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스터디 분석 후기
    상담 스터디는 김은옥 정신분석상담사의 슈퍼비전 아래 개인분석 경험 있는 일반인과 상담 전공자가 상호작용하며 자기 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소모임입니다. 본 교육원에서는 더 많은 분들께 도움 드리고자 스타디에서 나온 깊이 있는 자기분석 글을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삶의 문제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4. 회피성 성격

쉽게 긴장하고 낯가림이 심해서 브레이크가 잘 걸리는 회피성 성격 - 빨강님

 

사람에게는 각자의 특성과 살아온 배경이 있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의존성성격과 회피성성격을 공부하면서 나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적절한지 알게 되어 적지않게 삶에 대한 압박감이 줄어가고 있다. 사람은 어쩜 그렇게 자신이 경험한 상처 주변을 맴돌고 반복하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로 인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요번 스타디를 통해 상처가 어떻게 사람에게 회피적인 태도를 만들고 그 회피적인 태도가 관계와 인생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성찰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지칭하는(성격을 묘사하는) 몇 가지 공통된 설명 중의 하나가 ‘차갑다’라는 것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는 내가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지만 거리 있는 사람의 경우 나를-차가워서, 새침해서, 낯을 가려서, 냉정해서, 무표정해서, 도도해서, 잘난척해서, 무관심해서...- 가까이하기 힘든 사람으로 묘사한다. 사실 나에겐 이런 얼음공주같은 모습과 따뜻하게 주위 사람을 챙기는 모습이 둘다 있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는 익살스러운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다. (유쾌 통쾌한 사람이다.) 그렇게 나는 행동과 태도에서 사람들에게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준다. 또한 나는 내성적 타입으로 과격하게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타인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기를 꺼리며 행동을 억제한다. 낯선 상황이나 친숙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대체로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거리를 둔다. 불편한 상황에서는 건조하고 오만하게 보일 정도로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만남을 끝내버린다. 그래서 때론 어떤 사람은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상처를 받기도 한다.

 

나는 상대가 친근감을 가지고 접근해 올 때도 당혹감과 불안감으로 무뚝뚝한 반응을 보인다. 일단 친밀해지면 나름의 사교성을 보이지만 타인과의 접촉에 부담을 느끼는 성향인 만큼 교류에는 소극적이다. 사람 때문에 동요되는 게 힘들어서 표면적인 만남으로 끝내고 싶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회피형 자아의 사람은 표면적인 관계에서 보이는 태도와 친밀한 관계에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데 표면적인 관계에서 보이는 태도는 거리를 둔채 좋은 사람처럼 가면을 쓰고 그 이상의 관계로는 절대로 나아가지 않는다. 사실 나는 타인에 대해 정서적으로 기대나 도움을 바라지 않는데, (차갑고 의심이 많은면은 나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와 책임을 과도하게 인식해서 그렇다.) 과거에는 적극적인 의욕과 행동력이 부족해서 관계를 맺기보다 혼자를 더 선호하기도 했었다. 또한 나는 다른 사람들의 비판과 평가, 더 나아가서는 거부가 무서워서 좀처럼 본심을 드러내기 힘들어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고통스러운 일에 고통스럽다고 인지하거나 언어로 표현하지 않고 그냥 넘겨버리는데 익숙해져서 그러한 것 같다. 아주 오랫동안 나의 내면을(무의식적 진실) 성찰하면서 현실을 회피한 것은 마음의 회복이 필요했었기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은 지나치게 민감해서이다.(상처에 대한 민감함이랄까) 타인의 불편한 행동을 보거나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나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신경이 곤두서고 침울해진다.) 극도의 예민함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자신감이 없고 부정적인 자의식이 모순되게 양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DSM에서는 서로 중복되고 관련이 있는 증상들을 묶어서 성격장애를 3개의 군집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군집 C는 의존성, 강박성, 수동공격성 그리고 회피성 성격장애를 설명하고 있는데, 불안과 두려움은 회피성 성격의 사회적 철회 행위를 설명하는 핵심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회피성 성격장애는 대인관계 맥락에서 회피적 성격 양식이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경우인데, 이러한 경향이 만성화되어서 생활에 심한 역기능과 부적응이 초래되는 경우이다. DSM-5에 따르면 회피성인격은 사회적 억제, 부적절감, 그리고 부정적 평가에 대한 과민성을 보이며, 타인이 자신을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데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대인관계나 사회적 관계를 갖지 못하는 성격장애라고 한다. 회피성의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비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가 강하지만, 수줍고 거부에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분열성 성격장애와 확연하게 구분되기도 한다. 지나치게 민감하여 방어기제가 적극적으로 발동되는 것이다.


회피성 성격의 사람은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을 만한 사회적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혹독하게 부모로부터 통제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과 체면에 가치를 두는 부모의 통제는 이들이 부모와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한 훌륭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를 쓰게 만들고, 눈에 보이는 자신의 결점들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창피와 모욕을 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형성한 것이다. (부정적 자아상) 이들이 성인이 되면 학교나 직장에서 적당히 업무를 수행해 낼 만큼 사회화 되더라도 여러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염려하고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고민하며 창피나 굴욕을 당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강하게 통제하고 억제한다.


적절히 존중받고 사랑받는 애착의 경험이 부족한 이들은 칭찬받을 만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훈계를 들으면서, 부모로부터 자신의 실패나 단점에 대해 무시당하는 경험을 반복했을 수 있다. 그래서 회피형의 사람은 무엇이든 ‘원하지 않음’으로써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자라면서 태도가 냉정해지고 타인에 무관심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애정이 부족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다. 특히 신체적으로 과체중이거나 결함이 있다면 그 결함 때문에 부모로부터 잔인한 놀림을 받게 된다. 반복되는 놀림의 경험으로 인해 조롱과 무시가 내면화되면 낮은 자아개념을 가진 성인으로 자라서 창피를 당하는 것에 매우 민감해진다. 삶의 초기에 경험한 멸시와 자기비하의 독소적인 태도를 내재화했기 때문에 어떠한 성취로부터도 거의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대신에 수치심과 자기비하, 모욕의 감정이 쉽게 재활성화되어 현재의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대처하기보다는 좌절감으로 문제를 회피하는데, 창피와 모멸감의 거절을 당하면 이를 치명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에 물러남과 사회적 철회로 방어를 한다. 때때로 수동적인 태도나 자제력을 잃고 비난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더욱 이들을 거부하거나 무시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상보적이고 반응적인 공격은 두려움에 기반한 철회성향을 더욱 강화하게 한다. 이렇게 엄마로부터 돌아오는 것이 비난과 질책뿐이라면 아이는 자기 부정과 타인에 대한 불신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의 애착행동에 대해 어머니가 지속적으로 거부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회피애착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런 아이는 엄마에게 매달리는 대신에 혼자 놀고 혼자 시간을 보낸다. 친구를 사귀려 하지 않거나 잘 사귀지도 못한다. 성장한 뒤에도 친밀한 관계를 회피하게 된다. 다른 한편, 부모의 과잉보호가 아이의 회피적인 행동을 강화하기도 한다.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느끼는 불안한 부모는 자신의 불안을 다루는 방법으로 아이를 자신이 허락하는 세상 속에 가두게 되면서(과잉보호) 아이의 자연스러운 발달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아이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점점 더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해 회피하게 되고, 이런 사회적 경험의 부족은 사회적 상황에서 부적절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되면서 회피경향은 더 굳건해지는 악순화의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안전감을 확보하는 반면, 가까워지기라는 숨겨둔 소망을 위해서 자신 만의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자신의 안전감을 손상시키지 않을) 지극히 소수의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놀라울 정도의 충성심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새 학기가 시작되거나 새로운 모임에 참여하게 될 때처럼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할 때면 늘 우물쭈물하다가 나만 빼고 다 친해진 상황을 여러번 경험했었다. 늘 낯선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몰두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떤 시선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긴장되어 예민하게 살피게 된다.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지만 기본적인 감정은 ‘그럴 리 없다’는 의심이고 결국에는 뒤에서 뒷담화하며 욕하고 나를 배신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생각을 한다. (환상) 또한 정작 나에게 맞는 사람이 누구인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하는 것들을 알아볼 수도 없다. 그 상황에서 나는 늘 부적절하게 내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거나, 나만 없으면 사람들은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스스로 소외시키는 장치), 이런 나의 모습을 사람들은 평가하고 비판하고 언젠가는 등을 돌리고 떠날거라는 두려움때문에 결국에는 먼저 등을 돌려버리고 사람들을 외면한다. 이런 모든 과정 가운데 나는 늘 정서를 억압하며 차갑게 더 나아가서는 모두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나를 보호했었다. 그래서 나는 모임에서 처음 기대와 달리 잠수를 타고 관계를 끊어버리는 일을 반복했었다.


가족외에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내 진짜 모습을 드러내곤 하는데, 그들에게는 의존에 가까운 충성심을 보인다. 그렇지만 사회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나에게 맞는 적절한 사람을 찾아내는 안목을 키우지 못하고, 평생 엄마관계처럼 착취적이고 강렬한 경험을 반복할 만한 사람을 골라서 충성을 보여줬었다. 분석 경험 전에는 엄마를 막연히 좋은 부모로 간주했었다. 그러나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려본 적이 없고, 곤란한 일이 벌어져도 진심을 털어놓지 않고 서로 표면적인 관계로만 지내왔었던 것이다. 그런 표면적인 관계는 대인관계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다. 나는 사교활동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쉽사리 마음을 주는 관계로는 쉽게 발전시키지 못한다. 소수의 좋은 사람과 경험할 수 있는 안전한 관계에서도 사람에 대한 불안과 피해의식이 먼저 올라와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고 몰래 테스트하기도 했다. ‘그럴 줄 알았어’ 라는 말은 내가 느끼는 의심을 확인하는 말이다. 화가 나서 하는 말이지만 내 마음은 사실 너무 슬프고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라는 상처받은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아마 엄마한테 외치고 싶은 말이었겠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관계의 잘못을 나에게서 찾아내곤 했다. 또한 어쩌다가 관계가 가까워지면 모멸감으로 상처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벗나기위해 (‘나는 더 이상 저 사람을 돌보고 싶지 않아’라는 피해의식도 함께) 불쾌한 현실을 잊기위해 또는 부담스러워 관계를 칼같이 끊어 버린다. 심지어 아는 사람을 길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도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관심과 사고를 좁혀서 나름 균형을 잡았던 것이다.) 뭔가를 시도해 보려는 순간 어차피 안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끝없이 솟아올라 꼼짝 할 수가 없었다. (굳건한 부정적 믿음) 실패나 결점에 대해 엄마로부터 시종일관 비난을 받은 결과이다. (왜곡된 자아를 바꾸는 게 정말 쉽지가 않았다.) 빈축이나 괴롭힘은 사람의 존재가치뿐만 아니라 마땅히 있을 곳을 빼앗고 깊은 상처를 내어 영혼을 마비시킨다. 과거이든 현재든 피해를 당하면 모욕을 당했다는 감정과 수치심 때문에 괴롭힘당한 고백뿐만 아니라 무엇이 얼마만큼 불편한지 싫은지 내색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기분침체의 원인)


지난 몇 년간,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통해서 이제 더이상은 관계의 다리를 폭파시키는 일을 하지는 않는다. 내 인격의 일부분인 회피형 자아로 인해 심리적 내성이 매우 부족하다. (상처를 견뎌내는 심리적 저항력) 그래서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일이나 불쾌한 감정에 대해 내성이 매우 약해서 견딜수 없는 것은 다 밀어내었던 것같다. 엄마에게 벗어난 후에도 나는 늘 여전히 감시당하는 것처럼 오랜시간 주체성을 쉽게 회복하지못했었다. 여전히 지금도 나는 내 자신보다 강하다고 여기는 존재에게 저항하지 못한다.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반발하고 충돌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쪽을 따르는 게 편하다. 그동안 피해서 도망친 좋은 사람들과 기회들,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발달의 경험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더 이상 관계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는 않지만 과거의 경험을 반복할까봐 조금은 걱정이 된다. 다행이도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일치하는 통합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느리지만 멈추지않고 노력해 해나가는 지금의 내가 꽤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져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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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