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회의 정신분석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강의 학습을 돌아보며...

트랜서퍼
202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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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11)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강의를 전부 수강한 뒤 처음있는 정신분석 세션 날이었다. 36회 정신분석을 마치고 선생님의 연구실을 나와 매주 걷는 익숙한 서초의 길을 걸었다. 9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익숙해졌지만, 이 길을 걷던 내 모습은 때마다 달랐다.

새로운 스승을 만났다는 설렘에 가득찬 날도 있었고, 내 무의식을 꿈과 같은 장면으로 마주한 신비로움도 있었고, 누나에 대한 안쓰러움에 소리내 눈물을 흘리며 걷던 날도 있었고, 수수께끼 같은 선생님의 말에 답답함을 느끼던 날도 있었고, 고등학교 시절 내 두번째 꽃에 물을 준 그녀에게 연락을 한 날도 있었고, 내 무의식의 불안에 상처준 전 연인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 운명과도 같은 힘에 압도감을 느낀 날도 있었다. 

오늘은 무의식을 대면하고 영혼의 무게감을 채우는 이 여정의 한 챕터가 마무리 됐다는 느낌이 들어 이 글을 쓴다.


처음 이창재 선생님을 찾아간 때가 생각난다.

사업이 성공의 길로 들어서며며 내 목표가 이루어질거 같던 그 순간, 누군가 내게 던진 한 마디

“너 이정도 밖에 안되잖아? ‘이 선택’을 못하면 넌 그냥 그 정도 밖에 안되는 사업가인거지”

멋있다고 생각한 캐나다의 아시안 남성 사업가에게 이런 말을 들은 나는...

‘네가 뭔데?’라는 분노와 ‘해내서 네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겠어’라는 살기 수준의 의지가 끓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예전처럼 성공을 유지하지 못하고 또 다시 별 볼일 없는 나로 돌아갈 것 같다는 공포가 함께 밀려왔다. 머리가 폭발할 지경으로 반복되는 고민, 결심, 분노, 사고 등에 시달릴 때, 어느 순간 내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정신 상태라는 걸 알아챘고,

이창재 선생님을 찾아가게 됐다.

 

“또 다시 성취를 하고 ‘원래의 나’로 돌아오는 반복을 이제는 그만하고 싶어, 이제는 이런 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선생님 저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이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저도 무언가 저와 다른 저들처럼 생생한 눈과 밝은 미소로 제 삶을 풍요와 번성이 가득하게 하고 싶어요”


유아성욕으로 율동하던 삶에 암호화되어 있는 무의식의 코드를 풀어낼 수 있는 눈과 귀(현실 도구)를 얻었기 때문일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강의를 전부 마친 고요한 새벽, 눈을 감자 ‘금고의 다이얼을 귀를 기울여 세심하게 돌려 마침내 그 금고의 문을 열어낸 이미지’ 그리고 ‘수수께끼 지도를 풀어내 고대 보물을 찾아내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강의는 챕터 하나 하나가 버거울 정도로 많은 걸 담고 있었다. 그럴 때면 늦은 밤 산책을 하거나, 조용히 앉아 강의를 음미했고, 내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 이미지, 감정, 잊고있던 기억 등이 떠오르면 그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낚아 채 올렸다. 그리고 그 기호들이 강의와 상담 내용과 맞물려 퍼즐이 하나씩 풀려나갔다.


상담과 강의는 내게 경험과 실행의 언어였다. 무의식과의 대결을 통해 영혼의 무게감을 얻겠다는 진지한 목표를 갖고 불편한 경험들을 실행하고 무의식을 대면해나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36번의 상담세션과 9개월간의 경험 속에서 기록된 수수께끼같은 텍스트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마치 고대 보물에 대해 적어놓은 방대하게 쌓인 고대 문헌들을 발견해 내고, 그 고대 언어를 해독하는 방법을 터득해 그 문헌들을 해석해나가는 것 같았다.


1) 분노가 내폭하여 고요한 살기를 담은 생기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비에 젖은 어린 나의 모습. 상담 때 아무 느낌 없이 떠올랐던 이 이미지가 강의를 듣고 산책을 하다 떠올랐다. 이 아이가 왜 그런 눈을 하고 비에 젖어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지... 그걸 깨닫게 됐다. 울지도 못하는 그 아이를 제촉하지 않고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고, 따뜻한 집밥을 해주고 싶었다. '그 아이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항상 바라왔던... 천천히 아주 미세한 속도의 인내심으로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주기를 바란 그 아이의 마음을 내가 열어주리라.'

2) 10년 넘게 연락을 끊은 친부와 친조부모를 찾아가게 됐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스코프로 내 불신과 냉소적 감정 숨김의 시작점을 나름대로 들여다 보게 됐고, 그분들을 만났을때 그분들이 내게 전달하는 낯설고 어색한 감정이 내가 잊고 있었던... 어딘가 익숙한 사랑의 냄새가 났다는 걸 알게됐다. 그리고 그때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 저 밑에 숨겨둔 반가움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안기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는 오이디푸스 강의를 음미하며 깨달았다. 아버지를 보고 얼어서 눈도 쳐다보지 못했던 게, 한편으로는 그의 얼굴을 보면 반가움에 웃음이 삐져나올 거 같아서 그랬다는 사실도 알아챘다. '우리 집안에 얽혀있는 이 가정사를 내가 중심이 돼서 하나씩 차분히 풀어내리라'

3) 내 두번째 꽃을 피게해준 그녀를 다시 만나 그녀가 내게 줬던 감정의 다양한 색체와 울렁임을 다시금 대면해볼 수 있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눈과 귀로 그 경험을 바라보니 퇴행적으로 다시 엄마와의 2자관계의 욕구로 되돌아가는 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대면해볼 수 있었다.

(그녀와 또 다시 헤어질 떄 쯤 꿨던 꿈이 떠오른다. 변기에 눈이 빨갛게 충혈된 하얀 쥐를 쏟아내 물을 내렸지만, 너무 쥐가 많아서 물이 막혀 내려가지 않자, 쥐들이 내 몸을 기어올라왔고, 그 쥐들을 떨쳐내고 너무 놀란 마음에 크고 아늑한 어린시절 침대로 뛰어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쓴 꿈... 2자 관계 밖의 여성 관계에서 오는 죄책감과 거세 공포로부터 퇴행적으로 엄마 품(크고 아늑한 침대와 이불)으로 돌아가려는 내 마음의 구조가 아니었을까?)

4) 늘어나는 직원들에 대해 느껴지는 부담감과 불안감, 권위를 손에 쥔 불편함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이해와 소화를 통해 조금씩 그 권위를 손에 잡고, 불편하지 않게 다뤄가려고 한다.


처음 선생님을 찾아왔을 때, 뭐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지도 몰랐다. 그저 중, 고교 시절 이후로 줄곳 ‘나로 부터, 이 끊기지 않는 생각들로 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제발 이제 그만 멈추고 싶어 이 생각들을...!’ 와 같은 무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 무드는 나를 실재적으로 괴롭혔고, 그 고통은 현실의 것이었다. 

36개월 간의 상담 세션과 <프로이트 입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강의를 통해 내가 처음 선생님을 찾아와 토하듯 내뱉었던 “자유로워지고 싶어요~!”라는 외침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됐다.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지, 의식화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들끓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진동하며 계속된 실패와 성공의 반복에 좌절하더라도, 한 순간도 절대 포기만큼은 하지 않았던 제 진지한 영혼을... 그런 영혼들에 대한 사랑으로 동행해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제 무의식을 더 깊이있게 대면하고 영혼과 마음을 통합하는 데 더 노력하려 하고 선생님께 많은 도움을 구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삶의 우연과 선택들이 만들어낸 길을 걸어가 언젠가 저도 누군가의 조력자가 될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