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matryoshka) 인형을 샀다. 보석으로 머리를 장식한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이다. 오뚜기처럼 생긴 여인의 가슴에는 돔모양 지붕의 궁궐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는 원근을 무시한 채 흰 면사포를 쓴 여인과 커다란 꽃무늬 장식의 머리띠를 두른 여인과 지팡이를 짚은 젊은 현자와 왕관을 쓴 남자가 크게 그려져 있다. 7단으로 포개어진 나무인형들의 가슴에는 각기 다른 사연들이 숨어있듯 저마다 다른 이야기의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그날 밤 한 여인이 예쁜 원피스를 입고 꿈에 나타났다.
"아마 넌 불행해질 거야..." 돌아서서 걸음을 재촉하는 여인의 등 뒤에서 나는 중얼거렸다. 내 말이 부적처럼 그녀에게 살아서 닿길 바랐다. 나는 말의 전능을 소유하여 말의 성채에서 신비로운 말의 영주가 되길 바랐다. 그녀가 내 말의 천국에서 순한 한 마리 양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그 한 마리 양이 아니라면, 나는 참 쓸쓸한 목자일 뿐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밤 나의 천국에선 아무도 태어나지 않았다. 더는 아무런 말도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다. 그 자체로 우리의 욕망과 고통을 해소하는 치유의 비유다. 꿈은 사물의 여러 본질을 '압축'한다. 그래 본질 이전의 수많은 외연을 품고 있다. 꿈은 나를 너라고 '전치'한다. 에둘러 말하고 다르게 말하며 감춘다. 꿈은 의미를 압축하고 전치하는 '상징'이다. 버려진 벽돌 하나에도 그 건물 전체의 사연이 담겨있다. 꿈은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은유'다. 사물과 사물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징검다리를 현시한다. 꿈의 해석은 그 역방향으로 돌아가 만나는 풍경들이다.
내 청춘의 사랑과 고통과 슬픔이 푸른 이별의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매 이별마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슴에 품고 이별했다.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이별 속에 또다른 이별이 포개져 있다. 마침내 나는 이별을 이별했다.
느린 아이의 마음2022-07-29 21:41
사고의 방해로 인해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저는,
제 감정을 제대로 알고 싶어 한동안 미술작품 분석을 자주보았어요. 하지만 지성만 쌓여갈 뿐 감동이 없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 이 글을 읽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를 반추하다가 어떤 결론에 닿게 되었어요. 동쪽숲님의 글은 조선시대 낭만자객이 쓴 글처럼, 감미롭지만 허를 찌르고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날 밤 나의 천국에선 아무도 태어나지 않았다. 더는 아무런 말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이별을 이별했다."
: 동림! 꿈은 (세상을 내 기준으로 맘껏 판단하고 싶어하는) 의식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 진솔합니다.
허튼 말 하지 않고 오만하지도 않게 뜻밖의 진실을 특이한 이미지(메시지)로 전하고 ..
'천국의 반응'을 기대했지만 꿈에 나타나지지 않은 것은 '대면하고 픈 '그것'이 아직 불확실하거나 소화되지 않았거나,
'그것'을 마주할 마음 준비나 절실함이 덜하기 때문일 수 ..
'나'가 통제할 수 없는 뜻밖의 짙은 자극이 영혼을 건드리면 ...그때 불쑥... 자태를 드러내니 ... 기다리세요
마트료시카(matryoshka) 인형을 샀다. 보석으로 머리를 장식한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이다. 오뚜기처럼 생긴 여인의 가슴에는 돔모양 지붕의 궁궐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는 원근을 무시한 채 흰 면사포를 쓴 여인과 커다란 꽃무늬 장식의 머리띠를 두른 여인과 지팡이를 짚은 젊은 현자와 왕관을 쓴 남자가 크게 그려져 있다. 7단으로 포개어진 나무인형들의 가슴에는 각기 다른 사연들이 숨어있듯 저마다 다른 이야기의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그날 밤 한 여인이 예쁜 원피스를 입고 꿈에 나타났다.
"아마 넌 불행해질 거야..." 돌아서서 걸음을 재촉하는 여인의 등 뒤에서 나는 중얼거렸다. 내 말이 부적처럼 그녀에게 살아서 닿길 바랐다. 나는 말의 전능을 소유하여 말의 성채에서 신비로운 말의 영주가 되길 바랐다. 그녀가 내 말의 천국에서 순한 한 마리 양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그 한 마리 양이 아니라면, 나는 참 쓸쓸한 목자일 뿐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밤 나의 천국에선 아무도 태어나지 않았다. 더는 아무런 말도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다. 그 자체로 우리의 욕망과 고통을 해소하는 치유의 비유다. 꿈은 사물의 여러 본질을 '압축'한다. 그래 본질 이전의 수많은 외연을 품고 있다. 꿈은 나를 너라고 '전치'한다. 에둘러 말하고 다르게 말하며 감춘다. 꿈은 의미를 압축하고 전치하는 '상징'이다. 버려진 벽돌 하나에도 그 건물 전체의 사연이 담겨있다. 꿈은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은유'다. 사물과 사물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징검다리를 현시한다. 꿈의 해석은 그 역방향으로 돌아가 만나는 풍경들이다.
내 청춘의 사랑과 고통과 슬픔이 푸른 이별의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매 이별마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슴에 품고 이별했다.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이별 속에 또다른 이별이 포개져 있다. 마침내 나는 이별을 이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