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스터디 분석 후기
    상담 스터디는 김은옥 정신분석상담사의 슈퍼비전 아래 개인분석 경험 있는 일반인과 상담 전공자가 상호작용하며 자기 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소모임입니다. 본 교육원에서는 더 많은 분들께 도움 드리고자 스타디에서 나온 깊이 있는 자기분석 글을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삶의 문제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3. 회피성 인격

타인에 대한 불신과 세상은 거부로 가득찼다고 믿는 회피성 성격 - 분홍색님


회피성 성격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말수가 적고 시선을 잘 마주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듯 냉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는 편안한 모습으로 웃기도 하고 재미있게 대화도 나누며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회피성 성격’을 지닌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낯선 상황이나 친숙하지 않은 사람을 접하면 정중한 듯하면서도 차갑고 무심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로 그리 냉정하지 않다. 친숙한 세계 속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모습이 그것을 잘 증명해준다. 사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사랑과 수용을 받기 원한다. 그럼 왜 대인관계 상황에서 냉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일까? 상처를 지닌 사람이 보이는 행동은 사람을 피하는 것이다. 마음이 닫히면 인생은 아주 귀찮고 부담스러운 것이 된다. 아마도 낯선 사람들에게서는 자신이 원하는 사랑과 수용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한 배려는커녕 비판과 거부를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애써 피하는 것이다. 이들이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다른 사람들에게서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한 욕구가 높아서다. 회피적이란 뜻은 자신 이외의 대상에 거부감을 느끼고 기피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자신 이외의 대상은 타인, 사회활동, 어떤 장소나 사물, 특정한 직업, 인간관계등이 포함된다.

 

회피성 성격장애

회피성 성격장애는 대인관계에서 비난, 거절이 두려워서 사회적인 접촉을 극단적으로 회피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인간관계나 사회적 상황에서 감정을 억제하기도 하지만 때론 예민함으로 부적절감이 느껴져 대인관계를 회피한다. 회피성 성격장애는 분열성 성격장애와 구분되는데, 분열성 성격장애는 대인관계를 감당할 만한 정서적 자원이 결여되어 있어서 의미 있는 관계 형성에 실패하고, 비 사교적이라 대인접촉을 거의 하지 않고 대인접촉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그에 반해 회피성 성격장애는 대인접촉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감당하지 못한다. 상대방의 사소한 감정표현 하나, 타인의 작은 행동에도 의미를 두고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마음을 써서) 자연스런 만남을 이어가기 힘들다. 관계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지적이나 거부에 대한 공포때문에 관계에서 높은 벽을 쌓고 지낸다. 인간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언급이나 태도는 축소하고 사소한 것을 과대해석해서 단정짓고, 대신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 자신을 비난하거나 싫어할 것이라고 짐작해서 타인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하지만 본심을 조금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가까이 갈 수가 없다. 회피성 성격장애를 지니면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불안해서 속마음의 경험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친밀하게 다가와도 당혹감으로 무뚝뚝한 반응을 보이기때문에 처음엔 호의를 보였던 사람도 거부나 거절당했다고 생각해서 떠나 간다. 그런데 회피성 성격장애의 사람은 스스로 만든 거리감은 전혀 의식하지못하고 상대가 거부하거나 떠나갔다는 사실에만 집중한다. 또한 다툼과 감정적인 충돌을 극도로 기피하는데 부당한 공격이나 비난을 받아도 큰 싸움으로 번질까봐 참고 만다. 감정적인 대립을 우려해서 자기주장을 펴지 않는데 상처받은 경험의 기억 때문에 격한 감정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 분노나 슬픔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물론 긍정적인 감정도 불편해한다. 이들은 좋은 감정일지라도 표현방식이 적나라한 사람을 힘들어 한다. 자기 주장이 강하거나 탐욕스러운 사람이 불편해서 피하지만 한 번 지배나 통제를 당하면 좀처럼 벗어나질 못한다. 강한 자아와 판단력이 있고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 뒤에 숨는 일이 많다.

 

회피성 성격장애의 특성

(1) 외현적 행동

회피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자신의 내면의 불안과 부적절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 냉정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애가 심해질수록 내면의 불안이 이러한 가면을 뚫고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겉으로 보아도 편안해 보이지 않고, 어딘가 불안해 하는 면이 관찰된다. 혹은 별것도 아닌 일에 지나친 반응을 보이며 안절부절 못한다. 특히 이들의 염려증은 부정적인 상황을 떠올리며 불안을 증폭시키는 말이나 행동으로 드러난다. (남이 보기엔 사소한 것에 대한 염려가 커서 괜찮다는 답변을 계속 들어야 한다.) 부정적인 우려에 과도하게 주목하여 스스로 걱정을 부풀려서 좋은 결과가 얻어지지 않는다는 비관주의가 강하다. 물론 조심성으로 골치 아픈 일은 덜 당하지만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다. (주변사람이 다 사라진다.) 사실 이런 사람은 친밀해지면 의존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상대방이 심부름꾼 역할을 받아들이면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수족처럼 부리며 의존한다. 어조는 대개 느리고 딱딱하며 말이나 생각이 자주 끊기곤 하여 다소 어색하게 보이기도 한다. 자세도 긴장되고 경직되어 보이며, 가끔 조금씩 몸을 떨기도 한다.

 

(2) 대인관계 양상

이들의 대인관계 특징은 한마디로 “거리두기”로 요약할 수 있다.(심리적, 신체적, 물리적거리)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상황을 거북해하기도 하고 몸이 직접 닿을 때는 강한 긴장과 불안을 느끼며 사람에 따라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신경이 예민해서 극도로 타인에게 신경을 쓰는데,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어색하고 금세 피곤해져 사람 사귀는 일에 소극적이다. (관계에서 진도가 잘 안나간다.) 물론 거리를 두면 안심하고 적절한 관계를 할 수있다. 이들은 오래 사귄 친한사람에게도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고 완전히 받아줄 거라는 충분한 확신이 없는 한 어떻게 해서든 인간관계를 피하려고 한다. 타인과의 대인관계를 원하지만 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겁이 많고 걱정이 많다. 실제로 따돌림을 당하거나 거부당했던 아픈 경험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건은 이들이 다른 사람을 믿지 않거나 대인관계를 불안하게 느끼는 계기가 된다.(사소한 유발 사건으로 열등감이나 공포를 느낀다.) 심하게 위축되어있고 좌절감을 다루지 못해서 이들은 핑계를 내세우면서 가급적이면 사회적 책임을 맡지 않으려 한다.

 

사람들이 자기를 거의 무조건 받아줄 거라는 충분한 확신이 없는 한 타인의 존재는 이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절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데, 오히려 사람들은 이들이 대인관계를 원치 않는 사람이라고 인식하여 거리를 두게 된다. 회피성 성격 장애를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게 된다. (내향적 - 환영받지 못하고 거절당할 것같은 두려움) 결국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행동을 통해 실현되고 마는 것이다. 관계가 불안한데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는 기술, 밝고 긍정적인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원하는 것을 말하는 기술을 익히는 게 필요할 것이다.

 

(3) 지각과 인지적 양상

자주 비교되는 분열성 성격장애와 회피성 성격장애는 지각과 인지적 영역에서도 차이가 있다. 분열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주변 환경에 지각적으로 둔감한 데 비하여(사람들과 관계맺고 싶은 욕구가 없다.) 회피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주변 자극의 변화나 미묘한 차이에 민감하다. 회피성 성격장애의 인지적 특징 중 하나는 환경내에 존재하는 잠재적 위협을 훑어보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은밀한 감정이나 의도를 짐작하며 상대방의 움직임과 표현을 훑어보고 평가한다. 상대방의 어조나 감정 표현의 미묘한 부분, 일순간의 표정 변화 등 보통은 지나치고 넘어가는 사소한 부분까지 예민하게 포착한다. 사소한 실수에 스스로 다그치기 일쑤고,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분석하면서 잘잘못을 가리고 ‘사람은 어때야 한다’고 극단적으로 판단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를 인지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고 스스로를 다스리가 어려워서 타인의 반응에 휘둘린다. 자기 마음을 잘 다루는 사람은 웬만한 스트레스에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회피성 성격을 지닌 사람은 예민성으로 인해서 스스로 생각하는 특정한 위험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는 과도한 자극을 처리해야하는 부담을 불러일으키고, 아울러 일상적인 과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지적 용량을 감소시킴으로써 자연스러운 접촉을 방해받는다. 이들의 또 다른 인지적 특징은 위험과 관련된 내면적 사고가 아무 때나 떠오른다는 게 문제다. 이러한 내면적 사고는 스스로 통제하기가 어려우며 떨쳐버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사고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그 결과 감정의 기복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것이다. (피해의식)

 

(4) 자아상

회피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주변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을수록 자신감이 현저히 저하된다. 사람들 속에 있을 때면 막연히 자기 자신은 작아 보이고 다른 사람들은 커 보이는 것이다. 자신은 매력이 없고, 자신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어도 별것 아니라고 평가절하한다. 자기 자신을 불편히 여기며 불안하며 슬프다고 자주 표현한다. 반면에 타인은 대개 비판적이고 배신을 잘하며 모욕과 수치심을 안겨주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사랑하고 슈용할 것인가를 의심하는데 사실상 이들이 의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이자관계 고착) 그러나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눈에 비친 자기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 현재 겪고 있는 문제가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불안이 매우 크다. 사랑과 인정에 목말라 있어서 타인을 위해 헌신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역시 이자관계) 자신의 가치를 체감하려면 항상 타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애정을 얻기 위해 어느 선까지는 이용당해도 묵인한다. 인간관계를 맺으면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타인을 돌볼 의무를 지게 된다고 인식한다.

 

어린 시절 상처받고 치유할 기회를 놓치면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누군가 상처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거부나 버려질까봐 두렵다. 회피성은 사람사이에 일어나는 성가신 일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큰데, 성가신 일에는 상처를 받는 일이나 상처받을 만한 일, 부담이나 책임을 져야 하는 일, 속방당해서 자유를 빼앗기는 일이 포함된다. 무계획적이고 적당주의에 사려가 부족한 경향이 맞물린 경우 회피성 성향은 무책임하고 타산적이며 이기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타인에 대한 애착이 희박해서 아무리 친하게 지내더라도 조금만 실망을 안겨주거나 멀어지면 상대방의 반응이 멈추면 단절해버린다. (거부, 차단, 무응답, 무반응, 평가절하) 또한 새로운 이익이나 자극을 받으면 기존 관계에 금새 흥미를 잃기도 한다.

 

(5) 사회적, 직업적 영역

이들은 낯선 상황이나 새로운 일을 두려워한다. 당혹스러움 혹은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늘 익숙한 환경에 머무른다. 이들은 흔히 비중심적인 업무를 맡는 것을 더 좋아하고 거의 업무상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이들은 책임과 적극성이 요구되는 직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종종 자기계발 및 직업 유지에 살패하기도 한다.

 

(6) 대상 표상

Millon은 회피성 성격장애의 대상표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회피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초기의 불행했던 관계 혹은 유감스럽거나 문제가 있는 관계에 대한 기억이 대상표상에 내재화된 경우가 많으며, 이는 최소한의 자극에도 금세 재활성화되는 것 같다. 반대로 우리가 어려울 때 기댈 수 있고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보다 긍정적인 성질의 기억은 이들에게 매우 제한되어 있다. 불행했던 관계에 대한 기억은 쉽게 확산적으로 퍼져나가 현재의 갈등이나 스트레스에 문제 중심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막연한 좌절감에 휘둘리기 쉽게 만든다.”“이들은 마치 내면적으로는 공허함과 상처가 가득하고, 외현적으로는 오직 스트레스로 가득 찬 세상만이 존재하는 최악의 두 세계에 갇혀버린 것 같다. 이들은 바깥세상에서 도망쳐와도 안이 편안하지 않기 때문에 휴식과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자기 자신에게서 위안과 자유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7) 조절기제

➀차단 - 회피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이 자기를 조절하기 위해서 많이 의지하는 기제는 고통스러운 사고와 감정을 차단하거나 억압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상적인 사고 혹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차단하고 혼합하여 뒤죽박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사고와 감정 세계가 조화되지 않은 불협화음을 이룬다. 이들에게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느낌으로써 받는 예리한 고통과 괴로움을 경험하는 것보다 모호한 부조화를 경험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사실은 소화되지않는 (내사-부모가 소화를 못하고, 소화되지않는 환경에 있었던 경험이 반복되는 것이다.)혼란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➁환상 - 이들은 환상과 상상을 통해 만족을 얻고 그 속에서 작으나마 자기 가치감을 구축하며 갈등을 해소한다. 또한 이들은 공상과 환상 속에서 좌절된 정서적 욕구를 해결하고 분노에 찬 공격적 충동을 방출한다. 그러나 환상은 결국 소망과 객관적 현실간의 대조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천이 된다.

 

➂억압 - 모든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종종 유일한 위안의 방식이 되어 이들의 첫인상은 무표정하고 감정이 없으며 매사 무관심해 보인다. 이들은 자기불안이나 분노가 심해서 정신을 자신에게 집중한 탓에 상대의 기분이나 주변상황을 살펴볼 여유가 없다. 자기에게 생긴 사태나 감정을 객관적인 시점에서 이해하거나 상대방을 공감하는 것은 자기가 느끼는 고통을 완화시켜주지만(자아 탄력성) 이런한 능력이 취약하면 자기가 불편한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대뿐만 아니라 자기의 고통과 스트레스까지 가중된다.

 

➃심리구조 - 회피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하여 회피와 환상기제에 과도하게 의지하기 때문에 현실과의 접촉기회가 매우 적다. 뿐만아니라 자신의 공격성이나 부정적인 감정 역시 이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어 자기 경험에서 배제해버리기 때문에 선악의 세계가 통합되지 못하고 양가감정을 버티는 일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방어과정에 심리적 에너지가 헛되이 소모됨으로써 심리구조는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계속 남게 된다.

 

➄핵심갈등 - 회피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이 느끼는 가장 큰 갈등은 사랑과 불신의 갈등이다. 이들이 진실로 소망하는 것은 친밀하고 따뜻하며 애정 어린 지지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을 향한 자신의 행동이 결국은 고통과 착각으로 밝혀지리라는 믿음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모두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너그러울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한다. 아울러 이들은 자기의 능력에 중대한 회의를 품기 때문에 이 사회의 경쟁을 헤쳐 나가는 것도 매우 힘겨워한다. 따라서 자율과 독립을 향한 자신의 노력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은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상대에게 의지하면서 완벽한 부모역할을 바라고,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크게 화를 낸다. 상대가 제 역할을 해주지 않아서 초조해진다면 모든 원인을 상대에게 떠넘기고 자기 문제에는 상당히 둔감해진다. 회피형은 원래 상대방의 기분이 관심이 적고(관심이 일어나지 않고) 의존형보다 타인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데다가 자기 생각이나 자기형편에만 사로잡혀 있어서 기분을 공유하거나 상대의 의도나 상대방의 상황을 읽는게 어렵다. 그래서 회피형은 부지런히 상대와 무언가를 공유하기보다 자기 일이나 취미, 즐거움이나 이익을 우선시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의 기분을 맞추거나 서비스하는 것이 번거롭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남에게 잘 못한다.)

 

➅정서적 마비 - 회피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자신의 정서 상태를 긴장과 슬픔, 분노의 물결 속에 있다고 묘사한다. 혼란과 슬픔이 만성화되면 이들은 거의 정서적 마비 상태로 넘어간다. 애정에 대한 소망과 기대 자체를 철저히 포기하는 것이다. 정서적 마비는 이들에게 고통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고통에 대한 일종의 해결방식인 것 같다. 갈등에 대한 이들의 해결방식은 자신에게 일체의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스트레스나 아픔을 피하기위해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소망하지 않는다.

 

성찰 - 나는 사회적 상황에 맞닥뜨릴 때 항상 ‘상대(혹은 이 집단)에게 내가 받아들여질까(수용될 수 있을까,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늘 염두에 두게 되고 받아들여지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의 작은 행동, 표정변화, 말의 내용과 풍기는 뉘앙스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 신호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파악하려 애쓴다. 그렇게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자신감이 없고,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이 때론 열등감에 휩싸여 나는 타인에 비해 한없이 작은 사람이고, 타인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나보다 더 잘하며, 더 똑똑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나보다 더 유능하고 잘난 타인에게 기대고 그들의 사랑과 돌봄을 받아야 나도 그 사람만큼 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느껴진다. 자신감이 넘치고 존경할 만한 사람 그리고 “나만 믿고 따라와”하고 나를 이끌어주는 존재에게 의지하면서 삶의 중심을 잡고 싶어한다. 또한 상반되게 모성성을 불러일으키는 ‘내가 없으면 안될 대상’에게 측은지심이 일어나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헌신하고자 한다.

 

회피성 성격은 자신이 수용받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순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데 반해 나는 외부대상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나를 이리저리 바꾸고 맞춘다. 회피성 성격은 외부세계를 두려워하고 전혀 신뢰하지 못한다면, 나는 (두렵지만) 환상속의 의존대상을 찾고 그 의존대상이 나의 모든 두려움과 열등감을 해방시켜 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다. 회피성 성격은 애정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채 혼란과 슬픔속에서 정서를 느끼지 않으려 해서 차갑고 냉정하다면, 오히려 나는 의존대상과의 관계에 올인한 채 거기서 비롯되는 부정적인 신호나 정서를 무시, 부인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몰아가서 타인이 볼 때 따뜻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면이 있다. 그래서 나는 회피성 성격의 특성도 있지만 의존성 성격이 더 우세하다. 나는 행동력과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의존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데 자신이 없서 누군가 기댈 힘있는 대상이 필요하고 그 사람에게 헌신함으로써 안정을 얻어야 한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남에게 미움을 사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해서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나자신보다는 상대의 기분을 우선해 그가 기뻐야 나도 기분이 좋다.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감정이 내 감정보다 우선인 것이다. 나는 평소 내 기분과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데 50대 50의 관계를 만드는게 참 어렵다.

 

다른 사람의 기분에 민감해서 내 생각이나 감정이 아닌 타인의 기분에 맞추는 태도는 어릴 적 양육 환경과 관련이 있다. 부모님의 지배를 받고 자랐다. 무섭고, 차갑고, 강력한 엄마 아래서 언니와 나는 좋은 의존을 경험하지 못했고 언니는 의존에 대한 욕구를 차단, 억압하는 것으로, 나는 의존 욕구에 매달리는 쪽으로 발달해 왔던 것 같다. 부모님의 완력 때문에 그분들의 심기를 거드리지않도록 행동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부모님의 말씀을 고분고분 따르는 착한 아이로 자라서인지 늘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다가도 잘 드러나지 않는 숨어 있는 문제로 곤경에 처한다. 지금까지도 부모님께 강한 심리적 지배를 받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결정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면 불안해지고 나만 좋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과도한 친절이나 배려의 자기희생 다음에 정서 불안이 나타난다.

 

내 역할로 누구에게든 충분한 관심을 쏟아주지 않으면 허전해서 엉뚱한 것에 심취하는 경향도 세다. 서비스로 주위에서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늘 힘이 되어줄께요.”), 인간적인 나약함을 보이거나 고민, 겪은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을 도울 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때론 듬직한 존재의 보호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 즉 민폐덩어리의 사람과 엮이게 될 때가 있다.(결국 환멸만 남는다.) 내색하지 않지만 외로움과 애정결핍을 잘 느껴서 그런 것같다. 거절하지 못하는 의존성으로 인생이 꼬이기도 하고, 불이익을 당하거나 변변찮은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의존성 성격과 회피성 성격 스타디를 통해서 인생에서 사랑하기때문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간혹 나의 나약함으로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물적 넘어가기 일쑤다.) 안되는 것을 안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고 상대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제는 인연을 끊어버릴 각오도 해야 한다. 남에게 이용당하거나 내가 일한 대가를 남에게 갖다 바칠 필요가 전혀 없다. 그것은 친절도 배려도 사랑도 아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빠져나갈 수 없는 관계에서 강압과 지배를 받고 자라면 평생동안 그 불편한 상황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 결과 주체적인 삶을 잘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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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