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칼럼

'비몽' - 반복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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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비몽'


'진'(오다기리 죠-전각을 새기는 남자)이 꿈을 꾸면 '란'(이나영-옷을 짓는 여자)은 진이 꾸는 꿈대로 행동한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진의 꿈때문에 란은 자신의 의지와 달리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은 애인을 찾아가게 된다.  란은 의식에서 해리(분열)된 무의식적 인격으로 고통 받는 몽유병자다. 이 둘은 각자 서로 다르지만 한 사람이다. 한 사람의 인격 안에 있는 자아 대 본능이기도 하다. 감당할 수 없는 정서적 부담(갈등)을 해소하려는 자아의 노력일 수도 있고, 최초시기의 만족들을 되찾으려는 현실과 타협이 불가능한 무의식의 소망일 수도 있다.


 '진'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mania적 집착을 한다. 내면화한 특정 대상에 고착되어 그녀가 보여주는 잠깐의 친절로도 행복해지지만 정신의 분열로 인해 상대를 사랑할 수록 그 사랑이 진짜인지 의심한다. '란'은 mania적 집착 때문에 자신을 소유물로 만드는 남자에게서 간신히 벗어나 그를 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하지만 진이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해서 꿈을 꾸면, 란은 의식의 의지와 달리 진을 대신해 혐오스런 옛애인을 찾아가 사랑을 구걸을 해야한다. 그래서 진이란 존재는 란의 악몽이다. 진이 '잠을 자지 않아야' 란은 '옛남자'에게 되돌아가는 해리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잠'은 좌절스런 현실에서 철수해 다시 돌아가고 싶은 환상계로의 통로다. '잠을 잔다'는 것은  '현실의 나'에서 억압된 소망들이 역동하는 '무의식의 나'로 퇴행하는 것이다. 


우연한 현실 사건을 통해 접촉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상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그러나 유아적 일차사고에 함입되어 사는 이들은 의식과 무의식이 분열되고 사고와 정서가 분리되어 서로를 인정하는게 쉽지 않다. 분열된 세계를 각각 경험할 뿐, 통합하질 못한다. 증상의 형성은 일차적으로 현실에서의 좌절에서 시작된다. 사랑의 실패, 과제의 실패, 심각한 질병 등 인생의 작고 큰 사건들은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들은 각자의 애인에게 유년기의 상처를 재연하는 강렬한 좌절 경험을 한 상태다. 물론 반복해서 좌절을 주는 현실의 최초 애인은 어린 시절 엄마와 아빠다. 초기 외상(박탈, 좌절, 과잉자극)이 자아를 너무 많이 손상시켜서 '손상된 자아'가 구조화되면 란과 진처럼 자신의 문제에 파묻혀 스스로 극복할 능력이 없게 된다. 보통사람도 자아가 많이 손상되면 자기 문제를 홀로 극복하기 힘들다. 대신 이들은 증상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향해 끊임없는 호소와 보상을 요구할 뿐이다. 진이 바늘, 끌, 망치로 자해하며 '잠자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도 결국 깊은 잠속에 빠지는 것처럼, 란도 몽유병 증상을 통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좀 봐주세요. 너무 아파요. 통합해서 편히 살게, 성장하게 도와주세요."라는 자학적인 불평의 사인만 보낼 뿐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 호소를 알아듣지 못하며 보상 받을 길도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미 현실에서 철수해 아무런 도움도 친구도 없이 환상속에서만 살기 때문이다. 이들을 도우려는 정신분석가가 "두 사람은 한 사람이기 때문에 치료(통합)하려면 서로 사랑(관계)해야 한다." 말하지만 그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한다. 이들은 현실에서 자신을 구원하는 방법을 결코 모르는데, 이는 벌써 모든 삶이 증상구조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침입자로만 인식하기에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날 수가 없었다. 사랑과 필요에 의해 열려 있고 자신의 취약한 상태를 인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자기극복 장치'는 현실세계와 연결되고 외부대상들과 접촉되어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어느 정도 회복되어 작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의 회복은 상처를 감당하거나 인내할 각오를 하고 '초기 외상'을 왜곡없이 직면하고 (강렬한 전이) 관계 속에서 성찰해야 비로소 해결된다. 분석가의 말대로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게 되면 끔찍했던 초기상처가 완화될 수 있겠지만 이들은 서로를 도울 수가 없었다. 물론 각자 최선을 다해 증상을 벗어나려 시도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이 둘이 서로 관계만 잘 했어도 좌절을 준 옛 대상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건만 안타깝게도 둘은 친밀한 관계가 되려하자 (사랑받다가 버림받던) 초기 외상 불안이 솟구처 과거의 섬뜩한 고통을 다시 경험하느니 차라리 합쳐지길 포기한 채 각자 자살한다.  쾌락원칙(삶욕동)을 넘어서는 죽음욕동이 고통이 없던 원상태로 데려간 것이다. 죽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지겹던 장벽이자 보호막이던 '분열'이 풀려 '옷'에서 해방된 한마리 나비는 소망하던 '그'에게 사뿐히 날아가 따스히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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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