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후기

프로이드 클래스프로이드입문을 마치고...

 

- 부모교육 : <프로이드입문> 수강을 마치며 -


뚜렷한 기억들이 없는 나의 어린시절, 망각으로 억압해버렸을까.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들마저 불안한 느낌들뿐이다. 언제나 혼자인 불안한 여자아이였고, 친구들과 있어도 겉돌았고 가족들 안에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낯선 환경과, 감정이 메말랐던 나의 엄마!'.


지금은 이렇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수업을 듣기 전에는 나의 어린시절을 말로 정리하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나의 유년기에 학대나 폭력은 없었지만 언제나 마음이 불안하고 매사에 적응이 힘들었던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손톱을 물어뜯다가 야단맞은 적이 많았다. 


나는 과거를 지워버리고 싶은 느낌 속에서 살아왔다.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할 텐데...' 하지만 나는 신께서 시간을 되돌려 주신다고 한다면 ‘감사하지만 됐어요’라고 말할 것이다. 이제까지 겨우겨우 넘어온 고비들을 죄다 다시 겪고 버텨내야 한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수업내용 중,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내 인생의 역사요, 나의 증상들이었다. 상대의 수준을 모르고 계속 바라기만 하다가 내팽겨쳐지기, 현실검증능력 없음의 상태, 상대를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나의 방식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단순방어, 타인을 흉내 내는 공허하고 아픈 내사, 나를 바라보지 못하는 투사, 유치한 분열... 


맞벌이하는 엄마 아래에서 아기 때 양육자가 바뀐 경험의 애착장애등 요새 수업을 듣고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퇴행증상들이 일어났고 그래서 적잖이 당황한다. 



나를 조금도 이해해주지 못하고 나에게 관심도 없는 억압적인 부모 밑에서 언제나 벗어나고 싶었다. 그 절차가 나에게는 결혼이었다. 남들은 결혼준비 과정에서 마음상하고 싸우고 힘들다고들 하는데 그 말에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모순된 요구를 하며 욕심을 부리는 엄마와 갈등이 있었지만 그 일 외에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발에 날개를 단 듯이 뛰어다녔고, 소소한 갈등거리도 척척 해결했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부모에게서 벗어나서 독립하여 내 공간 내 집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홀가분했던지, 아직도 그때의 기분을 생각하면 행복감이 몰려올 정도다. 나의 결혼사진들을 보면 입이 찢어지도록 웃은 사진들 뿐이다. 


엄마, 아빠에게 해보지 못한 통제를 남편에게 하고 싶었고,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기보다는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어 했다. 결혼을 택한 이유도 단지 그것이었다. 연애할 때에는 미친 주인이 머슴을 부리듯 남편에게 대했으니까. 하지만 내 남편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나의 현실검증능력이 없음으로 인해 비극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반대기질의 아버지를 정서적으로 이해하지도, 놓아주지도 못하면서 아직까지 증오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생각하기에 아버지가 잘못한 일들과 엄마의 그런 지겨운 감정들을 딸인 내가 전부 알도록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세상에 힘든 것도 있어야 하고 지켜야 할 일도 있어야 함’이 내 안에서는 무너져버렸다. 


나는 겉으로는 순종적이고 얌전한 여자지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른 사람들이 안다면, 보게 된다면 현재 나의 모습과 매치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평소의 나는 규범도 내 마음대로, 관습도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내 나름대로만 지킨다. 사랑받을 짓을 해야 사랑받는 삼자관계의 사랑은 나에게 사랑이 아니다. 사회생활일 뿐이다. 성인이 된 부모자식관계나 부부관계에서 어느 정도 그런 것들이 지켜져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됨을,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함을알게 되었지만, 나는 무척 어색하고 어렵게 느낄 뿐이다. 


나에게 사랑이란 "내가 사랑하는 네가 그저 그 자리에 있어만 주면 돼.. 내 곁에 있어만 주면 돼.. 나를 떠나지마..." 이다.


그렇지만, 이제 알았으니, 조금씩 성장해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어머니는 본인이 생각하는 아버지의 단점들을 열거한 후 나에게‘너는 아빠랑 똑같아, 식성도 생김새도 취미도’라는 말을 병행함으로서, 엄마와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내가 그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에 질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같은 말을 나에게 하시지만, 지금은 나의 엄마가 그저 어리석고 불쌍하게만 느껴진다. 아직도 자기중심적으로 자식과 남편들을 좌지우지하면서, 자기는 돈을 아끼고 살아왔고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희생자라고 생각하신다. 


자신이 가진 나쁜 것들을 딸에게 밀어주고 아들과 자기를 동일시하며 많은 좋은 것들을 아들에게 내어준 나의 답답한 엄마... 내가 언제쯤 엄마를 이해하고, 그로 인해 엄마를 벗어날 수 있을까. 





프로이드입문을 마치고...


부모교육 수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공감한 것은 인간은 서로 결핍된 부분이 다르다는 인식이었다. 서로 공유되지 않는 부분 그리고 공유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상대를 이해하는 일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수업을 듣다보니 내 유년기의 결핍과 겹쳐지면서 아이들이나 남편 혹은 타인에 대한 태도가 조금씩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나를 참 모르고 살았구나!"하고 생각했다. 무지는 상처받은 나를 조금씩 더 병들게 했던 것이다. 힘을 키워야만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아가 약해져 있고 그것이 튼튼해지면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관계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공감했다.



얼마 전 과제로 영화 '노마진 앤 마릴린'을 보았다. 마릴린을 보는 동안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사생아이면서도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이모와 생활하지만 이모부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이후로 고아원에 버려지고 입양 되어서도 성폭행에 노출된다. 


아버지에게도 버림을 받게 되자 노마진은 사랑을 받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원하는 남자에게 기꺼이 옷을 벗는 행위를 반복한다. 또한 그것은 신분 상승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수단이 되어간다. 


사랑 받아본 경험이 없는 그녀로서는 자기를 파괴하면서 사랑을 얻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또 다른 대상이 나타나면 쉽게 사랑하는 대상을 버린다. 자신이 경험한 버려지던 행위를 무의식적으로 되풀이 하게 되는 것이다(반복강박). 


남자들도 그런 노마진을 견디지 못한다. 연기나 개인적 노력을 하지 않고 외모에 의해 성공을 꿈꾸던 그녀는 금발로 바꾸고 성형을 한 뒤 마릴린으로 이름을 바꾼다. 그녀는 그토록 갈망하는 여배우로써의 성공을 위해 자질을 키워가는 노력대신 오히려 원하는 것을 가지기위해 아무 거리낌없이(어떤 수치심도 느끼지 못하고) 성공에 필요하단 생각이 드는 모든 남자와 성관계를 가지며 그것을 당연시 여기게 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이 그랬기 때문에 아서 밀러와의 결혼도 마릴린을 더 파괴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었다. 그녀는 분열되어간다. 분열된 두 명의 자아 사이에서 괴로워하다가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마약과 술을 과용한다. 


분열된 마릴린은 행복한 가정을 꿈꾸지만 실제로 그녀가 바라는 보통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한 가정생활을 누릴 수 없다. 현실적 원칙으로 그녀가 가져야하는 이성은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그녀를 억압하는 무의식은 바깥 현실 세상과는 동떨어진 환상 속에서만 살게 한다. 아무도 그녀 곁에 남아 있어 줄 수 없었고 남들과 전혀 소통할 수 없는 그녀는 늘 혼자이다.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면서 그녀는 과대망상적 집착을 시작한다. 자신이 만든 함정에 빠져서 현실을 왜곡하고 그것이 좌절되자 견디지 못한 채 죽어간다. 그녀는 너무나 사랑 받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많은 팬을 남겨두고 약물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난다. 



마릴린의 삶의 모습은 일상적인 여자들의 삶의 모습보다는 무척 극화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모습 속에는 부정할 수 없는 내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 


일단 마릴린처럼 나도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는 사업에 망해서 엄마와 두 언니를 데리고 타향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오빠 둘과 나는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할머니는 나에게 많은 핍박을 주었다. 오빠들의 시중이며 잔심부름을 시켰었다.


나는 갑자기 해체되어버린 가족관계에 놀라기에도 너무 어렸다.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언니들을 그리워했다. 동네 아이들은 내게 고아라고 놀렸다. 그런 생활은 이년동안 지속되었고 나는 4학년에 되어서야 비로소 자리를 잡은 아버지와 엄마랑 합쳐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 나는 너무 어려서 그 이후로 한 번도 어린 시절 내가 방치되어있었다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다. 나는 그 이후 어쩌면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자체만으로도 만족하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수업을 받으면서 처음 해보게 되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부모님은 자식에게 헌신적이었고 나는 항상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 아이였을 뿐이다. 나는 학창시절 또한 별 문제 없는 학생이었고 평범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애착 대상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계속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 아이일 때도 있고, 동네 오빠이거나 혹은 선생님이기도 했다. 어떤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만든 애착대상에 의지해서 지내온 듯하다. 나는 현실적인 사랑의 대상보다 내 관념속의 사랑의 대상을 만들어놓아야 했을 만큼 현실적인 사랑이 부족했던 것 같다.


사랑받지 못한 경험이 자기 신뢰감의 부족으로 이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연애를 몇 번 실패한 경험도 떠올랐다. 나는 사소한 것에 쉽게 상처받고 피해망상적인 경향으로 힘들어 관계를 단절했다. 작은 말에도 크게 상처를 받고 내가 생각한 대상으로 상대를 받아들이려고 했다.


내가 생각한 대상과 다른 행동을 보이면 나는 그와의 관계도 끝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릴린처럼 남들에게 자기를 과시하고 싶은 본능에 시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것도 나를 인정받지 못했던 유년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인정받고 싶은 본능은 그것이 성취되지 못했을 때 더 많은 좌절과 자기비하를 가져왔다. 


마릴린이 스타가 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모습은 결국 사랑받고 싶어 하는 자기애의 본능이었다. 사랑받지 못한 좌절이 왜곡된 방법으로 사랑을 받으려 했고 그것은 현실에서는 결과적으로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 되었던 것이다. 




- 부모교육(정신분석) 수업 : 환상(?)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


처음엔 독서치료를 하면서 만나는 내담자를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물론 오래전부터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기도 했다. 정말 흥미를 갖고 시간이 짧다고 생각하며 수업을 들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을 받으려고 시작했지만 수업을 들을수록 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수업을 듣고 난 느낌을 정리를 하려니 집중이 안 되고 정리가 안 된다. 열심히 듣고 매 시간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수시로 가슴 한 켠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는데 왜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인지. 그래서 이글도 마지막 날까지 미루고 버티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이 되어서 쓴다. 이해를 못하고 있는 건지 아님 내가 방어를 하고 있는 건지.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큰아이가 중3 여자아이,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인데 지금 이 시점에서라도 이 수업을 듣기 시작한게 얼마나 다행인지 하는 생각이다. 첫 시간에 들은 ‘반복강박’은 큰아이가 딸이기 때문에 충격적이고 내게 많은걸 생각하게 했다.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준답시며 너무나 순진한 태도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떤 상처를 어떻게 주었는지, 지금도 어떤 상처를 주고 있는지 수업을 듣는 내내 돌아보고 가슴 철렁해하며 반성하게 했다.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하는 행동과 태도의 근원을 엄마로부터 찾는 숙제를 내내 끌어안고 있다. 나도 엄마의 장녀였기 때문에 그 숙제의 답이 내 딸과의 관계와 내행동과 태도에 이미 나와 있을 텐데 그것을 직면하고 솔직히 들여다보기는 겁이 나기도 한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엄마 아빠의 이미지가 환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 별 문제가 없었던 것 같고 문제가 있었다 해도 어느 집에나 다 있었을 것 같은 문제로 지금 잘 지내고 있는데 들춰서 확인해 그 환상을 깨뜨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업을 들으면서 계속 나 자신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일반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름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야 말로 착각이었다. 나 자신을 잘 아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었던 게 아닐까? 


일차적 사고를 하고, 일차적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나도 속했고 아이들 앞에서 아빠를 이겨먹는 말을 하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내가 자라는 동안 엄마가 아빠에 대해 별로 긍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별거인 것 같다. 


큰아이가 오랫동안 손톱을 물어뜯게 했고 작은아이도 야뇨증이 있었고... 내 행동이 어떤 일을 불러왔는지 들을 때 마다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했는지 모른다. 나는 별로 괜찮은 엄마가 아니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환상이 깨지는 소리를 더 듣게 될지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수업을 들으면서 꿈을 자주 꾸기 시작했다. 전에도 물론 꿈을 꾸었지만 지금처럼 자주는 아니었다. 내가 조금씩 방어를 덜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