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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부터 '꿈해석상담사. 꿈해석교육전문가' 수련 과정을 통과해 '정신분석 영혼'을 빛내줄 본 교육원의 미래 부원장님을 초빙합니다.

소임 마치고 2021년 은퇴한 김은옥 선생님의
부모교육 칼럼

분열(Splitting) -'all good 과 all 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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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갈망하고 요구하면서도 막상 상대방으로부터 오는 필요한 것을 거절하는 의사소통방식, 대인관계 방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단지 불편한 기분을 빨리 해소하기위해 실제로 알지 못하고 원하지도 않는 일을 확실하다고 우기기도 한다.  상담을 하면서 종종 '언어적 해석' 을 이해하거나 활용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난다.  언어적 위로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즉,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기분을 짐작하여 원하는 것을 곧바로 해주길 바란다. "모르겠어요. 모든 것이 다 소용 없어요. 해결방법이 뭐예요? 어떻게 하라구요?" 라고 호소하는 사람의  이중적인 마음에 상담자는 다소 무력감을 경험하게 된다. 상담자로서 뭔가를 주지못한다는 이런 느낌은 과잉대응을 불러일으켜서 내담자에게 대단한 것을 채워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자신감이 위축되기도 한다.  사실 함께 언어를 공유하지 못하는 이런 불만족스런 대상관계 경험은 내담자가 어린 시절에 겪은 자기 자신의 느낌과 연관된다. 


이런 내담자는  '대상' 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계하지도 못할 정도로 사고와 정서가 분리되어 있다. 그로인해 인정받고 싶지만 그렇치못하다고 스스로 단정하고, 상담자를 비롯해 인정받고 싶은 그 누구도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지 못한다.  부모가 자녀와 불안정한 관계를 맺을 때를 보면 자녀를 좋아할 때와 밀쳐낼 때의 감정의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잘 자라던 아이가 갑자기 이른 나이에 다른 곳에 맡겨진다던지 어느 시점까지는 관계가 되었다가도 아이가 급작스레 박탈을 당하면 아이는 어떻게든 엄마를 꼭 붓잡으려고 한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분노를 느낀다. 그런 상처받은 기억을 안고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도 그가 자신을 버려두고 사라질까봐 불안에 시달리는 동시에 분노를 느끼고 밀어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데로 대상이 즉각적으로 움직여주는  좋은 경험은  안정된 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준다(대상항상성). 그래서 어떤 대상을 나쁜 면도 있지만 대체로 근본적으로 좋다고  볼 수 있게 된다. 가령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 방식에서 좌절에 대한 반응으로 아이가 느끼는 분노는 좌절이 심하지 않으면 무난한 것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능력은 엄마가 제공하는 따뜻함과 편안함에 의해 발달된다. 하지만 아이가 지나친 좌절을 경험하면 공격적인 나쁜 대상을 '분열'시켜 내면화된 좋은 대상을 보호하게 된다. 어릴때와 마찬가지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공격하는 딜레마로 살아가게 된다. 배려를 받고 싶지만 실제로 상대가 친절하면 '됐다' 는 식의 밀어내는 저항 반응을 하고 만다. 


엄마가 든든한 후원자로 내면화되지 못하면, 좌절당하는 상태에서 좋은 대상의 존재를 기억하고 사용하는 능력이 결핍되어 대상에 대한 안정된 이미지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로인해 좌절시 대상이 자기를 불안하게 하는 'all bad' 로 느껴져 자기를 파괴할거라는 두려움때문에 관계를 피하고 깨뜨리게 된다. 마치 상대가 구제주인양 온갖 찬사와 흠모와 존경을 아끼지 않다가도 작은 실수에 티끌보다 더 하찮고 형편없다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분열된 이들은 온전한 자기 이미지가 조각나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확인받고 대접받고 싶은 욕구가 클 때  노력대신 "나는 잘하는데 나를 몰라주네. 역시 난 혼자야." 라는 서운함, 소외감, 분노가 일어난다. 이처럼 '분열'된  사람은 내부의 긍정적인 자원을 불러낼 능력이 없어서  기분 나쁜 감정이  억압이 되지 않는다. 


그로인해 기분이 언짢으면 기분좋음으로 건너지 못한 채 절망하며 '격노'하게 된다. 전적으로 좋게 보거나 전적으로 나쁘게 보는 분열상태만 일어난다. 이런 상태를 벗어나려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공생적 엄마같은 대상을 외부에서 찾으려 부단히 애를 쓰지만 나뻤던 대상을 좋은 대상으로 회복하는게 쉽지가 않다. 이런 악순환에 빠지면 혼자 있지 않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고,  자신과 다른 태도를 볼때 중요하게 여김 당하지 않는다고 의심으로 버림받았다고 절망하게 된다. 어떤 불쾌한 경험을 하면 그 사람이 자신을 이해해주고 인정해 주었던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분노로 매도하며, 상대방을 실수도 하지 않는 신같은 사람으로 여긴다. 


이런 사람은 친밀한 대상으로부터 일관되고 확실한 보살핌이 결여될 경우 애정 표현능력이 저하되어 공격성을 과도하게 투사하거나 내사한다. 만성적인 분노와 정서의 불안정성 등은 이들의 주된 핵심문제이다. "나는 이렇게 했는데 너는 나에게 어떻게 했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상대방이 돌볼 때만 사랑이라고 여긴다. 상대방 역시 그런 일방적인 사랑이 강요나 폭력으로 느껴져 억울해한다. 분열된 사람은 좀 더 많은 정서적 접촉을 원하지만  정작 자신이  두려워하고 화가 가득차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느낌을 감추며 대상에 대해 실망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가 밀어낸다. 그런데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원치 않는 것만 이야기하니 관계가 파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인가 간절히 원하는데 받지못하는 심정은 얼마나 힘들까? 아니 얼마나  답답할까? 하지만 한계(경계)가 없이 요구하고 기대하는 관계는 혼란스럽고 탈진이 일어나 손상되기 마련이다. 더구나 분열된 사람은 완벽주의 성향을 지니기에 해야할  일에 대한 부담감과 늘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 평가받고 거부받는 공포를 갖는다. 


30대의 한 직업여성은 구조조정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5년동안 한 직장에서 근면성실하였고 나름대로 전문 지식을 갖춘 자신의 일에서도 자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라는 좌절경험이 "난 바람직한 존재가 아니다" 는 초기감정을 건드렸다. 그로인해 거부당하고 쫓겨나는 느낌으로 "왜 나지?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이지? 능력이 부족했나? 혹시 나쁜 사람일까? 역시 머피의 법칙이 또 발동된 걸까? 운이 없는 사람일까?" 라는 좋고 나쁨으로만 인식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무조건이 좋은 직장으로 옮겨갔는데 실패했던 첫 직장에 대한 불쾌 감정은 인생의 실패로만 각인될 뿐이었다. 이 사람은 살아오면서 자신의 행동과 노력에 대한 승인이 정서적 차원에서 충족되지 않았다. 


매순간 잘해내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내면화시키지 못하면  일시적으로는 일어난 좌절에 대한 공격성은 오래도록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신뢰를 주지 않는 부모의 경험은 자기자신과 그리고 타인과 소통되는 느낌을 말살시켜 우울하게 한다. 자신의 공격성을 승인되게 표출되지 않으면(사랑하는 이가 아닌 다른 곳에 적절하게 돌리지 못하면) 약한 대상에게 잔인한 행동으로 나가기도 한다. 분열이 작동되면 인간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극도로 부정된다. 분열된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인식이 늘 오락가락한다.  다른 사람을 의존하고 신뢰할 때 생길 수밖에 없는 좌절감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도 신뢰도 쉽게 식어버린다. 


거리두고 사람을 내치는 방식이 해결이라고 착각하지만 분열로 인하여 양가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모습이다. 특히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극단적인 감정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가까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다가 순식간에 돌변하는 것은  경계선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난제이다. 그래서 '대상복구'는 치료의 핵심이다. 상담자의 안정된 관계틀에서 부정적이고 힘든 것들을 표현하도록 격려받은 것은  새로운 대상관계 경험이 된다.  자신이나 대상을 평가절하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힘들때도 자신의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는 자기위안 능력을 키워 건강한 자기를  활성화시킨다.  


친철하고 사랑하는 대상을 내면화하여 좋은 힘이 나쁜 것을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좋은 대상의 내면화는 자신을 달래고 긍정적으로 귀 기울이며 부정적인 영향들을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 all good 과 all bad 가 적절하게 통합이 되면 상담자와 분리되어 있을 때라도 "선생님이라면 이럴때 날 어떻게 위로 해주고 이해해주었을까? 도움을 주었을까?" 상담자가 마치 옆에 있는듯 도움을 받는 체험을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건강한 사람은 상반된 두 가지 생각을 동에 품고서도 제 역할을 잘한다. 과도한 분열은 인간관계를 힘들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새 친구를 사귀었다가 금방 절교하는 사람은 복잡한 감정을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본질은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사랑을  완벽하게  이상화시키면 상처를 주고 받는 게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르게 된다. 누군가 밉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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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