ 기법” 이 동일한 작용 구조를 지닌다는 사실은 의식의 개념으로 명료히 인식되기 어렵다. 이것은 꿈해석 경험, 정신분석 경험처럼, 강한 정서역동을 동반하는 구체적인 무의식 인식 체험을 통해 체인되는 것이다. 초현실적 ‘작품 창조 기법’이 내면에서 매일 밤 일어나는 ‘꿈작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꿈해석이 예술작품에 대한 심층이해에 이르는 Royal Road 라는 본문의 설명이 ‘초현실’에 접속하는 비법을 알게 된 것인 양 ‘신선한 충젹’으로 느껴지려면, 심층적인 꿈해석 경험과 더불어 구체적인 작품분석 경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