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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부터 '꿈해석상담사. 꿈해석교육전문가' 수련 과정을 통과해 '정신분석 영혼'을 빛내줄 본 교육원의 미래 부원장님을 초빙합니다.

소임 마치고 2021년 은퇴한 김은옥 선생님의
부모교육 칼럼

감정을 부정하고 왜곡시키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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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당연한 감정들이 있어요. 인간이라면 자연스레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각자 고유 환경에서 대인관계 경험을 통해 배워서 습득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부모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자식은 부모로 인해 겪게 된 심각한 고통-부정적 감정을 부모에게 표현해도 이해나 공감, 위로를 받을 수 없어서 무의식에 자동 억압하게 됩니다.  그로인해 자식은 여러 타인관계에서 자신에게 느껴진 부정적 감정을 온전히 느끼거나 판단하거나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하게 됩니다. 중요 대상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됩니다. 상황에 맞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은 편하게 펼쳐 놓고 표현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제가 엄마한테 상처 받아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나는데요. 한도 끝도 없이 잘해주시기에 차마 불만을 토로할 수가 없어요."라며 싫은 것에 대해 싫다고 말할 수 없는 분이 많습니다. "어, 그 분에 대해 내가 나쁜 마음을 먹게 되다니.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하는 나는 무가치하고 나쁜 사람이야."


이런 사람은 외부에서 무시 당해 상처 받고 심지어 불이익과 봉변을 당해도, 벌어진 상황이나 피해를 준 사람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애를 씁니다. 지나친 동정을 하지요. 그런데 불쌍하다고 정의롭지 않은 일을 허용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정의를 기준으로 자비도 베푸는 것이지요. 그러다 대인관계에서 잘못된 판단이 반복되어 고통을 겪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무시당한다. 피해를 당한다. 내가 싫은가 보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은 불쾌하고 힘든 감정을 온전히 말로 표현하는 걸 배운 적이 없어서 일어나는 부작용인데 말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정서와 인지 발달이 중요하지만 도덕성 발달도 되야 해요. 위니컷은 자신과 다른 타자에 관한 관심과 수용능력인 도덕성이  유아기 엄마-유아 관계에서 양육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사랑받고 존중 받는 경험을 통해 발달해 간다고 봅니다. 무조건적 사랑경험이 복잡한 현실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공정히 분별해내는 도덕성 발달의 선행조건-전제조건인 셈입니다. 


이 도덕성이 발달해야 살아가면서 열악한 환경이나 타자 관계에서 충돌이 발생할 때 상호호혜적 기준을 갖고 문제해결을 균형 있게 도모하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자기 자신이 중요 대상에게 온전히 홀딩받는 경험을 못해, 타자에 관심을 주고 배려하는 도덕성이 미발달 되면, 종종 자아가 (자신의 결함과 결핍감을 부인-외면한 채) 과도 팽창되어 상황에 맞지않게 잘난 척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것에 함부로 이야기하면서 가치를 훼손하기도 합니다.  


외부에서 상처로 충격을 받았는데 부모가 "괜찮아. 신경 쓰지마. 좋은 일 한거야. 네가 잘못하고 누구 탓을 해?"라고 부정이나 사실 왜곡을 하면, 자식은 현실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판단기준이 사라져 혼란스러워집니다. 문제나 갈등 상황에서 발현되는 내면 감정을 균형 있게 처리 못하고 현실을 외면-왜곡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자신을 정확하게 반영하며 변호해주지 않았다면, 옳은 기준이나 경계가 내면에 자리 잡거나 세워지지 않습니다. 외부 및 내부 자극들에 반응하며 생기는 감정들은 자연스레 외부로 표현되어야 하고 누군가에  의해 있는 그대로 수용되는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타인 관계에서 무심코 저지른 문제 행동에 대해서도 "옳지 않구나. 나쁜거구나."를 알게 되지요. "괜찮아. 좋은 게 좋은 거지." 가 아닌 "어떤 사람이 나를 속여서 상처받아 기분이 너무 나쁘네."라고 부당한 일에 화를 내는 것이 정당한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왜곡한다면 그 자식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 때 자신이 나쁜사람인 것 같은 죄책감을 느낍니다. 자연스러운 감정을 공감하고 수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자기 감정을 중요 대상에게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그 사람은 어찌 될까요?  원인도 모른 채, ‘반영 받지 못한 채 부정된 그 감정’을 자각도 못한 채 숨기고 살아가는 부담을 혼자 평생 짊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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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