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스터디 분석 후기

상담 스터디는 소임을 마치고 2021년 명예롭게 은퇴한 김은옥 정신분석상담사의 지도 아래 개인분석 경험 있는 일반인과 상담 전공자가 매월 1회 상호 작용하며 자기 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소모임입니다. 본 교육원에서는 더 많은 분들께 도움 드리고자 스타디에서 나온 깊이 있는 자기분석 글을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삶의 문제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1. 회피성 성격

회피성 인격장애 상담 스터디

 

회피성 인격 -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노랑님)

의존성 성격장애를 다루면서부터 나에게 매우 중요한 대상인 엄마가 말 뿐만이 아닌 진심으로 나를 사랑했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골적으로 날 거부하거나 버린 경험은 없지만 예뻐하는 척만 하고 진심으로 애정을 주지않았다는 진실을 알았다. 진심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애정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때 엄마는 나를 먼저 챙기면서 마음뿐만 아니라 시간과 여러 수고를 내주지않았다. 사실 내가 느꼈던 엄마는 나를 두고(때론 괴로워하는) 다른 일에 마음을 빼앗겨 건성으로 나를 대했다.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경험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지배적이고 보호와 간섭이 지나친 엄마는 자기 기준만을 강요하신다. 날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해서인지 어떻게 하라는 식이거나 본인의 뜻에 맞지 않을 때 거리를 두거나 비난하는 방식뿐이다.

 

공허하고 사는 재미가 없는 내 모습은 어릴적부터 충분한 심리적 영양분을 받지 못하고 지내온 모습이다. 엄마가 내 곁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하나라서) 내가 사랑받은 사람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애착형태로 인해 불안도 높지만 애착 경시라고 불리는 회피성 인격이 크다. 여러 인격장애를 공부하면서 한 살 때 안정애착경험을 하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70프로는 안정형으로 살아갈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현실의 감당하기 싫은 일들로(공부나 관계, 일)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 증상이 나타나거나 먹거나, 만화를 보며 정신을 마비시키는 행동이 애써 힘든 것을 참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를 소중히 대해주는 존재가 없었다는 사실에 서글프다. 성글은 엄마관계처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느끼는지 표현하지 못하는 거리감이 크고 때론 인정받고 싶어서 과잉 행동을 하지만 타인과의 사이에 놓인 위화감을 없애지 못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엄마와 친밀감을 갖지 못한 내가 어떻게 타인과 신뢰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이 근본적인 불행을 바꿀 수는 있을까. 엄마의 손길이 닿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알게 모르게 느꼈던 삶에 대한 위화감을 이해해 가고 있다.

 

‘아이가 찾으면 반응한다’라는 안정된 응답성이 애착을 안정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애착이 안정된 엄마는 자기 아이의 기분이나 바라는 바를 정확히 읽어낸다는 것을 심리학 자료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상담에서 선생님이 나의 기분을 헤아려 반응해주실 때 정서적으로 안정될 뿐만 아니라 외부세계에 호기심도 생겨났다. 애착이 안정되면 사회성뿐만아니라 지적으로도 발달이 되는데 아이가 엄마를 안전기지로 삼아 바깥 세상 활동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분석 글을 썼는데 의미를 모르면서 엄마가 해가 될 정도로 과잉 충족을 해주었다고 말했었다. 이제야 적당한 응답만이 듣고, 보고, 표현할 수있게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공부든 일처리이든 인지적 능력 외에 그 문제를 고심하며 풀 때 정신적인 능력이 중요하다. (공부를 포함해서 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해)풀어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고 매달려서 정답에 도달하기위해서 못 풀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좌절에 지지않는 정신력과 자신감이 필요한데 나는 그런 자신감이나 자기 긍정감이 부족하다. 그래서 매사를 얼렁뚱땅, 대충 그것도 맘대로 안되면 쉽게 포기한다. 결과가 불확실한 암중모색 상황에서도 성공을 자신하며 끝까지 꼼꼼하게 해내는 자신감이 없다. 선생님 말씀대로 내안에 ‘말하지 못하는 젖먹이 아이’가 있다.(비유) 부모사이에서 겪은 경험을 다 기억할 수는 없어도 몸이 절로 반응한다.(나는 스위치가 꺼져 있다.) 사실 상담에서 선생님이 베풀어주신 온정이나 긍정적인 관심, 바람, 기대를 제대로 정신에 담으려고 해도 흩어져 버린다. 정신의 어떤 시스템과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수용체가 없는 느낌이랄까.)

 

나는 선생님과 놀이를 한다. 감정이 공유될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표현이다. 부모가 아이와 상호작용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부정적인 말이나 엉뚱한 행동으로 함께 즐기지 못하면 애착 유대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엄마는 매사 나와 어울리는 것에 소극적이셨다. 나는 진정으로 엄마와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던 경험이 없다. 나는 불안정 애착의 모습도 두드러지지만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나도 고통스럽다고 인지하거나 언어화시키지못하고 그냥 넘겨버리는 회피성이 강하다.(둔감하다.) 회피성 인격의 여러 특성이 다 해당되지는 않지만 나에게 정확하게 해당되는 부분이 꽤 많다. 나는 기분(감정)이나 현실감이 없어서 내일인데도 불구하고 남의 일처럼 느껴질때가 많다. 선생님이 상담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었겠다고 다독여 주시면 그때서야 어렴풋이 알게 된다. 나는 회피형이라 상처받을 만한 일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아하다가(아무 느낌도 없다고 착각하다가) 낭패를 보곤 한다.(쌓았다 폭발) 때론 본말이 전도되는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부정적 단어하나에 전체를 왜곡해서 바라보고 참담해한다.(긍정적이다가도 부정적적인 말을 들으면 그것이 내맘이었던 것 같다.)

 

나는 객관과 주관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정신화란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상대방의 기분이나 의도를 추측하는 능력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는 능력은 자기 기분이나 상황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 즉 자기를 돌아보고 주변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자기 관점에 사로잡히지 않고 상대의 관점과 객관적인 견지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능력이다. 하지만 분노나 좌절이 커서 정신을 나에게만 집중한 탓에 상대의 기분이나 주변 상황을 살펴보질 못한다.(물론 엄마도 그런 사람이다.) 회피성 인격은 자기애적인 특성이 강하다.(어릴적부터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자기외에 기댈곳이 없다고 학습한다.) 그래서 나만 바라보다가 의도치 않은 일이 벌어지면 과잉반응을 한다.(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이유이다.)

 

엄마는 불안정 애착유형이라 친밀해지면 상대방에게 의지하면서 완벽한 역할을 바라고,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화를 낸다. 자신이 가장 의지하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엄마 밑에서 매우 불안해하다가 모든 원인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내 문제에는 둔감한 사람이 되었다. 그 결과 상대의 마음뿐만 아니라 내 기분도 모른다.(사실 엄마가 무엇을 느끼는지도 잘 모른다.) 회피형은 상대방의 기분에 관심이 적고, 불안형보다 타인에 대한 기대치도 낮다고 한다. 자기 생각과 형편에만 사로잡혀서 기분을 공유하거나 상대방의 의도를 거의 읽지 못한다. 나는 회피형이라 상대방과 무언가를 공유하기보다 내 일이나 취미, 즐거움을 우선시 한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요리를 못하는 것 같다. 회피형의 사람과 있으면 혼자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지않던가.(엄마관계) 회피형은 타인에게만 무관심한 게 아니라 자기 기분이나 감정에도 흥미가 없어 쉽게 하던 일,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다른 일에 열중해 잊어버린다. 자기 기분이나 감정에 관심이 없다 보니 말로 표현하거나 상대에게 성의껏 전달하는 데 관심이 없다.(이런 부분이 발달하지 않았다.)

 

안정애착이 가져다 주는 기쁨은 특정한 행위나 결과가 아니라고 한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자기 모습 같은 조건없이 얻어지는 만족이라고 한다. 어떤 노력도 없이 주어지는 기본적인 안정감인 것이다. 도전에 실패해도 절망하지않고, 실수해도 극복하고 다시 도전하려는 의욕을 갖고, 당장 기쁘지 않더라도 언젠가 기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만으로도 행복해질 수있다고 한다. 사람에게 조건없이 기쁨을 주는 게 안정애착이다. 애착하는 존재를 변함없는 마음으로 신뢰한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사람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자신을 잘 알고 믿고 좋아할수록 인생이 수월해진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어른이 되기 위해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고싶은지에 집중해보고 싶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초록님)

 회피성 성격장애를 연구한 Millon & Davis(1996)에 따르면 회피성 성격장애는 자신이 매력이 없고 남들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되어 비난받고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예기 불안이 강한 사람을 일컫는다. 자기 부적절감이 강해서 소외나 거부를 당하면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아내어 미움받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타인이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은 눈치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실망과 모욕감을 느끼고 이를 미리 방어하기 위하여 사회 참여나 대인관계 형성의 기회를 멀리한다. 이들은 단지 실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새로운 활동을 꺼리고, 상대방의 사소한 감정표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만남을 이어나가기가 힘들다.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는 강하지만 거부에 민감하므로 자신이 수용되고 있다는 확신이 항시 필요한 사람이다. 친한 관계에서도 수치감을 느끼거나 놀림이나 창피를 당할까봐 조심한다.(경계심이 높다.) 회피성 성격장애자의 주된 감정은 수치심이다. 이러한 수치심은 부정적 자아상과 관련되어있는데, 부정적이고 불쾌한 감정으로부터 숨고자 하기에 자신이 노출되는 상황을 무조건 회피한다. 대인관계의 즐거움과 안정감보다는 불안을 먼저 느껴서 그렇다.

 

회피성의 사람은 자신에 대한 (지적, 꾸중)비판을 망신이나 모욕으로 해석하기때문에 어떨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부탁을 했을 때 상대방이 거절을 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위축되기 때문에 거절당할 기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아예 부탁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도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고, 거절, 반대, 비난이 두려워 적극적인 교제뿐만아니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꺼린다. 대인관계에서 연락을 일시적으로 피한다고 해서 무조건 회피성 성격장애는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 일상생활에서 회피가 버릇이 돼 있거나 청소년기부터 회피성향이 성인이 된 이후까지 이어질 때 회피성인격으로 볼 수있다.(사회공포증은 당황스러운 경험과 같은 특정 경험을 한 후 유발된다.) 회피성 성격장애 진단 기준(DSM-5, 2013)참고

회피성 성격의 대상 표상 -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볼 때 회피성 성격은 대상 표상에서 질적 취약성을 보인다. 이들은 불행했던 관계에 대한 기억이 대상 표상에 내재화되어 최소한의 자극에도 재활성화되는 반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긍정적인 성질의 기억은 제한되어 있어서 갈등에 대처하기보다 막연한 좌절감에 휘둘려 내면적으로는 공허감과 상처가 가득하고 외면적으로는 스트레스로 가득 찬 세상만이 존재하는 것 같아서 위안과 자유를 얻지 못한다. 이들은 초기 삶의 경험에서 멸시와 자기 비하의 독소적 태도를 내재화하였기에 수치심과 자기비하, 모욕의 감정에 쉽게 휩싸인다.

 

회피성 성격의 핵심 갈등 - 회피성 성격을 지닌 사람이 느끼는 가장 큰 갈등은 사랑과 사람에 대한 불신이다. 사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친밀하고 따뜻하며 애정 어린 지지이지만 자신의 약점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너그러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거부당하는 경험을 한 이들은 자기의 능력에 회의를 품기 때문에 사회적 경쟁을 힘들어하고, 주체적 삶을 향한 노력도 결국은 실패로 돌아가 비웃음을 사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애정 소망과 거절의 두려움이 만성화되어 이들은 정서적 마비 상태로 살면서 애정과 지지 자체를 포기한다.

 

회피성 성격의 업무 처리 방식 - 회피성 성격의 사람은 업무적으로는 늘 노력하고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서도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나 배려심이 부족하니 호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어 사회적 평판이 좋지 못하다. 무관심한 태도가 기본이며 주변인이 뭔가 요구를 해도 반응하지 않는다.(자신의 일이 아닌 것 같아 하기싫다. 비협조적인 구도를 유지한다.) 언뜻 보면 헌신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자연스러운 우러나오는 감정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가시게 되거나 자신이 원하는 일이 유리하게 진행될 것 같다는 이해타산이 작용한 결과이다. 주변에 안전기지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사회 생활은 무난하게 할 수 있으나 스스로 안전 기지를 찾아내거나 만드는 융통성은 없기에 팀웍이나 협력, 배려 등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의욕을 잃는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인정을 받기 위해서 지식과 능력을 키워야함을 알기에 관계적 타협 대신 실력을 키워 성과를 내기 때문에 냉정함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에 성공하기도 한다.

 

 나의 회피 사례 1. 가끔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고나면“제가 이런 맛있는 요리를 성공했어요. 새로운 도전이 행복해요. 제 능력이 늘어나가는 게 부자가 되는 느낌이예요. 감사해요.”라는 환호와 인증샷을 선생님께 전달하고싶지만 하지않는다.“선생님이 당연하다고 느끼실까봐, 틀렸다고 지적하실까봐, 관심없어하실까봐, 기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받지 못할까봐 망설이다가 그만둔다. 또한 아이 학원등록이나 물건을 사거나 어떤 행정적 사건에 대해 처리해야할 일이 있을 때 아는 사람이 많음에도 나는 막상 지인에게 묻지 못한다.“모르겠다고 알아서 찾으라고 하면? 가르쳐줬는데 막상 내가 따라하지않아서 관계가 불편해지면 어쩌지? 전화를 안받으면 어쩌지?”고민하다가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특정 다수가 있는 집단에 익명으로 문의하고 돈으로 쉽게 해결해버린다. 매사 종국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저 혼자서 버틴다. 나는 어릴적부터 상대가 누구든 속마음을 털어놓고 어리광을 피우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나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없다. 타인에게 기대를 품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비난을 받거나 공연히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람에 대한 불신감이 강하다. 괴로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호소하지 않고 그냥 도망침으로써 나 자신을 지키려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참을 수 있을때까지는‘문제가 전혀 없다는 식’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내가  문제가 있다고 알지 못하기도 한다.

 

나는 주변반응에 관심이 없는 냉냉한 사람이라기보다 주변인의 눈치를 보면서 그들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는 불안과 회피가 뒤섞인 공포 회피성향이 세다. 내가 안정애착의 경험을 했다면 엄마를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절로 미소가 지어졌을 것이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이나 선생님에게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을 때 초조한 감정이 일어나거나 무가치하거나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선생님과 함께 즐거운 감정을 공유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 일수도 있다. 엄마는 내가 웃고 있어도 반응이 없었고, 나와의 사이에서 얻는 기쁨도 없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다보니 매사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 역시 누군가에게 적절한 반응이 나가지 않는다. 엄마와 나는 안심하고 즐기기보다 불만에만 눈길이 먼저 가고 늘 부정적인 일로 고통을 받았다.

 

 사례 2. 대학 때 M.T를 가거나, 1박을 하는 모임이 있을 때 꼭 노래 부르기가 있는데 나는 노래에 자신도 없을뿐더러 같이 어울리기다 쉽지 않았다. 내가 노래 부를 때 호응이 없거나 부를 노래를 찾거나 자기들끼리 속삭이는 그 모습을 몇 번 본 다음 맘이 상해 노래방에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함께 즐기고 싶었지만 그 후로 노래방을 간다고 하면 머리가 아프고 체한 것 같다면서 회피하곤 했었다. 나는 기분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상담에서도 선생님께서 느낀 점을 물으시면 곧바로 내뱉지 못하고 머리로 생각해서 내 감정이 아닌 상대방의 의도로부터 역산하여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표현한다. 내가 답답해하거나 확신이 부족해서 노심초사하니 가끔씩 선생님은 상담 내용을 정리해서 문자로 리마인드시켜주신다.(그럴때마다 상당히 안심이 되었다.) 엄마로 인해 기분이 무시당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상당히 어렵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던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손길을(관심) 원하면서 그 누군가를 순수하게 믿을 수가 없다. 특히 애정이나 관심을 지속성을 가진 뭔가로 믿는 게 참 힘들다. 아버지나 엄마 중 한 쪽이 늘 다른 쪽 험담을 했었다. 일상적으로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감정에 휩싸이다보니 친밀한 관계가 어렵다. 그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 누구와 무엇이든 가깝게 지내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사례 3. 꿈속에서 나는 임산부이다. 출산 일이 남았는데 느닷없이 진통이 느껴지고 아이가 나오려고 한다. 평소 어려워하던 시어머님이 오셨다. 급히 물을 데우고 출산준비를 하시며“너는 걱정하지 말고 아이만 낳으면 된다”고 하시는데 순간 관장을 못해서 변이 아이, 태반과 함께 나올 것을 생각하니 당혹스러웠다.“괜찮으니 힘줘라. 나 신경쓰지 말고 창피해하지말아라”라는 시어머님의 격려에도 도무지 안심이 되질않았다. 태어난 건강한 아이를 보며 시어머님은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격려해주셨으나 내 눈은 아이보다 변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가 있었다. 태반과 함께 엉켜진 변을 먼저 확인하고 나서야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시어머님께 감사해서 눈물이 났고 아이가 참 예뻤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급박한 순간에도 자기표현을 못하고 시어머님께 불편한 인상을 남길까봐 노심초사하였던 것이다.

 

나는 정작 새 생명을 낳는 중요한 일보다 변에 대한 부끄러움을(컴플렉스)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엄마가 평생 (컴플렉스)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않고 쓸데없는 참견으로만 소동을 피웠던 모습과 비슷하다. 본래 아이를 보살핀다는 것은 아이를 지지해주고 자립을 도와주는 일이다. 홀로서기란 외부에 기대지 않는 태도이고, 행복의 주도권을 내가 갖는 노력이다. 또 내 마음을 잘 알고 다루는 능력도 홀로서기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기를 바라며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잘 알아가는 중에 이런 꿈을 꾸게 되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손길을 떠나서 홀로 살아갈 수가 없다. 아이는 엄마의 헌신적인 돌봄으로 생존할 수가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도 사랑을 받아야 한다. 사람은 언제나 부족한 면이 많아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얻어 살아가야 한다. 즉 타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으면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것은 본능인데 나는 콤플렉스때문데 숨어지내왔다.

 

꿈과 일치하는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 있다. 일찍 돌아가신 시부모님의 애정을 받지 못한 (애정결핍)사나운 동생이 있다. 사회적 예의가 없고 다소 적대적인 시동생이 혐오스러워 만나고 싶지않은 문제로 남편과 항시 다툼이 일어났다. 사실 시동생이 나에겐 통제 불가능한 공포스러운 대상이었던 것이다. 남편에게 예전과 달리 평가절하하는 태도가 아닌 시동생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피해와 상처를 주는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한 두려움과 불쾌함을 이성적으로 호소했다. 우선은 거리를 적절하게 두지만(미운게 아니라 안타깝게도 감당이 안되고 무섭다고) 남편과 시동생의 관계를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차분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전달해서 그런지 남편은 반발하지 않고 처음으로 불편한 내 마음을 이해, 수용해주었다. 사람은 누군가를 돌보는 본능적 욕구를 타고나지만 그와 같은 체험이 없이 자라면 사람이나 관계가 무거운 짐으로 느껴진다. 좋은 사람인 척 연기도 하기 싫지만 미리 앞질러 부정적으로 걱정하고 거부하거나 혐오하며 싸우고 싶지도 않다. 내 콤플렉스를 직면하면서 상처받은 것이나 상처입힌 것에 대한 감정반응으로 비난과 분노의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탓이 아닌 체념이나 깨달음, 부탁, 협력, 배려로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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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