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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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인가'는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주는(반응한) 것에 의해 결정된다.” 빅터 프랭클


   만약  ‘내 정신’ 이 세상으로부터 받은(겪은) 것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어떨까?  억울한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가령 태어날 때부터 거부나 무시 받은 상처 경험들로 인해 온전히 존중받기 기대하는 내담자를 상담에서 마주할 때면 종종 허기와 절망이 밀려든다. 특히 엄마와의 애착 상처에서 나오는 소리 없는 비명은 기쁘고 즐거워야할 만남을 빈곤하고 지루하게 만든다. 스스로 소화해내지 못한  과거사는 고스란히 지금 여기의 현실로 반복 재현되기마련인데  많은 사람은 현재 삶을 마비시키고, 발목을 잡는 과거 불행 흔적을 바꿀 수 있기 바라며 정신분석에 문을 두드린다. 정신분석은 원인 모르게 현재 삶을 좌우하는 과거 흔적인  반복되는 파국적 인간관계 패턴과 압도시키는 증상에 다각도로 도움을 준다. 


수치씨는 꿈속에서 시험을 봐야한다. 시험과목이 여러 과목이고 시험이 코앞인데 교재조차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급하게 하던 일을 미루고 시험에 매진해야하는데 무기력하고 조바심이 일어난다. 결국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채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나 괴롭다. 이해되지 않는 문제를 풀며 벌을 받는 것처럼 위축되어 불안하다. 졸업을 못하고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할 것 같아 공포스럽다. (매번 졸업 못하는 시험 보는 꿈이 반복된다.) 수치씨는 이 꿈 말고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층 단추를 눌러도 자신 맘대로 통제되지 않아 도중에 멈추거나 엉뚱한 원치 않는 곳에 내리기도 하고 땅으로 떨어지는 악몽에 압도당한다. 


수치씨는 대체 어떤 경험 속에 갇혀 있는 것일까? 꿈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이 달라지길 바라는 것일까? 그녀는 내부 세계를 외부 대상들에게 늘 투사한다. 그로인해 강한 역전이가 일어나 상담자도 답답하고 불안하고 아무런 희망이 느껴지지 않아 무기력할 때가 많다. 정서적 허기는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 상태이다. 이 꿈 내용은 무심하면서도 평가절하로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차가운 엄마와의 관계가 투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유아적 자기가 엄마의 품에서 떨어지고 질시 당했던 경험이기도 하다. 엄마에게 받은 상처들로 인해서 그녀의 자아를 마비시키고 엄마세계로부터 벗어나는 시험에서 번번히 실패하게 만든다. 


수치씨 정신에는 엄마로부터 받은 부정적인 자극이 많이 각인되어 있었다. “너를 임신하지 않았다면, 네가 아니었더라면, 네가 제대로 했더라면, 너 때문에...”  어린 시절 내면화된 엄마와의 부정적 경험들이 그녀 정체성이 되어  대인 관계를 망치고 싶거나 누군가에게 해침을 당할 것 같은 파국환상이 관계에서 반복 재현되었다. 그녀는 사소한 좌절로 기분이 나쁘면 근거 없이 친구이든 배우자이든 나쁘고 밉고 한심하게 느껴져 상처를 준다. 물론 상처를 주고나면 마음이 아프고 후회스럽지만 무엇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부정적이 되었는지 간파가 되질 않는다. 누군가를 나쁘다고 인식하면 그에 부합된 행동을 자동으로 하게 된다. 무서운 일은 그녀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이 떠나가거나 거부적 행동을 하게 되면  원래 갖고 있던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 입증되어 충격에 휩싸인다.  “결국 나를 버리고 떠나가는구나. 내가 싫구나. 나를 사랑하지 않았구나. 내가 나쁘구나!”

 

수치씨는 자신의 공격성을 늘 외부로 투사하기 때문에 도움 받고 싶은 희망이 없다. 그래서 인간관계와 일 모두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는게 어렵다. 아프고 힘들어서, 어렵고  잘 모르겠어서, 부담스러워서, 못마땅해서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감정과 사고가 유년기의 부정적 경험흔적들로부터 미분화되면 나이를 먹어도 인간관계나 일 능력이 향상되지못한다. 과거의 경험으로 현재가 왜곡되기 때문에 자기와 타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반복될 뿐이다. 어릴 적 좌절과 고통을 주었던 그 대상을 동일시해서 현재의 자신과 외부대상들과 병합하기 때문에 수치씨는 현실의 누구 때문에 상처를 받아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상처를 주었던 내적 대상과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치씨는 일상생활에서 상식적으로 알아두어야 하는 정보이며 관습적으로 성실하게 해치워야하는 의무와 책임, 사회적 매너, 엄마로서의 가져야할 덕목, 타인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마음, 심지어 상담자의 공감어린 시선과 따뜻한 위로의 말조차 아무 소용없다는 듯이 과거 엄마와의 관계처럼 밀어내 버린다. 


보통의 좋은 엄마는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만 자신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며 회복시켜준다. 하지만 회복되지 않는 관계 트라우마는 심리적 어려움의 종합세트이다. 수치씨는 늘 처음부터 다시 듣고 말해야하고, 실수로 갖가지 대가를 지불하고,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도움을 청하지를 않는다. 겨우 상담 장면에서 위로와 이해를 주고받고 돌아가지만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선 상담관계와 연결 지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심리치료는 스스로를 도울 수 없던 상처 상황을 다시 재현하되 컨트롤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상담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울 수 있게 되면서 그 다음 천천히 통제되는 상황으로 나아간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트라우마는 살면서 계속 나타나는데,  몸 아픈 것으로도 나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행동으로도 나온다. 그것은 어깨에 바위를 올리고 다니는 것과 같아 반드시 내려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프다고 이야기하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아픈 걸 아프다고 해야 하고 아픔을 느껴야한다. 누르는 연습을 계속하면 감각을 느낄 수 없게 되거나 전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감각이 떨어진다. 


심리치료는 느끼는 것을(센세이션) 통해 우리 몸이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도록 돕기때문에, 트라우마를 치료하면 영적성장도 하게 된다. 피할 수 없었고 돌이킬 수 없던 상처가 있는 사람일수록 성장하면 잠재자원이 풍부하게 발현된다. 트라우마는 인간을 절망에 빠뜨리는데 고통 그상태 때문이 아니라(“이게 없으면 살 것 같아요.”가 아니라) 고통의 이유를 알지 못할 때 느끼는 혼란 감정 때문에 지속된다. 고통지각이 마비되거나 고통의 이유를 모를 때와 달리 제대로 느끼거나 알면 극복의 힘도 거기서 나온다. 몇 년동안 관계해 온 수치씨는 사실 마음이 착하고 재주도 많다. 그녀는 누구나 갖고 사는 실수나 미숙함을 너무 치명적으로 경험하는 경향성 때문에 늘 탈이 날 뿐이다. 진심으로 상담자를 믿고 존중하는 제스처를 하다가도 금방 풀이 죽어 자신을 부정하거나 회피해버린다. 


대상관계 정신분석이론에선 대상상실과 자기상실은 하나의 궤를 이룬다고 본다.  얼마 전 네 살 때 상담 받았던 아이가 고학년이 되어 추수상담을 하러 오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어릴 적 상담자와 역할극을 하고 놀았던 figure들을 기억하며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었다. 과거의 부정적 정서 경험들이 소화되어 상징화되고 창조적 생각을 위한 재료들로 변형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수치씨도 인격이 마비되고 파괴당한 상태를 견뎌내고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일곱 번의 긍정으로 한 번의 부정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누구나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단계에서 앓아 누우며 더 나빠지는 것 같아 성장을 위해 선택했던 모든 것을 그만 두고 싶어 하기도 한다. 또한 예전에 아팠던 것들이 풀리면서 더 큰 고통을 체험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좋아지려고 나빠지는 것으로 누적되었던 고통들이 치료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모든 과정을 잘 참아낸다면 자기 자신과 외부 관계가 바뀌기 시작하고 삶에 대해 긍정과 확장된 의미부여가 일어나며 자기에 대한 지각이 새롭게 변화된다.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들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경험에 공감능력도 높아지고 마음도 넓어진다. 심리치료는 불가피하게 겪게 된 상처 충격들에 정신이 함몰되지 않게 상처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내어 예전보다 깊이 있는 영적 성장의 계기로 전환시킬 귀한 힌트를 제공한다(Logos h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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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