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칼럼

'주는 것'이 힘든 분열성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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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받는 관계를 못하는 구강기 초기에 고착된 분열성성격


   엄마에 대한 아기의 의존은 절대적이다. '절대 의존' 은 생존을 위함도 있지만 의존대상의 이미지가 온전히 통합되지 않아 관계에 실패하면 아이는 평범한 의존관계를 갖는 게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현대정신분석에선 최초 의존관계의 좌절과 손상을 심리적 죽음과 동일한 것으로 본다. 페어베언이 주목한 아이의 의존단계는 구강기 초기인 '분열성 자리' 이다. 이 시기에 양육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돌봄받고 싶은 유아의 욕구가 거절될 경우 유아의 정신은 견디기 힘든 고통과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구강 초기 태도는 주기보다 받기 특성이 두드러지는데, 이 시기 결핍이 지나치면 구강기 함입 특성 때문에 대상에게 무엇이든 주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을 갖게 된다. 분열성 개인은 누군가와 접촉할 때 극도의 피곤을 느낀다. 상대가 집요하게 자신의 관심을 바라고 사용하려할 때 사랑이 아닌 부당함과 고갈을 느낀다. 


   불안에서 비롯된 부정적 엄마상은 지각영역(중심자아)에서 분리되어 무의식에 억압, 망각됨으로써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러나 억압된 이 부정적 요소는 내면세계에 자리잡고 있다가  이후 현실의 대상 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마다 회귀하여 현실의 대상 지각을 부정적으로 왜곡시키고 관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뜻밖의 부작용을 만든다. 부정적 외부자극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유아는 대상에 관한 부정적 자극과 그것을 지각하는 자아부분을 정신에서 분열시킨다. 그로인해 중요 대상과의 안정된 관계를 도모하는 일련의 방어작용과 분열된 정신구조가 형성된다. 이 시기에 아이가 양육자에게서 안전하고 만족스런 애정 관계를 제공받지 못할 경우 아이는 대상과 안전한 사랑관계를 맺기 위해 엄마를 좋은 환상으로 부분지각한 것을 유지시키는 원초 방어기제를 (편집적 지각)작동시키게 된다("행운스럽게도 날 양육하시는 분은 참 아름답고 좋으신 분이야."). 


엄마는 구원자이면서 보호자이다. 구강기 유아는 예측하기 힘든 자극을 주는 현실의 엄마를 '이상적인 좋은대상','흥분시키는 대상','거절하는 대상'으로 환상화한 후에(분리해서 부분지각) 오직 이상적인 엄마 모습만을 '현실의 엄마'라고 지각한다. 그리고 엄마의 '흥분시키는(애타게하는) 대상요소'와 '거절하는 대상'  요소는 억압시켜버린다. 그 결과 내면에 억압된 부정적 대상 요소들은 엉뚱한 순간에 외부로 투사되어 현실 대상관계에서 부적절한 지각(환상) 내지 거부감을 일으키며 조화로운 관계를 방해한다. 사랑하고픈 '대상'으로부터 친밀관계를 거절당하는 좌절은 정신에 고통을 주는데, 현실의 좌절경험이 억압된 부정적 대상표상과 연결되면, 정신을 파편화시키는 강력한 수치감과 병리적 외상을 일으킬 위험을 갖는다. 그로인해 흥분을 일으키는 욕망 대상과 온전히 사귀기도 전에 관계를 깨거나 돌연 '철수'하는 행동을 해야 안심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정신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대상'으로부터 애정을 철수 하는 것은 장기적인 손실을 가져온다. 


즉, 철수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그 무엇에도 만족을 발견하지 못해 정서적으로 허망하고, 현실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지 못함으로써 자아발달이 정지되는 곤경에 처하게된다. 유아에게 엄마는 구강기 초기는 젖가슴(부분대상)으로, 구강기 후기는 (때로 좋고-때로 나쁜)젖가슴을 가진 양가적인 엄마로 지각이 되고, 성격장애의 구조와 유형이 결정되는 과도기 단계(항문기) 에선 때론 만족을 주고 때론 좌절을 주는 통합된 전체대상으로 엄마가 인지되고, 성숙한 의존단계인 오이디푸스기에선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양한 상징적 관계 차원에서 지각된다. 구강초기의 대상 관계에 정신발달이 고착된 사람은 타자를 대면할 때 자신의 만족을 위해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삼킬 수 있는(함입, 내사)  좋은 대상인지 의존할 수 없는 삼키면 해로움을 줄 대상인지로만 구분한다. 


그 결과 대상을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지닌 고유 인격으로 취급하지 못하고 자기의 연장(필요수단)으로만 경험할 뿐이다(자기애적 부분대상 지각). 이에 비해 보통의 건강한 사람은 어떤 '대상'이 아무리 중요하거나 좋음을 지닐지라도 그(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완전히 융합하려는 소망에 함입되지 않는다. 그 대상이 나와 다른 고유성과 자율성을 지닌 존재임을 인정하며 자신의 심리적 현실과 외부현실을 구별할 수 있다. 


   정신증을 앓고 있는 나리씨는 자기 사진을 수십장씩 찍고 한 순간에 지워버린다. 또한 물건을 며칠동안 갈등해서 구매한 후 모두 환불취소해버리거나 물건을 어렵사리 사놓고는 사용하지 않는다. 건드린 물건을 완벽하게 만지기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기위해 몇 시간씩 강박행위를 되풀이 하기도 한다. 6개월 정도에 대상항상성이 형성되는데 자기대상경험이 튼튼하지못했던 경험으로 나리씨는 담아두는 정신기능에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언어발달이전의 시기에 고착되어 상징화 능력이 생겨나지 않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하게 되면 발병시기로 돌아갈 것같은 예기 불안이 세게 일어나서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유아기, 자신을 돌본 여러 양육자가 눈빛과 몸짓으로 밀어내고 거부했던 행위가 온몸에 저장되어 있어서 그런지 의심불안도 컸다. 나리씨는 중년의 나이이지만 엄마가 다른 형제와 대화를 나누면 언니는 사랑을 받는 자가 되고 자신은 거부당하고 버림받는 자가 되어 상처를 입었다.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상처는 그 어떤 것으로도 위로를 받을 수 없게 되는데 그래서 정신질환이나 성격장애를 지닌 어른은 문제를 일으켜 다시 부모에게로 돌아가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미성숙이 평생 미해결되어 부모는 애정을 반복해서 받아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구강기 초기의 유아는 (만족감을 줄 것같은 대상을) 입으로 삼키려드는 상태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대상에게 자신을 '주기'보다는 대상으로부터 뭔가를 '받기'를 지향한다. 그런데 '분열성 자리'에서 (따스한 젖을 주기를) '거부하는 대상' 경험이 크면 그 아이는 '좌절'이 두려워서 대상과의 편안한 정서적 접촉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로인해 대상과 전적으로 융합하고 싶은 관계욕구를 억압하고, 자신의 정서욕망을 부적절하고 과도한 것으로 평가해서 감정이든 행동이든 물질이든 대상을 향해 '주는 것'은 상실되거나 나쁜 결과를 야기한다고 여기게 된다.  '초기 의존관계' 에 박탈이 심한 분열성자는 타자와 관계 맺는 것이나 어떤 형태로든 (애정이든 물질이든)  주는 것을 고갈되는 것으로 지각하기에 결코 현실에서 친밀한 애정어린 대상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분열성자의 고갈 형태는 여러 모습으로 드러난다. 가령 일이든, 살림이든 열심히 하는 것이 아깝고 억울해서 뭐든 주고나면 생색이 나가고, 애써 무언가를 만들어도 무가치하게 느껴져 하찮게 취급하고, 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뭔가를 해준 것처럼 느껴져 박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주기'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에 (말은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질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은 것) 이들은 사회적 접촉을 극도의 피곤한 것으로 경험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조차도 더 유용한 일을 찾아 나서야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분열성 성격을 가진 엄마가 출산한 아이에 대해 흥미를 잃어 (부담스럽고 힘든) 공부와 일로 거리를 두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 과도한 가치를 부여해 소유해서 아이를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은희씨의 별명은 '아~ 귀찮아' 이다. 그냥 보통의 귀찮은 정도가 아니라 사고과정이나 정서반응이 현실 접촉에서 장애로 나타나는 분열성 성격을 지녔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잘 망각하고 대체로 무관심하다. 또한 은희씨는 좌절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듣고 본 내용을 잘못 지각하거나 해석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모든 상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며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직장동료가 어제와 다른 행동으로 불친절하게 잘못을 지적해도 그 사람이 원하는 요구에 관심이 일어나지 않아서 잘못을 수정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언어적 이해에 실패). "뭐라는 거야? 왜 저 딴식으로 밖에 표현 안되나? 그럼 그렇게 잘하는 자기가 할 것이지 왜 나한테 시켜?" 


은희씨는 대학때도 싫어하는 교수의 강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고, 심지어 과제를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낙제를 하기도 했었다. 학생으로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행동이 괴로웠지만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쉽게 흥미를 상실하고, 조금만 일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철수하고 홀로 있는 것으로만 생기를 느낀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 좋은 제스처(빈번한 만남, 전화연락 등)를 하지 않으면 큰 애정갈망이 일어나고 그 다음엔 서운함이 느껴지고 외롭다가 기분이 나빠진다. 그러면 전화를 하고 싶지도 않고, 만나고 싶지도 않은 절망감에 그 사람이 자신과 맞지 않는 나쁜 사람인 듯해서 관계를 끝내버린다. 그러면서도 원래 아무 친구도 없는 자신이 불쌍하고 하찮게 느껴져 살맛이 안난다고 하소연한다.   "선생님 왜 저만 짝사랑하는 것 같죠? 나만 손해보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나만큼 왜 날 좋아하지 않을까요?" 


분열성 성격자의 비극은 자신의 사랑이 파괴적인 것으로 느껴지는데 있다. 그래서 현실 대상에게 차분히 인내심을 갖고 리비도를 주지 못한다. 오랫동안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애정을 주는 게 어렵기만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고 편지도 써주고 싶은데 오버하는 것은 아닌지, 평가절하를 당하는게 아닌지 또 자신에게 질릴까봐 두려워하다가도 좋은 선물을 할 만큼 그도 나에게 무엇을 얼마큼 주었는지 계산하다가 자신의 사랑을 그만두곤 한다. 은희씨는 늘 소모되는 느낌, 비현실감, 공허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자의식이 강하다. 사랑을 느끼면 도망가야 하는데 그럴수록 자아가 약해진다. 은희씨는 늘 삶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고 다 가짜 같은 공허감이 크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런 정신현상들은 정신이 최초 형성되는 시기인 '분열형 자리'에서, 대상(엄마)과 관계했을 때 대상이 자기를 사랑한다는 느낌, 자기의 사랑이 대상에 의해 수용된다는 필수적 애착경험을 실패해서 생겨난 것이다. 그로인해 최초 결핍을 보상받기 위해 유아적인 의존태도와 '안전감' 에 연연하는 고도의 자기애적 특성에 함입된 채 살아가는 것이다. "날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들은 다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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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