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칼럼

존재적 불안: Paralyz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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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lyze' 


영선씨는  몇 십분씩 불쾌한 꿈을 쏟아내는 것으로 상담을 시작해요. "선생님 고기가 이와 잇몸에 끼어 빼내는데 한 덩어리씩 나와서 뱉어내면서도 겁이 났어요. 무엇인가 정리할 것이 많아 짜증이 나는데 저 혼자만 하고 있어요. 내 일이 아닌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어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먼 낯선 곳에 내려 길을 잃어요.  가는 길이 험악한데 오른쪽은 황토 바닷길이고 왼쪽은 경사라 힘들었어요. 길을 잘 찾을 수 있을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항상 두려워 해요.  온몸에 유리가 박혀있어요. 입에서 더러운 물이 멈추지 않고 쏟아져요. 바다의 해일이 덮쳐와서 높은 곳으로 온힘을 다해 달려요. 하지만 도망치는 자리마다 물바다가 되는 거예요. 섬이 지반없이 바다위에 둥둥 떠 있어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싶었는데 가는 곳마다 사람이 많거나 매우 불결해요.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시험을 봐야하는 상황이에요. 화장실이 급해서 들어갔는데  배설물이 넘쳐서 되돌아 나와요. 길가에 코브라가 나왔어요. 위험을 감수하고 기술을 발휘해서 건너가는데 도저히 갈 수 없어요. 몇 번이나 시도해보지만 결국 포기해요." 


영선씨는 꿈양이 많았는데요. 상담시간의 반이상을 꿈설명을 해서 경계를 세워야만 했어요. 상담자가 힘을 잃는 역전이는 내담자 내면에 공격성이 클 때 일어나요. 자신을 수퍼로 만들고 다른 사람을 보잘 것 없게 만드는 다이나믹이 정신안에 있는 거예요. 외부세계나 대상을 거부하는 마음이 한계를 넘어버리면 아무리 애써도 뭐든 받아들일 수 없게 되는데요.  타인과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편한 사람은 사람을 진심으로 믿지 못하는 거예요.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꿈과 현실의 모습 차이가 없어요.  영선씨의 꿈은 '자기대상'에 대한 경험이 재현된 것으로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거부반응이 일어나 공존하는 존재나 이득을 가져다줄 존재를 이물질로 여겨서 고립을 자초하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몇 번이나 같은 불행한 일을 경험하는 것은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좋지 못했던 관계 경험이 반복되고 있다고 봐요. 엄마를 일찍 잃은 영선씨가 세상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과 세상사람들과 관계맺는 모습이기도 해요. 


상담자에게도 애정을 기대하고 거부를 지레짐작하면서 상실감을 느낄 것같아 안쓰러웠어요. 꿈의 내용들은 영선씨가 아동기때 겪은 심리적 상처와 생존하기위해 사용한 억압에 관한 것들이에요. 아이로서 말로 표현될 수 없었던 불안한 느낌도 있어요. 유년기부터 견뎌왔던 상처들을 억압(차단)하는 일은 정신장애가 될 수 있어요. 인격적 발달과 신체적 건강까지도 방해하는 억압된 감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긍정적이고 행복한 느낌은 차단되어 지속적인 고립감을 느끼게 되요. 보통의 경우 현실에서 갈등이 생기면 상대방의 관계 속에서 원인을 파악하게 되는데 영선씨의 꿈엔 등장인물이 별로 없어요. 자기위주로만 잘못 의식하는 경험때문에 그러합니다. 자신의 시점에서만 사물과 대상을 바라보면 실제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영선씨는 꿈을 통해 대화를 나누면서 서서히 자신의 마음이 어떠한 상태인가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불안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의 동기를 물었을 때 영선씨는 심한 우울감으로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자신감이 향상되지 않고, 매사 화가 나고 실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고 그로인한 불쾌한 감정도 정리하고 싶다고 호소했어요. 영선씨가 도움을 못받았다기 보다는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영선씨는 도덕적인 종교적 관념이 강했는데요. 그 결과 자신의 분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어요. Alice Miller(스위스 정신분석가)는 종교적 신념인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요구가 자신에게 일어난 고통들을 느끼고 표현되기 전에 강요받는다면 삶을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자신을 위해 어떤 것도 하지않게 되니까요. 자신이 견뎌야 했던 상처를 계속 부정하는 사람치고 성인기에 파괴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영선씨는 관계가 가까워지면 기분이나 관계가 불안정해졌는데 타인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간파하고 상처를 받았어요. 인간관계는 상호적이라 자신이 누군가를 외면하면 상대방도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거부하게 되요. 타인을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면 외로울 수 밖에요. 모든 불행은 제거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없애면서 생겨나요.


사귀는 사람에 대해 물었을때 도움이 되지 않는 상대를 선택해서 고통스러운 관계를 단절하고 일시적인 안도감을 느낀다고 했어요. 성격이 잘 맞다가도 서로의 결점을 못견뎌서 일어난 일이죠. 사람에 대한 혐오감도 자신을 지키기위해 발달한 감정이기도 해요. 영선씨의 처벌받는 죄책감, 가난에 대한 공포, 소외감은 늘 시키는데로만 수동적으로만 살았기에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거짓자기에서 비롯된 불안 상태입니다. 어렸을 때 엄마를 잃고 아버지가 사업을 여러번 실패하면서 가족의 위기가 극복이 되지않았던 영선씨는 경제적 악순환속에서 혼자의 힘으로 대학까지 나와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어요. 하지만 좋은 학벌이나 밖으로 보이는 성격과는 다르게 발달단계의 성장 그림이 없었던 거예요. 영리하고 책임감 있게 많은 일들을 잘 해내었지만 위기상황에 만든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른 사람을 위해 서비스하면서 찾는 너무나 외로운 아가씨였어요. 항상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고싶었을 터인데  필요할 때 마다 지원을 받지 못한 단절감은 다른 사람을  지원해주는 것으로만 안정감이 충족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하게 타인위주로 행동하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자신과 진심의 자기가 충돌을 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영선씨는 명랑한 모습과는 달리 매일 아침 절망의 상태에서 눈을 뜨게 되었고, 무기력을 경험하였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함에 두렵다고 했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좌절 될 때마다 실패했다는 느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것입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텅비게 만드는 무가치하다는 느낌은 아이안에 살아 있는 참자기의 자발적인 행동이 보호받지못하고 무시되었을 때  입은 상처에요.  영선씨의 아버지는 헛된 꿈을 꿈꾸고 환상속에 사시는 분이세요. 늘 직업도 바꾸고 월급도 제대로 가져온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영선씨도 아버지의 환상에 길들여져 현실로 나오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아버지가 약해서 영선씨에게 오히려 지원을 받아야만 했지요. 인간관계의 갈등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자의식, 열등감 그리고 자연히 죽고 싶은 감정으로 귀결되는 것이 마조히즘이에요. 영선씨는 많은 사람들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현했어요. 짓누르는자와 짓눌림을 받는자로 말예요(가해자와 피해자구도). 실망감을 표현하고 자신의 분노를 경험할 수 있었다면 영선씨는 현재와 다르게 생동감을 느끼며 살았을 거예요. 자기 자신을 자책하고 미워하는 감정 또한 아버지에게 착취당하고 짓눌릴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에요.  


현실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독히 미워하는 것 같은 느낌과 짓누르는 분노를 만날 때 정신을 잃어버리지만 단절로 해방되는 경험을 하면 일시적인 안정감과 행복감이 드는데 그 순간만큼은 무엇이든 잘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기게 마련이에요. 이것이 새디즘입니다. 관계에서 오는 복잡한 요구와 압박감이 부담스러워 관계를 띠엄띠엄하거나 확 잘라버리는 일시적인 변화는 진정한 변화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아버지와 같이 무능력하고 자기애적인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믿었다가 실망하고, 유혹하고 버리고, 잘 해주고 조정하고, 자부심에 넘쳤다가 의심하고, 친절하다 냉담해지고, 의존했다가 돌아서고, 이상화했다가 평가절하하는 거예요. 자신의 결핍만큼 상대방을 이상화시키면 '실망이 없는 상태'를 바라는 것이지만 그런 건 세상에 없어요. 상대가 도와주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클 때 따뜻하고 세심한 점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상대를 떨쳐버리는 공격적인 행동은 영선씨의 외롭고 소외된 고립상태가 반복되는 것이죠. “선생님 제가 매순간 슬프고 까다롭게 굴고 짜증내고 격노하면 이런 저를 봐 줄수 있으세요?  실망하지 않으실 수 있으세요?” 늘 누군가를 위해 명랑하고 행복한 척 했던 영선씨의 진실한 감정의 소리이고, 누군가를 상처줄 때 상대를 잃을까봐 늘 자신을 죽여야 했던 영선씨의 서러움이에요. 누가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괜찮다고' 속으로 삼켰던 울음이이기도 하고요. 


영선씨는 거부나 단절의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무거운 감정을 드러내어 안도감을 맛보며 조금씩 스스로에게 진실해지기로 했어요. 몸에 영양이 필요하듯이 사람에게도 다정한 보살핌이 필요해요. 살아가면서 매순간 느끼는 어린시절에서 시작된 관계의 고립감에서 오는 공포감은 영선씨의 모든 삶을 마비시켜버렸는데요. 늘 수치스럽고, 배신감, 적대감으로 아주 작은 인간적 결점도 못받아들이는 것 또한 Paralyze상태입니다. 영선씨는 상담관계에서 신뢰라는 것은 세월속에서 변화하기도한다는 것(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는), 또 인간관계에서 유기되지 않는 영원한 관계가 없다는 것, 그리고 의존은 '내가 필요할 때까지'라는 상대적의미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되었어요. 영선씨는 상담자를 자신을 실망시킨 부모와 달리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때론 실망할 수도 있지만 나쁘지 않고 보통의 기대를 할 수 있는 대상인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으로 경험하였습니다. 그것은 곧 ‘사랑받은 척’ 자신을 내팽겨쳐두고 불쌍한 파트너를 돌보며 우울해하는 삶으로 되돌아가지않는 것이기도 해요. 또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되는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이고요. 이렇게 괴로운 과거는 인생에 도움이 되도록 새롭게 재구성 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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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