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자료실

회원 각자가 지닌 '무의식-정신분석' 자료 (꿈해석, 예술작품,  신화, 실수, 증상, 병인, 치료법) 를  이곳에 올리면 서로의 정신 발달을 돕게 됩니다.  소중한 자료를 감상한 후 유익함이 느껴질 때  댓글 소통하면  무의식 탐색의 새로운 계기-계단이 됩니다. 

이별

마트료시카(matryoshka) 인형을 샀다. 보석으로 머리를 장식한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이다. 오뚜기처럼 생긴 여인의 가슴에는 돔모양 지붕의 궁궐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는 원근을 무시한 채 흰 면사포를 쓴 여인과 커다란 꽃무늬 장식의 머리띠를 두른 여인과 지팡이를 짚은 젊은 현자와 왕관을 쓴 남자가 크게 그려져 있다. 7단으로 포개어진 나무인형들의 가슴에는 각기 다른 사연들이 숨어있듯 저마다 다른 이야기의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그날 밤 한 여인이 예쁜 원피스를 입고 꿈에 나타났다.

"아마 넌 불행해질 거야..." 돌아서서 걸음을 재촉하는 여인의 등 뒤에서 나는 중얼거렸다. 내 말이 부적처럼 그녀에게 살아서 닿길 바랐다. 나는 말의 전능을 소유하여 말의 성채에서 신비로운 말의 영주가 되길 바랐다. 그녀가 내 말의 천국에서 순한 한 마리 양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그 한 마리 양이 아니라면, 나는 참 쓸쓸한 목자일 뿐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밤 나의 천국에선 아무도 태어나지 않았다. 더는 아무런 말도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다. 그 자체로 우리의 욕망과 고통을 해소하는 치유의 비유다. 꿈은 사물의 여러 본질을 '압축'한다. 그래  본질 이전의 수많은 외연을 품고 있다. 꿈은 나를 너라고 '전치'한다. 에둘러 말하고 다르게 말하며 감춘다. 꿈은 의미를 압축하고 전치하는 '상징'이다. 버려진 벽돌 하나에도 그 건물 전체의 사연이 담겨있다. 꿈은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은유'다. 사물과 사물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징검다리를 현시한다. 꿈의 해석은 그 역방향으로 돌아가 만나는 풍경들이다.

내 청춘의 사랑과 고통과 슬픔이 푸른 이별의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매 이별마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슴에 품고 이별했다.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이별 속에 또다른 이별이 포개져 있다. 마침내 나는 이별을 이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