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칼럼

경계선 인격에서 정신화의 실패 (Mentalizing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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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인격의 정신화 실패(엄마라는 병-경계선 엄마에게는 경계선 딸이 있다.)


심각한 사람일수록 엄마와의 불안정한 관계가 존재한다. 엄마와 자식 사이에 혐오적이고 거부적인 관계의 모습이 명백한 경우도 있지만 표면적으로 원만해 보여도 자녀가 엄마게게 조종당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 상담장면에서 엄마의 알력이나 거부감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그나마 문제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계선 성향의 사람은 엄마와 자신이 사이가 좋다는 착각을 하지만 일방적으로 순종하고 있거나 엄마와 자식의 입장이 바뀌어져 있기도 하다. 


엄마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인생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대인관계, 학습능력, 결혼, 스트레스, 수명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엄마에 대한 욕구는 매우 본질적이라 엄마에게 애정을 받지 못하면 부정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안정감이나 신뢰감은 한 두살이면 완성이 되는데 남을 믿지 못하고 지나치게 경계하고 의심하는 성향이 강하다면 유아기때부터 엄마에게 마음 놓고 자신을 맡겼던 경험보다 상처받았던 경험이 우세한 것이다. 서로 하나로 융합되어 있는 엄마와 딸은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특유의 왜곡이 발생하는데 그로인해 딸은 새로운 인간관계에 진입을 못하고 엄마의 연장선에서 관계를 맺기에 자신의 고유성을 잃어버린다. 


경계선자는 감정의 과잉상태와 자기부정이 두드러지는데 엄마와의 문제가 반영된 것이다. 경계선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친밀한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감정적으로 높은 각성상태가 되어 자기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전혀 객관적으로 읽지 못한다. 이들의 강렬한 관계는 다른 사람의 마음과 상황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모습이기도 하다. 경계선자는 자신과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정신화 활동 대신 '융합적 사고(정신적 동일시)' 를 해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혐오스런 상태를 실재로 지각한다("그 사람은 정말 쓰레기같은 성격이상자예요!").  부정적인 자기상이 강하기도 하지만 엄마가 싫어하고 비난하는 존재를 미워하거나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게도 된다.  중요한 대상의 말로 없던 감정도 생겨난다. 일어난 사실에 대해 상대방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 그렇구나' 대신 자신의 시나리오에서 나온 과장된 정서반응만 믿는다.  대인관계에서 불필요한 감정을 읽어내고 그 관점을 다른 사람에게도 주입하고 강요하기에 주변인은 이들로 인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또한 정신화 기능이 손상되면 다른 사람의 언어를 다양한 맥락과 여운을 지닌 상징으로 이해하기보다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오해하고 억울해하며 심지어 공포를 느낀다.  사소한 말 한 마디에 부정적인 감정을 실어 터무니 없는 불만을 만들어낸다. 가령 남편이 화가 나서  "당신이랑 자꾸 싸우니까 (내가)집에 들어오기 싫은 거야." 하는 말에 경계선 아내는 '집에 들어오기 싫다'는 말을 편집해서 그만 살자는 말로 해석하고 원통해한다. 부부싸움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부정적 평가가 정신적 동일시(융합적 사고) 상태에선 마치 총체적 난국 사태로 지각되기 때문에 그 순간 버림당했다고 느껴진다. 경계선자는 정신화 기능이 마비되어 자신이 증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뿐더러 자신때문에 발생된 타인의 부정반응도  인정하지 못한다. 경계선자는 상실의 위협으로 생긴 불안한 마음을 조절하려는 시도가 종종 폭언이나 폭력으로 표출된다. 사실은 이때 상대방이 굴복하여 자신의 힘든 내적 상태를 받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 많이 힘들구나. 지쳤구나. 누구도 불안한 당신의 마음을 몰라주니 답답해서 짜증이 났겠네. 내가 피곤하고 힘들어서 당신 마음을 잘 몰랐었네." 라고 이해받고 싶다.  하지만 상대방이 끝끝내 이런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면 파괴적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자기 파괴적 수치심으로 자해나 자살행위까지도 할 수있다.).  상대방에게 악의적인 의심이 일어나면 분노가 증폭되는데 이럴 때 냉장고도 쓰러뜨릴 괴력이 나온다. 극렬한 격노 뒤엔 간헐적인 안정감이 찾아와 그 다음엔 천사표 딸, 아내가 되어 아무일 없는 듯 가족에게 헌신한다(해리).  성인이 되면 애착 유형이 변하기도 하는데 가장 큰 변수는 긴 시간을 보내는 배우자의 영향이다. 안정적인 파트너나 배우자를 만나면 불안정한 사람도 안정형으로 변한다. 반대로 안정적인 사람은 불안정한 사람의 영향을 받아 불안정해지기도 한다. 둘 다 불안정한 경우도 서로 배려하고 보완하면서 서로 안정형이 되기도 한다. 오래 임상을 해보니 자기 부모에게 안정적인 애정을 받지 못하고 불행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애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계선 성향의 미미씨는 애써 저녁을 준비했는데 남편이 술 약속이 생기면, 휴일에 쇼핑도하고 산책도 하고 싶은데 남편이 늦잠이라도 자면, 자기는 자는데 남편이 혼자 영화를 보면 '하나' 가 되지 못한 실망에 분노를 폭발한다. 경계선자는 친밀한 대상과 시공간의 거리가 원하는 만큼 좁혀지지않으면 불안정해지면서 난폭해진다. "내가 왜 저런 사람과 살아야하지. 나에게 해준 게 뭐야. 그만 살아야 되나.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이야. 공감을 못해요." 남편이 개인 공간에서 할 일을 하고 있으면 미미씨는 전전긍긍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남편에 대해 불만이 증폭된다. 마치 그 대상이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인 것 처럼말이다. 소중한 대접을 받아보지 못해서 남편에게 보살핌을 받지못한다는 자극이 느껴지면 상실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미미씨는 대체로 남편의 기분이나 현실 상황은 정확하게 지각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우울하고 파괴적인 상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착각한다.  


미미씨가 절박하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일관되게 '들어맞는 경험(공감, 이해, 수용)' 이다. 그래서 미미씨는 남편에게 끊임없이 자신에게 맞춰달라고 호소한다. 자신을 제대로 맞춰주지 못했던 부모의 속성이 투사되어 자신에게 맞추지 못하는 남편을 자격미달로 느껴져 통제하고, 질타하기도 한다. 미미씨는 부모가 서로 화합하는 것을 본적이 없어서 남편의 단점을 인내하고, 때론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좋은 의존을 하는 게 지는 것 같아 비굴하고, 뭔가 중요한 것을 빼앗기는 것 같아 노력을 아까워한다. 정신적 동일시로 유발되는 감정은 적대감이다. 편집증적 사고가 타인과의 관계에 주요 패턴이면, 공포와 공격성이 정신화의 회복을 방해한다. 모든 인간관계는 상대방이 나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수용적 태도가 있을 때 서로 조율하는 관계를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신념과 다른 여러 대안적 가능성을 숙고할 수 있다면 삶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정신적 동일시는 유아들에겐 흔한 일이다. 하지만 어른에게 정신적 동일시가 일어나는 경우 객관적 분별력이 와해된 상태이다. 경계선자는 '정신적 동일시' 상태에서 느껴지는 유기공포나 박해불안을 담은 꿈을 꾸는데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차를 거꾸로 타고, 가방이나 지갑을 잃어버리고, 아이를 잃어버리고, 길을 잃어 헤매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 이러한 악몽은 경계선자에겐 현실과도 같은 공포이다.  꿈이 바로 현실로 느껴져 하루를 불안하게 보내고 남편을 의심해서 싸우기도 한다. 정신적 동일시가 강한 경계선자는 사고의 경직성, 충동조절의 문제, 정체감의 혼란, 정서조절의 어려움으로 갈등이 없는 영역이 없다. 경계선자는 불안정 혼란 애착장애를 경험한 사람이다.  엄마가  불안전하고 혼란스런 자극을 주는 상황에서 아이는 대상에 대해 경직된 이해나 편집적인 정신적 동일시를 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소망이나 느낌과 맞아 떨어지는 경우에만 어떤 자극이나 현실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미미씨는 결혼 생활동안 남편에게 고마운 일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해본적이 없다. 보너스를 받아와도, 친정식구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써도, 피곤함을 무릅쓰고 아이를 돌보고 집안 일을 거들어도 그냥 당연한 상황으로만 인식했다. 미미씨는 친정식구에게 남편이 정성을 다해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사랑의 증거). 하지만 미미씨 자신은 시댁관계의 모든 의무에서 자유롭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경계선 성향이 두드러지면 관계가 일방적으로 치우쳐 상대 배우자는 탈진을 하게 마련이다.  남편은 다른 인간관계와 취미생활에서 멀어지게 되고 오로지 아내에게만 감정을 투자해야 한다(우선순위). 하지만 경계선자는 그 불공평함을 인식할 수가 없다.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교육과 상담치료를 통해 오랜 시간 자신의 혐오감정을 잘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자신과의 대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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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