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칼럼

감정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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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일찍부터 배운 사람은 외부자극이나 외부대상에 대해서 사고나 감정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반면에 어려서부터 크고 작은 상처와 고통으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사람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희망없고 무기력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처럼 현재도, 미래도 그러할 것이라고 예측해버린다. 그래서 상처입은 사람은 경직된 방어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이 아닌 경험이 이들에게는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무거운 일이 된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감당할 수 없었던 상처와 그걸 두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정서적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과거에 겪은 감정이 치유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정신분석을 공부하러 오는 사람은 자신의 만성적 고통의 원인을 알아내어 자신의 힘든 마음을 바로 잡아보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정서적 고통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살게 되면 어떻게 될까?. 겉으로 드러난 증상과 싸우지만 진짜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서 오히려 부정적 감정에 갇혀 지내게 된다.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은 성급한 결론을 내려 불행을 자초한다. 자신과 무관한 사건을 개인화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적잖이 많다.  우리가 어린 시절 부모와 관계했던 방식은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틀이 되지만 슬픈 과거를 경험했다고 해서 현재나 미래까지 슬퍼야 한다는 법은 없다. 과거는 과거로 정리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잘 살아가야 한다. 불행을 경험하는 사람은 대체로 부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인 채 그것에 자신을 맞추고 자신의 진짜 감정은 무시해버린다. 우울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을, 적대적인 사람은 미운 사람을, 인색한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을 바라본다.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실 자신의 왜곡된 감정상태를 나타낸다. 


마음의 상처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누구나 피해자 심리를 느낀다. 그래서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음에도 상처를 받았다는 의식이 강해진다. 아무리 상대방을 위해 노력해도 자신이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됐다는 신호이다. 같은 노력을 해도 상대방을 미워하거나 피해의식을 느끼지 않는 바람직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평생 자신이 희생자 노릇을 해왔다면 상대방을 과하게 믿고 기대하면서 지나치게 잘 해주면서 자기감정을 전혀 표현하지 않게 된다. 그런 희생은 자신을 궁지에 내몰기 마련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하거나 행복하지 않다.


    정신분석 치료나 정신분석 교육에서는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희생하지 않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무의식' 을 다루는 작업을 한다.  무의식에 각인된 고통 흔적은 의식의 어떤 고상한 체험들로 없어지지 않는다. 정신분석은 고통 감정의 망각된 근원을 탐색하는데 그 과정은 쉽지도 않고 빠르게 진행되지도 않는다. 상처입은 감정에 접근할 경우 상실의 고통과 함께 과거에 대한 회한이 자신을 무섭게 짓누르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엄마가 자살을 한 내담자가 있었는데 그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렸다. 엄마에게 좀 더 잘해주었다면 죽음을 피할 수도 있었을 거란 안타까움으로 인생을 무의미하게 살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게 다 끝나버린 허무감과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대면해야만 비로소 애도가 일어나고 고통스러운 슬픔을 거쳐야만 상처받은 자아는 억압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된다.  정신분석은 자신의 즐거움이나 행복을 돌보지 않고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기며 죄책감을 씻어내기위해 힘든 짐을 지는 사람을 위로하며 돕는다. 뜻을 알 지 못한 채 망각되었던 괴로운 감정의 호소를  위로해야만 정신은 상처를 떠내보낼 수 있다. 


정신분석에선 '꿈' 을 통해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 증상을 대면하면서 부정적 정서가 유연하게 바뀌는 체험을 하기도 한다.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이들은 "아프다." 고 비명을 지르는데, 그 비명은 포기했던 내면 감정을 반영한다. 마음속 고통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것을 고칠 힘이 생긴다. 부정하고 억압했던 감정을 기억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되면, 자아가 그것을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은 모든 병을 이겨내게 한다. 반복되는 꿈은 변화가 없고 새로울 것이라곤 없는 몽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고통과 연관된 '무의식의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의지가 담겨있기도 하다. 비온은 꿈이 '열어보지 않은 신의 편지'이며 다수는 그 편지를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편지는 무섭고 불안한 감정, 금지된 욕구, 소망, 수치스런 경험을 담고 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은 일생을 건 과제이다. 한계는 전체 경험의 잠재성을 활용하지 못하는 중지되고 마비된 자신의 인생이다.  마땅이 있어야할 좋음이 박탈된 환경을 겪으면서 그것이 아이의 정신에 각인되고 회복없이 축적되면, 거기서 벗어나 살아남으려는 의욕과 의지도 사라지게 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정서적 불능상태인 자신과 타자를 진정으로 배려하고 사랑할 수 없는 정지 상태가 있을 경우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정서를 소화시키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과거는 그저 불행했던 옛 일이 아니다.  소화되지 못한 정서는 무의식 깊은 곳에 봉인되어 평생에 걸쳐 반복되는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과거는 바꿀 수가 있다. 그런데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자신의 정서 능력이 성장하도록 다양한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깊은 상처가 있을 때 혼자서 견디는 사람도 있지만 친구나 주변사람에게 의지하는 사람도 있다. 혼자서 참고 견디기보다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나 상담기관을 찾아가는 것이 불행한 감정을 나누는 게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간 알지 못했던 자신의 진심을 마주하기도 하고, 정신의 버팀목을 얻기도 하고, 대처 방법을 알게 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꼭 상처를 준 당사자에게 표현하는 것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당사자에게 사과를 받는다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는 않는다. 대신 신뢰로운 누군가에게 무거운 감정을 털어놓으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바뀐다. 임상에서 보면 내담자들의 미움은 그 사람이 느끼는 진짜 감정이었다. 분노를 느끼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노가 반복될 때 소중한 누군가로부터 "당연해요. 괴로웠지요. 고생했겠어요."  진심으로 응답받는 경험만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소화하며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된다. 몇 년씩 개인분석과 교육 과정을 수행해낸 사람들은 괴로웠던 과거를 어떻게든 자신을 사랑하고 인생에 도움되도록 바꿔간다.  "선생님 말씀대로 과거가 바뀔 수 있네요.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저는 자유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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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