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칼럼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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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모순


"나는 꿈에서 상담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서두른다. 여러번 지각한 탓에 서둘러서인지 십 여분 일찍 도착했다. 하지만 주차장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몇 번을 돌다가 겨우 찾았는데 상담건물이 아닌 다른 아파트 주차장이다. 시간을 보니 상담 약속시간이 30분이나 지나 버렸다. 상담중인데 옆 사무실에 음악소리가 나고, 싸움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누군가 상담문의를 한다고 들어왔다. 그 사람은 상담중인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 누군가 또 들어온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계신다. 선생님은 왜 이 소란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일까.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인간에겐 상처를 치유해 변화 성장하고픈 욕구와 상처를 반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우리에게는 악한 감정과 파괴성도 있지만 좋은 감정 또한 주기적으로 돌아온다. 아울러 현실에서는 좋은 일도 일어나고 나쁜 일도 일어난다. 정신분석가Winnicott은 치료자들에게 "모순처럼 보이는 역설을 잘 수용하라."고 당부했는데 어떤 정신 현상의 심리적 가치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라는 뜻일 것이다. 해리씨는 자신의 삶의 태도와 유사한 모순된 부조리한 형태의 꿈을 가지고 온다. 사방이 유리로 된 집에서 사생활이 노출되는 장면이라던지, 고속도로에서 스키를 탄다던지, 상담실이 오픈되어 있다던지, 벌레가 집 채 만하다던지, 50층 건물에서 뛰어내려도 상처 하나 없고, 칼로 베었는데 피 한방울 나오지 않는 꿈을 꾼다. "선생님 무슨 뜻이예요? 꿈이지만 황당해요. 개꿈이죠?." 해리씨는 거리있는 엄마와 친밀한 관계를 못해서 대상과 정서를 공유를 하지못하고 감정에 대해 중압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친밀한 감정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 자신에게 쓸데없는 책임이 돌아올까와 거리두고 다른 사람과 마음을 공유하지 않는다.  


또한 해리씨는 이야기의 맥락을 대체로 기억하지 못했는데 잊는다기보다 듣는 단계에서 차단해버렸다. 감정적인 반응에 대한 인지능력도 둔감해서 남의 말을 듣는 것도 자기표현을 하는 것도 서툴다. 그래서 그녀에게 일어난 일상의 불쾌한 에피소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또한 해리씨는 대화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뉘앙스를 파악하지 못해서 전체적인 상황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해리씨는 현실에서 지하철을 거꾸로 타서 상담시간에 제시간에 오질 못하기도 하고 고정된 스케줄을 잊고 착각을 해서 결석을 하기도 했는데, 방해받는 꿈과 일치하는 자신의 상황을 보면서도 문제요소가 자신에게 있음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남편은 힘들 때 아내가 진심으로 알아주거나 아픔을 함께 느껴주지 않아서 당황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여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봐. 당신만 잘했고 나만 나쁘다고 하지마. 나도 잘해보고 싶어. 기회를 줘!"라는 남편의 간절한 소망에 해리씨는 방어자세로 잘 살아보고픈 진심과는 달리 남편을 평가절하 해버린다. 


엄마와 따뜻한 융합을 경험하지 못했던 아이는 엄마로부터 '분리' 되기 힘들어 자율성 발달에 장애가 생긴다. 그런 개인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자기를 위협하는 거부로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인식과 상대방의 마음 상황에 대한 예측은 동시에 발달한다. 섬세하고 유연한 감정의 교류는 서로 사이에 오가며 발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타인에 대한 긍정적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부부상담을 할 때 많은 사람은 해리씨처럼 상대 배우자를 야단치고 고쳐달라고 한다.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위해 남편의 입장을 듣고 공감해주면 상담자가 남편 말만 들어주는 것 같다며 억울해 한다. 사실, 상담자는 단지 비틀어진 모순을 약간만 제자리에 돌려 놨을 뿐이다. 한 사람만이 아닌 두 사람다 자기 입장에서 느끼고 말 할 수 있다고 보여준 것이다. 사람의 말이나 마음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고, 상대방의 어느 수준을 이해하려면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모순에 빠져 사는 사람은 자신을 괴롭힌 문제에 공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누군가에 의해 단번에 해결되길 바란다. 어릴 때 안정된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인간적인 부드러운 면목을 사용할 수가 없다.  


해리씨는 인생에서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정서가 실리지 않은 지엽적인 생각을 지루하게 나열한다. 때론 서럽게 울지만 교감은 원치 않는다. 우리는 외부대상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서 그들의 좋은 모습을 닮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알아 간다. 해리씨는 꿈에서 좋은 의도를 갖고 출발하기도 하지만, 의도와 달리 악한 반대의 결과를 주고 받는다. 정신의 한 부분(요소)에만 집중할 경우 우리는 덜 불편한 모습인 '방어(변장)된 나'를 선호하고 본래의 자신을 박해하고 망각한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절대적 해답을 요구하는 것도 박해불안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인간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기대치를 내려놓고 '가능한 부분'에서 용서를 하고 살아갈 뿐이다. 


정신분석 치료는 '무의식의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변화에 저항하는 자신과의 투쟁("힘들게 살기 싫어. 그대로 살고 싶어."), 어린 시절의 인지적, 정서적 경험으로 인생 경험을 모두 동일하게 채색하려는 반복강박("니들 다 똑같어."), 좋아지기 전에 늘 나빠지는 듯한 느낌들("아무 소용없어."), 치료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기위해 신뢰해야 하는 두려운 체험들("정말 믿어도 되나."),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도 시간이 필요하다("언제까지?"). 하지만 상담자는 과거 분석받은 경험으로 인생이 살만하고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던 만큼 그들(내담자)도 변화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기대한다. 마이클 아이건은 내담자가 자기자신과 삶이 어둡다 어두웠다고 말 할 때 무의식의 중요한 무엇을(무지, 원초적인 불안과 공포)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빛이 오면 어둠은 사라지는데 무의식이 의식화되면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두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담을 통해 특히 자기 내면의 가치있는 내용물이 증오로 모두 파괴되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까봐 두려워한다.("보잘 것 없는 내 모습이 드러나면 어떡하지!") 해리씨는 자기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강한 역할을 하려고 했었는지 그리고 그 역할을 통해서 자기의 약하고 수치스러운 점을 감추고자 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강압자의 역할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를 알게 된 시점에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해리씨의 꿈은 어떤 의미에서 악몽이지만 반복되는 무의식을 직면하면서 심리적 재탄생을 하고 있다. "당신은 이제 그런 무시무시하고 고달픈 무의미한 삶을 반복하지 않을거예요. 잘 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현실 관계를 통해서야 (타인에게 반영받는 만큼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  상호관계는 자기자신에 대한 체험과 세상에 대한 체험을 본질적으로 바꿔준다. 또한 의존관계에서 생기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자율성을 추구하는 분리욕구는 어느 하나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게 인생 리듬이다. 


해리씨의 변형된 꿈이다. 지갑에 200만원의 현금이 있다. 세금도 내고, 선물도 사고, 맛있는 음식도 사먹으려한다. 헌데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가방을 지하철 선반에 두고 내렸다. 난감하고 당황했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니 2호선은 순환선이라 시간 맞춰 그 자리에서 다시 타면 가방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당황한 마음을 가다듬고 분실물 보관소에 전화를 거는데 통화가 쉽지 않다. 잘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상황이 답답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조바심이 일어난다. 겨우 역무원과 통화가 되었는데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서 다른 역무원과 통화가 되었는데 순한선이니 그 자리에서 시간으 맞춰 타라고 정확한 시간과 차번호, 자리 위치를 알려준다. 다행히 시간 맞추어 지하철을 탔고 가방을 찾아 기분이 좋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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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