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칼럼

자기애 인격에서 정신화의 실패 (Mentalizing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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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뚫어진 자기애


   자기애적인 사람은 주변 사람과 융화되기 어려운 무엇인가 있다. 이들은 이상향을 꿈꾸며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이 강한데,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기 전에 그 일로 인해 벌어질 타인의 고통이나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무관심하다. 그렇다고 감수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만 공감반응이 일어나고, 자신의 뜻에 반대되는 사람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끼며 복수나 보복하는 것을 서슴없이 한다.  자기애의 성숙이 이루어지면 타인을 향한 공감능력이나 타자애가 자연스레 생겨나지만 자기애적 좌절을 경험한 사람은 과대자기 경험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로인해 미숙한 전능감, 자기과시성(자기자랑), 타인에 대한 비공감적인 태도, 착취, 책임전가, 격노가 이들의 주된 특성이 된다. 


과대자기의 과시성은 유아기 때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며 이를 적당히 누리면서 절도를 익힘으로써 과시성을 억제해간다(과대자기의 수정-변형적 내재화).  하지만 어릴 적 과대자기가 충족되지 않고, 애정결핍로 인해 남의 이목을 끄는 행동으로 보상받으려는 행동이 고착되면 병적인 과시성은 평생 이어진다. 애착은 대상에 대한 돌봄과 관심, 친밀감을 느끼는 행위이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사람에게 의존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애자는 가족이든 친구든 의존되어 있으면서도 애착되어 있지 않은 상태가 있다. 


"선생님. 오랫동안 만나면서도 친해지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제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사실 아무 관계가 없는 거나 다름없어요. 그 친구는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적극적으로 연락해서 만나자 해요. 아는 게 많아 잘난 척 하거나 남을 가르치려고만 해서 여럿이 만나도 혼자 떠드는데 자기도취에 빠져 남들이 지겨워하는 줄도 모르죠. 나쁜 사람은 아닌데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아요."   자기애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자신의 과대성과 과시욕구에 대해 타인의 진정한 존중을 받아보지 못한 뿌리깊은 결핍을 지니고 있다. 원래 '성숙한 나르시시즘'은 주는 행위와 받는 행위가 균형을 이루어서 만족스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애적 사람에겐 진정으로 주고받는 상호관계는 (더구나 헌신이나 희생은)부담스러운 일이다. 어떤 대가 없이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은 이들에겐 고통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익과 무관한 일을 할 때는 수고가 덜한 쉽고 편한 일들만 선호한다.  절대 손해보지 않으려는 자기애적 욕심이 크고 정직하지 않은 욕심 때문에 정서가 불안정해지기도 한다. 

  

하인즈 코헛은 개인이 자기조절 능력이나 상호관계 능력을 형성하려면 어느정도 '통합된 정신구조'가 발달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발달하는데는 어린시절에 부모의 정성스런 반응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타인과 조화로운 관계를 맺으려는 아이의 능동적인 노력을 촉진해주는 것은 일차적으로 아이의 욕구에 대한 엄마의 공감반응이다. 어릴 적 자기대상인 부모로부터 소중한 사람 대접을 받아야 포부와 야망이 생겨난다.  건강한 자존감의 지속적 원천이 되는 이러한 특성은 세상 현실에 대해 능동적 관계 욕구를 일으키고 좌절과 결핍을 견딜 수 있게 한다. 병리적 과대성은 정상적인 지각을 넘어서 부풀려진 자기가치감 상태이다. 이러한 자기애적 태도 뒤에는 숨기고 싶은 존중받지 못한 수치감과 열등감, 자기혐오가 있다. 자기애자는 자기의 취약성을 직면하고 인정할 정신적 힘이 부족해서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과 단절되어 있다(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그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자기의 자존감에 사소한 상처라도 입게 되면 (모욕을 받으면)오만정이 떨어져 세상의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무가치해진다. 자기애자들의 일시적이고 자기 편리적인 관계 양태를 주목하면 이를 금새 알 수 있다. 이들은 자기만족과 자존감을 보충하기 위해서 타인을 자신을 비추어내는 거울로만 열망한다. 자신에게 결여된 (엄마) 애착을 보충하기 위해 곰인형을 사용하는 아이처럼 사람을 자기를 조절하고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는데 친구나 배우자, 자식을 마치 자신의 물건인 것처럼 조정하기도 한다. 자기애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무상의 애정을 믿지 못하며 자신이 무엇을 해주고 무엇을 받았는냐에 따라 애정이나 신뢰의 정도를 확인한다.  


"선생님 제 친구는 만나자고 약속해놓고 당일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취소전화를 해요. 어쩌다가 만날때는 자신의 볼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어요. 때론 제가 외로울 때 안부문자를 보내면 응답도 없어요. 처음엔 친구가 단지 사회적 매너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진짜로 언짢은 건 친구의 무심함이었어요. 친구로 인해 마음도 상하지만 기운이 빠지고 알수 없는 무가치감에 시달려요."  자기애자는 자신이 지배할 수있거나 이상화한 대상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이 과하게 일어나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않는 현실 속 타인에 대해서는 진정한 친밀감이나 공감능력을 갖지 못하는 상반되는 성향이 있다. 이렇게 과대자기가 큰 사람은 타인과 대등하고 전체적인 관계가 발달 되지 않아 일방적인 관계를 한다. 


자기애적인 엄마 역시 아이랑 떨어져 있을 때 자유로움을 느껴서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동조해주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엄마에게 반영받지 못해 자신감이 결여된 아이는 감정적 자극을 조숙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통제하려 애쓰게 된다(자기 중심성이 강해진다). 자극을 줄여달라는 아이의 신호를 지각하지 못하고 간섭하는 엄마와 이와 반대로 자극이 너무 부족하다는 신호를 놓치는 엄마의 손에서 자란 아이는 나이들면 상호작용이 차단된 삶을 살게 된다. 자기애적인 사람은 과보호를 받았거나 애정 박탈을 겪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대상에게 진심어린 흥미를 보이지 않으며 타인에게 위로를 주거나 받으며 가까이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겉으론 서로간의 독립과 자립을 위해서라고 합리화하지만 실상은 '관계'에 관심이 없다.  필요에 의해 금방 좋다고 생각하다가도 무가치하다는 의심이 일어나면 변절자가 되고만다. 간혹 강렬한 정서가 투자된 관계일 경우 그 대상에 대한 표상은 사실 자기상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의 잘난 면을 보면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가까운 관계에서 먼 관계까지 유연한 관계를 한다. 타인 역시 자신의 고유한 정신성을 지닌다는 점을 기꺼이 인정한다. 이에 비해 자기애적인 사람은 자기의 자존감이 채워지거나 고갈되는 상태에 따라 타인이 가까워지다 멀어지다 한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에너지 고갈을 일으키기에 누군가에게 관심을 줄때 엄청난 계산적인 요구와 생색이 나간다. 


자기애 장애를 가진 수선화씨는 현실과 맞지 않는 과도한 자부심과 모욕받는 성향으로 평범하게 다른 사람과 맞추어 살아가는 일이 힘들어 상담에 오게 되었다. 그녀는 중요하지 않은 부차적 얘기를 하다가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돌아간다. 때론 고통스러운 문제를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그 문제의 당사자라는 자각은 '부인' 된다. 다른 사람의 결점을 찾아 비난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에 담긴 결함있는 요소에 대한 반성 활동은 미비하다.  자기애자의 타자에 대한 경멸과 평가절하, 자신의 문제에 대한 부인과 반성 결여는 온전한 정신화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갈등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전혀 읽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그녀는 자신감이 과잉으로 치달릴 때와 자신감없고 수치스러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자기애의 불균형상태를 연결시켜 인지하지 못했다. 


유아기 좌절로 인해 내면세계와 외부현실 사이에 안정된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아이는 '~하는 척하는(as if)' 가상적 관계 모드를 취하게 된다.  이런 '~인 척' 하는 태도는 곤혹스럽고 자신감 없는 정서가 출렁이는 내면세계와  자기의지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외부 현실세계를 조화롭게 통합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형성된다. 외부의 누군가가 아이를 과하게 비난하거나 공격하면 아이는 내부-외부세계를 연결하는 현실관계를 중단하고 자기만의 자기애적 환상 속에 숨어버린다. 이러한 '유사 정신화'(~척함)를 사용하는 자기애적인 사람은 마치 자신이 타인의 정신상태를 잘 지각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그걸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인 양 착각한다. 그러나 실제 그들은 현실과 진정한 접촉을 하지 못한다(자기부정의 모순). '진정한 정신화'는 아기와 엄마사이처럼 자신과 타자 사이의 전인적 애착관계에서만 발달된다. 


자기 이익에만 관심이 쏠리는 자기애 성격구조에서는 '정신화'가 온전히 작동되질 않는다.  타인의 정신상태에 관한 진술이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될 때 이미 '유사 정신화' 상태에 있는 것이다.  자기애자는 '자아가 분열되어 있어' 자기에게 일어난 행동과 상대방에게서 일어난 행동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연결하지 못한다.  타인에 대한 사고, 느낌, 소망에 대한 주의가 전반적으로 결여되어 '부분지각' 을 한다.  그로인해 어떤 한가지 생각과 관점을 일반화하는 주장을 되풀이 하곤 한다. 


"남편은 게을러 아무것도 안해요. 뭘 제대로 못하기도 하고요." (남편에게 요구나 부탁을 제대로 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이런 단정적이고 편향된 지각과 비난은 현실 사건과 관련된 자신의 복잡한 정신상태를 탐색하고 싶지 않은 데서 생겨난다. 수선화씨의 부모님은 바쁜 유명인이셨다. 그로인해 어릴때부터 여러 보모에게 맡겨졌고 어떨 땐 부모님을 한 달에 한 번도 접촉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반면에 교육을 위한 제반 여건이나 문화환경이 풍부해서 수선화씨는 높은 학업적 성취를 이루어 전문가가 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상황에서 사람이나 사건을 피상적으로 보고, 민감하지 못해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하는 거칠은 면 때문에 직장생활의 어려움이 컸다. 수선화씨는 적극적이고 솔직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욕구가 좌절되면 적대적으로 변해 부적응적 행동을 하였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힘들고 충동을 조절하는 인내심이 부족해서, 동일한 실수로 손해를 자주보았다. 자신의 욕구 충족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나 상황에 쌀쌀맞고 경멸하는 태로를 보여서 사람들사이에도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요새 수선화씨는 상담을 통해 같은 사건도 개인마다의 다른 이력으로 다양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 게 신기하다고 말한다. 수선화씨는 많은 시간 인간관계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상호작용에 대해, 끊임없이 물리적 면에서만 누가 무었을 했는지 외부적 요소로 환원해 설명할 뿐이었다. 자신과 관계하는 누군가가 갖고 있는 정서적 슬픔이나 불안이 마치 자신에 대한 공격을 의미하기라도 하듯이 적개심이 느껴져 회피해버리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대상에게 거절당한것으로 경험된 사건을 자신과 타자 사이의 관계차원에서 묘사하고 어떻게, 왜 자신이 그 사건을 오해하게 되었는지 확인해가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에 진정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한 수선화씨는 다른 사람이 못마땅할 때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객관적인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서 자기의 분노를 멈출 수 있게 되었다. 뭐든 열심하고 잘나고 싶은 과대자기가 현실의 좌절에 부딪치면서 사회성을 배우고 현실과 타협하는 기술을 배우는 현실자기로 통합되고 있었다.  


비뚫어진 자기애의 모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대자기가 센 사람은 자신에 관한 일이나 관심 있는 일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어한다. 하찮은 주제라도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집착하여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과시한다. 과장된 표현으로 엄청난 일을 말하고 싶어하는데, 흔한 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언급하지 않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때론 허를 찌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이 매사 한 수 위에 있다고 생각하여 독단적인 말투를 쓰지만 자연스러운 감정이나 배려가 결핍되어 있다. 거만한 태도가 강하고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도 우기기대장이다. 엄격하고 완벽주의적인 경향이 강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절부절하며 분노를 느낀다. 자신만의 방식과 취향, 가치관 이외의 것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망하면 바로 싫증을 느끼고, 가족 및 가까운 사람을 과도하게 이상화하거나 과도하게 싫어하고 경멸한다. 사람을 신뢰한다기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이용하려든다. 사소해보여도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되면 격노가 크게 일어나 반드시 보복한다. 순종적이고 자신의 생각대로 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자신의 주체성이나 의지가 침해당하는 일에 민감하기 때문에 명령하는 듯한 말투로 자신을 지도하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오기나 심술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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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